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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열전 사마천
사기열전사마천 ⓒ 민음사
사마천의 <사기열전>을 읽어보니 왜 어른들이 이 책을 추천하는지 알 수 있었다. <사기열전>은 현재의 사회문제, 인간관계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요즘 뉴스에서 '검찰비리 수사'나 '고위공직자 뇌물수수혐의'와 같은 내용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에서는 부장검사의 뇌물수수 의혹과 관련하여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대통령직속 독립 기관으로 설치할 것을 촉구하였고, 단일화 과정에서 문 후보와 안 후보의 공통된 주장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신설하겠다는 것이었다. 위상이 떨어지고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검찰로는 청와대나 고위공직자, 검찰 등의 권력기관 비리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공직자들의 기강해이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직권을 이용한 부당행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근절되기 힘든 문제라고는 하지만 우리 사회의 공직자 비리와 부패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2011년 세계부패지수(CPI) 순위를 살펴보면 대한민국은 43위이고 OECD 가입 국가중에서는 27위로 하위권에 속한다. 그리고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매년 부패인식도를 국민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는데 부패문제 해결이 시급한 분야로 '정당 및 입법분야'가 가장 높았고 '사법분야'가 그 뒤를 잇는다. 이러한 자료를 통해서 사회 안에서 사람들 간의 약속을 정하여 사회가 제대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만드는 곳과 법을 집행하는 국가 기관의 신뢰도가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알 수 있고, 공직기강해이와 도덕불감증이 어느 정도에 다다랐는지를 보여준다.

<사기열전>에도 법을 만드는 사람과 집행하는 관리들이 등장한다. 대표적인 인물들로 상앙과 혹리열전에 나오는 장탕, 조우 등이 있다. 상앙은 진(秦)나라가 천하를 통일하는데 밑거름이 되는 변법을 시행하면서 태자가 법을 지키지 않자 태자임에도 불구하고 형벌을 받게 하려 한다. 이런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 상앙은 법의 집행에 있어서 지위에 관계없이 엄격히 법을 적용시켰다. 장탕은 옳고 그른 것을 따져보고 옳다고 생각되는 것은 굳게 지켰다. 또 힘있는 호족들에게는 더욱더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갈 수 없게 하였다. 조우는 관직에 나아간 뒤에는 집에 손님을 들이지 않았고, 고위 관직자들이 서로 이르러 조우를 만나기를 청해도 조우는 끝내 답례하지 않았고, 손님들의 청을 끊는데 힘을 쓰면서 어느 것에 치우치지 않고 법에 따라 행동하고 정의를 수호하였다.

사마천은 정치하는 방법은 도덕에 있는 것이지 혹독한 법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상앙과 혹리들이 억지로 법을 냉혹하게 적용시켰기 때문에 정사가 차츰 쇠퇴했다고 평한다. 그런데 현재 대한민국 사회는 부패와 비리가 관행처럼 만연하고 부패와 비리가 적발되었을 경우에는 반성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운이 없어서라고 생각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런 모습들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더욱 사회를 믿지 못하고 부정한 행위를 하여도 다른 사람도 다 하는데 나라고 하면 안 되나 하는 식의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어느 때보다 국민들을 중심에 두고 법을 만들어야 하고, 만들어진 법에 대하여 엄격하고 공정하게 집행할 관리들이 필요하다.

경북교육청에서는 21일 '청렴힐링예고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청렴예고제는 공직자의 사소한 부당행위라도 감시관이 인지하고 있음을 당사자에게 알림으로써 스스로 반성하고 치유하도록 유도하는데 목적이 있다.

그런데 이 제도가 잘 시행될 지에 관해서는 정확한 답을 내리기 어려운 것 같다. 내가 생각할 때는 이미 기강이 해이해지고 도덕적 불감증이 나타나는 우리사회에서 스스로 반성하고 부정행위를 근절하는 것은 힘들다고 본다. 공직자 부정 비리 행위를 압도하는 엄격한 감사시스템과 제 식구 감사기식의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공정한 법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사회의 문제는 계속 제자리 걸음일 것이다. 그러므로 <사기열전>에 등장하는 본받을 만한 혹리들이 우리 사회에서 지지를 받고 그들이 공정하고 엄격한 법 집행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요건들이 마련이 되어야 할 것이다.


사기열전 1

사마천 지음, 김원중 옮김, 민음사(2007)


#사마천#경북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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