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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머니즘과 기독교 태안경신회의 노제가 진행되는 동안 도로건너 인근에는 기독교단체 교인 100여명이 모여 찬송가를 부르는 등 예배를 올렸다. 이같은 진풍경은 지난해 제1회 노제에서의 혐오스런 퍼포먼스가 발단이 되었다.
샤머니즘과 기독교태안경신회의 노제가 진행되는 동안 도로건너 인근에는 기독교단체 교인 100여명이 모여 찬송가를 부르는 등 예배를 올렸다. 이같은 진풍경은 지난해 제1회 노제에서의 혐오스런 퍼포먼스가 발단이 되었다. ⓒ 정지수 제공

"둥둥둥둥둥... 쟁쟁쟁쟁쟁"
"영광 영광 할렐루야~"

17일 오전 10시 충남 태안읍의 중심가인 국민은행 앞 광장. 각종 사고로 먼저 간 태안군민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무당과 점쟁이들이 조직한 단체 대한경신회 태안지회(태안경신회)의 두 번째 노제가 열렸다. 이 노제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렸다.

하지만, 굿판이 열리는 곳에서 불과 2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태안군 소원면 소재 소망교회 교인들이 주축이 된 기독교단체회원들이 찬송가를 부르며 예배를 올리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노제를 보기 위해 몰려든 주민들과 인근 시장 상인들은 샤머니즘과 기독교간 이같은 세(?) 싸움을 지켜보며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라며 "처음보는 진풍경"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다른 주민은 "이 진풍경을 동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올리면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능가하는 조회 수를 기록할 것"이라며 "해외 토픽감"이라고 신기해했다.

태안경신회의 두번째 노제 태안경신회는 두번째 노제에서는 지난해 민원이 제기됐던 혐오스런 퍼포먼스는 취소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노제가 시작되자 생간을 먹고 돼지내장을 몸에 걸치는 등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퍼포먼스를 벌여 반발을 샀다.
태안경신회의 두번째 노제태안경신회는 두번째 노제에서는 지난해 민원이 제기됐던 혐오스런 퍼포먼스는 취소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노제가 시작되자 생간을 먹고 돼지내장을 몸에 걸치는 등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퍼포먼스를 벌여 반발을 샀다. ⓒ 김동이

이처럼 기독교단체들이 반발하는 데는 지난해 11월 4일 이곳에서 처음으로 태안경신회 주관으로 열렸던 '제1회 태안군민을 위한 노제'가 발단이 됐다.

당시 태안경신회는 국민은행 앞 광장 앞에 제사상을 차리고, 장구와 북을 두드리며 다섯시간이 넘는 노제를 지냈다. 하지만, 노제(거리굿)를 지내는 동안 태안경신회는 돼지에 창을 꽂는 퍼포먼스와 선지를 뿌리고, 먹걸리와 식혜를 뿌리는 등 주민들에게는 혐오스러울 수도 있는 노제를 지냈다.

이에 기독교단체와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태안경신회의 노제와 관련해 "혐오스럽다"며 태안군 등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민원이 제기되자 태안경신회는 올해 제2회 노제에서는 선지 뿌리기 등 퍼포먼스를 전면 취소했고,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막걸리 대신 소주를 뿌리고 앰프도 설치하지 않는 등 행사를 대폭 축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제가 진행되자 경신회측은 생간을 먹고 돼지 내장을 몸에 걸치는 등 일부 혐오스런 퍼포먼스를 선보여 인근에 자리잡고 있던 기독교단체들의 반발을 샀다.

 "노제, 하나의 문화로 봐야 한다"

 태안경신회 행사장 옆에서 소망교회 교인들을 주축으로 한 기독교단체 교인들이 ‘더러운 귀신들은 태안지역에서 물러갈찌어다’ 등의 현수막을 내걸고 찬송가를 부르고 있다.
태안경신회 행사장 옆에서 소망교회 교인들을 주축으로 한 기독교단체 교인들이 ‘더러운 귀신들은 태안지역에서 물러갈찌어다’ 등의 현수막을 내걸고 찬송가를 부르고 있다. ⓒ 김동이

기독교단체들은 태안경신회가 이처럼 행사를 강행하자 태안읍 번화가에서 노제를 지내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하며 노제가 열린 행사장 바로 인근에 천막을 설치하고 100여 명이 넘는 교인들을 모은 가운데 '더러운 귀신들은 태안 지역에서 물러갈 지어다' '귀신들의 망동을 예수 이름으로 결박하노라'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찬송가를 부르며 예배를 올렸다.

이와 관련해 태안문화원 김한국 원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지난 16일 경신회원들을 불러 지난해 행사보다 대폭 축소할 것을 당부했고, 장소도 올해까지만 국민은행 앞에서 하고 내년부터는 한적한 곳으로 장소를 옮겨서 행사를 할 것을 주문했다"며 "(노제를) 하나의 문화로 봐야지 종교로 봐서는 안 된다, 화합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김 원장은 "만약에 교회 행사시에 경신회에서 북치고 경읽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노제를 종교가 아닌 문화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거리 노제에 반대해 기독교단체의 예배에 참석한 소망교회의 한 교인은 "샤머니즘이 대중문화 속으로 들어오면서 혐오적으로 변했고, (주민들의) 보는 시각도 혐오적으로 본다"며 "떨쳐버리라는 게 아니라 시내 중심가에서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도 물리적 충돌없이 질서있게 (예배를) 하고 있지 않는가"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노제를 주관한 태안경신회 관계자는 "우리가 노제를 올리는 것은 국민은행 앞이 차량소통도 많고 사고 수가 높아 엄숙하게 빌어주려고 하는 것이지 다른 의도는 없다"며 "작년 행사 이후 민원이 많아 올해는 혐오스러운 것은 다 빼고 마이크도 없앴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 관계자는 '내년부터 장소를 옮겨서 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사고 수를 빌어주는데) 어디 마땅히 할 장소가 있느냐"고 반문한 뒤 "내년에도 여기(국민은행 앞)에서 할 예정"이라고 말해 또다시 양측 종교단체간의 마찰을 예고했다.

노제 행사장 옆 찬송가 노제가 준비 중인 행사장 인근에는 소원면 소망교회 교인들이 주축이 된 기독교단체 교인 100여명이 모여 찬송가를 부르고 있다.
노제 행사장 옆 찬송가노제가 준비 중인 행사장 인근에는 소원면 소망교회 교인들이 주축이 된 기독교단체 교인 100여명이 모여 찬송가를 부르고 있다. ⓒ 김동이

한편,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5시간 가량 진행할 예정이었던 이날 노제는 1시간 반 가량으로 대폭 축소돼 진행됐으며, 기독교단체 측 일부가 태안경신회에 욕설과 물건을 던지는 등 항의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또 노제가 진행되는 행사장에 십자가를 그리는 등 반발 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태안경신회가 예정했던 프로그램을 3개 정도 취소하는 등 행사를 일찍 끝내 두 종교단체간 몸싸움 등 우려했던 마찰은 일어나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송고할 예정입니다.



#노제#거리굿#경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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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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