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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슈카데 사원의 장작불 타는 모습.
 아테슈카데 사원의 장작불 타는 모습.
ⓒ 박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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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로아스터교와 관련된 야즈드의 두 번째 방문지는 아테슈카데 사원, 이곳은 시내 한가운데에 위치한 자그마한 사원으로 전 세계의 조로아스터교도들이 성금을 모아 만들었다고 한다. 전면에 서면 사원 정면 벽 높이 조로아스터교의 상징물이 보인다. 날개 펼친 새 문양의 신을 그린 것이다(이것은 페르세폴리스의 라흐마트 산의 암벽묘굴에서 본 바로 그 부조다). 몸통에 큰 고리를 감고 왼손에 작은 고리를 들고 있다. 이것은 신에 대한 약속의 표시라고 한다. 세 깃은 위에서 말한 조로아스터교의 바른 생각, 바른 행동, 바른말의 삼정도를 뜻하며 이것은 바로 그 아래에 페르시아어로도 쓰여 있다.

사원에 들어가면 딱 하나 볼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장작불이다. 영원히 꺼지지 않고 정확히 서기 470년부터 1538년(방문 당시)간 타고 있는 불이다. 살구나무나 아몬드 나무를 태운다는 꺼지지 않는 불을 보면서 신도들은 조로아스터교의 영원성을 믿는 모양이다. 이교도로서 신성한 불 앞에서 단지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에 바쁜 나를 보면서 조금은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것을 보기 위해 저 멀리 한반도에서 이곳 사막의 한가운데에 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누구든 비난은 하지 못하리라.

야즈드의 구시가지 일반 가정집에 있는 자연 에어컨.
 야즈드의 구시가지 일반 가정집에 있는 자연 에어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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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우리 탐사단이 간 곳은 야즈드 시내의 구시가와 그 안에 있는 자메모스크다(이란에는 어디에 가도 자메모스크가 있다. 여기에서 자메라는 말은 영어로 'main'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자메모스크는 그 도시의 중앙사원쯤으로 보면 된다). 구시가지는 적어도 천 년의 역사를 잘 간직하고 있었다. 흙벽돌로 만들어진 꼬불꼬불한 골목길은 사막지대에서 하나의 차양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건물의 모든 양식과 기능은 뜨거운 사막지대에서 살아가야 하는 과거의 페르시아 인들의 지혜가 모여 있는 것들이다.

특히 각각의 집마다 설치되어 있는 자연 냉각장치는 압권이다. 이것은 중앙에 물탱크를 만든 다음 굴뚝 모양의 통풍 장치 4~5개에 연결한 것으로 여름에는 사람들이 지하의 물탱크 아래에서 시원함을 느끼고 겨울에는 따뜻함을 느낀다고 한다. 현대의 에어컨의 원리와 조금도 다름이 없는 천연 에어컨이다.

대문에 달린 두 개의 문고리, 남녀를 알리는 초인종

야즈드 구시가지 어떤 집 문 앞에 달려 있는 문고리.
 야즈드 구시가지 어떤 집 문 앞에 달려 있는 문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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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에서 본 한 집의 문고리도 특징적이다. 대문에 두 개의 문고리가 달려 있다. 하나는 15센티미터 정도의 길쭉한 쇠덩어리고 다른 하나는 둥근 쇠고리이다. 이것은 손님이 왔을 때 그 손님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를 알 수 있는 초인종이라고 한다.

길쭉한 쇳덩어리로 치는 소리와 둥근 쇠고리를 치는 소리가 달라 안에서는 밖의 손님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를 알고 맞을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남녀를 분명히 내외하는 이슬람 문화가 만들어준 생활의 지혜이다.

야즈드의 자메모스크, 이란에서 가장 높은 미나렛을 볼 수 있다.
 야즈드의 자메모스크, 이란에서 가장 높은 미나렛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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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메모스크에 있는 48미터 미나렛은 이란에서 가장 높은 미나렛 중의 하나이다. 이 모스크는 12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원래는 이곳에 조로아스터교의 사원이 있었다고 한다. 모스크를 들어가는 입구의 화려한 타일은 아마도 16세기 이후 사파비 왕조에 부착된 것으로 보인다(이란의 모스크에 화려한 타일이 부착된 것은 모두 사파비 왕조 이후임).

페르시아인들의 지혜, 사막에도 물은 흐른다

이 사원에서 하나 볼만한 것은 카나트라고 하는 수로이다. 이것은 페르시아 문명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현대까지도 쓰이는 지하 수로라고 할 수 있다. 사막지대에서 물이라고 하는 것은 생명과 같은 것이다. 페르시아인들은 일찍이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카나트라는 지하수로를 개발하였다. 이것은 우선 지하수의 원천을 발견한 다음(지하 100여 미터 이하) 그곳에서 횡으로 사람이 기어 다닐 정도의 수로를 판다. 그런 다음 그 수로에 일정 간격으로 지표면으로 올라오는 우물을 만들었다고 한다.

후에 안 일이지만 나는 이런 카나트를 2010년 실크로드 여행에서 만나게 된다. 바로 중국 우루무치에서 가까운 투루판이라는 곳에서다. <서유기> 화염산의 배경이 된 열사의 땅에 포도밭이 있고 거기에 포도가 주렁주렁 열렸다. 그 비밀은 바로 카나트다. 중국인들은 그 지하에 수백 킬로미터의 지하수로를 뚫어 물을 대고 있었다. 페르시아의 카나트 기술이 파미르 고원을 넘어 중국에 전파된 것이다.

여하튼 이란의 카나트는 현재도 전국적으로 5만여 개가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과거의 발전된 기술이 시간의 흐름과 관계없이 이용되고 있는 것에 경외감을 갖게 한다. 우리는 이러한 카나트를 보기 위해 자메모스크의 앞마당의 지하로 들어갔다. 약 30여 미터를 들어가니 지하에 우물이 보였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아 물이 썩어 있었지만 카나트의 원리를 이해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태그:#세계문명기행, #페르시아, #야즈드, #아테슈카데 사원, #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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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 로스쿨에서 인권법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30년 이상 법률가로 살아오면서(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역임) 여러 인권분야를 개척해 왔습니다. 인권법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오랜 기간 인문, 사회, 과학, 문화, 예술 등 여러 분야의 명저들을 독서해 왔고 틈나는 대로 여행을 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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