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행을 계획하고 몇 개월 동안 한국어를 배웠던, 프랑스에서 온 끌로드 아저씨는 나와 한국말로 대화하기 위해 굉장히 노력한다.
"주리, 프랑스 다시 가고 싶어요?""당연하죠!""'당연하죠'가 무슨 뜻이에요?"내가 의미를 설명했더니, 그건 "물론이죠" 가 아니냐고 물어본다. 내가 "그것도 맞아요" 라고 하니, 우리 대화를 듣던 딸 오렐리가 "당근도 그 뜻이라던데, 맞아?"라고 묻는다. 또 내가 그것도 맞는다고 하니, 아저씨는 조금 혼란스러운 듯 보였다.
그러다가 다시 한국어 대화가 오가고, "겨울에는 한국 진짜 추워요"라는 나의 말에 '진짜'가 무슨 뜻이냐고 물어본다. 대답하니, 그건 '무척'이 아니냐고 물어본다. 그것도 맞는다고 하면서 '매우, 무척, 진짜, 엄청' 등등 다양한 말을 같이 알려주었다. 그제야, 끌로드 아저씨는 불평을 담아 한마디 한다.
"한국말을 배우는 건 언어 3개를 배우는 것만 같아요."한국어를 말하기 위해서는 단어 하나만 알아도 되지만, 알아듣기 위해서는 적어도 동의어 3개는 알아야 한다고 한다. 한국말은 동의어가 많아서 배우기 어렵다고.
한국 사람들은 '요'를 '여'로 발음해요!
해가 질 무렵, 우리는 남산으로 향했다. 이때는 오렐리의 친구인 사라와, 마리 아주머니의 옛 직장동료인 다니엘도 같이 갔다. 사라는 오렐리의 같은 학교 친구로 현재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와 있다. 다니엘은 한국의 대기업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는 프랑스계 스페인 사람이다.
다니엘과 한국의 인연은 조금 특별하다. 그가 스페인에 있을 때, 친구가 외국에서 손님이 오는데 자기가 바빠서 대신 신경을 써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한다. 그 손님들이 한국 사람이었다. 그렇게 친구의 손님이었던 한국 사람들과 친해져 그들이 떠날 때, 꼭 한국에 오라는 약속을 했다. 그 이후 다니엘은 한국을 방문했고, 그분들도 다시 스페인을 방문하고 이러기를 몇 번, 그분들의 제안으로 한국에서 직장을 구했다.
다니엘은 프랑스 어머니와 스페인 아버지 사이에서 자라 프랑스어와 스페인어에 능통하다. 어려서부터 외국어를 쉽게 습득하는 편이였지만, 한국어는 배우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러면서 다니엘은 한국 사람들은 '요'를 '여'로 발음한다면서, 나에게 "안녕하세요"를 발음해 보란다. 자연스럽게 끝을 '여'로 발음하는 걸 듣고는, "봐봐 진짜지?"라며 이런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며 한국어 배우는 데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 옆에서 듣던 끌로드 아저씨도 고개를 끄덕인다.
저녁 식사는 남산타워에서 했다. 다니엘은 잡채가 맛있다며 다른 사람들에게 권했고, 딸 오렐리는 불고기가 맛있다며 불고기를 주문했다. 저녁을 먹으며 다니엘에게 한국의 대기업에서 일하는 게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같은 팀에 외국인도 있지만, 일하는 분위기는 완전히 한국이라면서 다른 사람들은 아침, 점심, 저녁을 다 회사에서 먹지만 자기는 최대한 아침만은 집에서 먹으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자기가 원하는 일이기 때문에 만족한다고 한다. 10일을 휴가 내고, 한국에 방문한 끌로드 아저씨 부부는 아무리 그래도 한국에서는 일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고개를 젓는다.
마리 아주머니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딸에게 "이거는 매워 안 매워?"라고 물어본다. 대체로 안 매운 한국 음식을 먹었으며, "참 맛있다"고 감탄했다. 11시에 운행이 중단되는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헐레벌떡 내려온 우리는 다음날 설악산에 올라가기 위해 속초로 떠나는 아저씨 부부와 다음을 기약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