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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방지 영상제' 대구상영회가 지난 25일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씨눈'에서 열렸다. 대구상영회는 대구여성인권센터가 주최했다.

이날 열린 영상제는 성매매방지 영상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3편의 작품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성매매 문제를 드러내고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이다. 특히 이번 영상제에서는 성매매 경험 당사자가 평범한 일상생활을 통해 보통사람과 다름이 없다는 것을 이야기한 <당신은 모르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관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당신은 모르는 우리들의 이야기>의 감독 엠케이(가명)은 성매매 당사자들이 받는 곱지 못한 시선으로 인해 자유롭지 못한 사고와 행동을 하고 있다는 점을 조명했다. 감독은 성매매 당사자들이 우리들의 이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감독은 이 영상을 통해 성매매 업소를 나온 이후 직업을 가지기 전까지 느꼈던 초조함과 낯선 곳에서 느껴야 했던 불안감, 그리고 일상을 살아가면서 마주친 여러 가지 불편함 등을 영화 속에 담았다.

엠케이 감독은 "이 영상을 통해 성매매 당사자들이 스스로 성매매 경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개막작으로 상영된 2012 성매매방지 영상공모전 선정작 <살롱 드 보아>는 룸살롱에 함께 있게 된 여직원과 접대 여성, 그리고 각각의 남성 군상을 통해 접대 여성을 대하는 우리 사회 남성들의 이중적인 시각을 꼬집었다. 또, 영화는 접대 여성들에 대해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 평가하며, 차별하는 사회의 이중적 시선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공모 선정작인 <꼭 가고 싶은 건 아닌데>는 20대 남성들이 성매매를 하는 이유가 성 욕구 해소일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성매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인식을 바꿔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이 영화는 '성매매는 사회적 필요악'이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을 바꿔야 한다는 20대 청년들의 메시지기도 하면서 다큐를 제작한 젊은이들의 성장담이기도 하다.

"이 영화제가 하나의 빛이 되길"

 대구여성인권센터가 마련한 성매매방지 영상제가 25일 하루동안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씨눈'에서 열렸다.
대구여성인권센터가 마련한 성매매방지 영상제가 25일 하루동안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씨눈'에서 열렸다. ⓒ 조정훈

이날 영화제에 참석한 관객들은 지난 2004년부터 성매매방지법이 시행이 되긴 했지만, 우리 사회 가까운 곳에서 늘상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새롭게 바라보고 변화시키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영화를 본 박종하씨는 "노래방이나 주점들이 즐비하고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나 성매매를 할 수 있는 곳이 우리 사회"라며 "이런 구조 속에서 남성들이 죄의식을 느끼지 않고 있는데, 이번 영화제를 통해 경종을 울리는 계가 됐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이를 보고 많은 것을 느끼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화제를 개최한 대구여성인권센터 신박진영 소장은 "이번 영상제를 통해 성매매란 무엇인지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보다 건강한 사회로 나가는데 하나의 빛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인터뷰] "우리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당신은 모르는 우리들의 이야기> 엠케이 감독
<당신은 모르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만든 엠케이 감독은 성매매 현장에서 6~7년간 직접 그 일을 했던 당사자다. 그는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뭉치'의 회원이다. 그는 성매매 경험 여성에 대해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낙인과 편견을 최소화하기 위해 반 성매매 운동을 펼치고 있다.

- 성매매 경험자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내는게 쉽지 않았을 텐데?
"성매매 뿐만 아니라 다른 경험에 대해서도 당사자 자신이 말한다는 게 쉽지는 않다. 직접 이야기한다는게 불안하고 껄끄럽지만 당사자의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성매매방지 이야기를 할 때 당사자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데 그럼 내 이야기부터 해보자는 뜻에서 만들게 됐다."

- 왜 영상으로 담으려고 했는지?
"내가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었다. 글로 쓰려고 해도 글재주도 없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영상 제작이었고, 항상 불편한 것들에 대해 미디어의 중요성을 인식하기도 해서 영상으로 담게 됐다."

- 영상을 통해 어떤 내용을 말하고 싶었나?
"지금 내 경험을 두고 비난의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 화가 났다. 그래서 왜 성매매를 했느냐는 비난보다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 일반적으로 이런 영상을 보면 자극적인 장면이 많은데... 이 작품은 그런게 보이지 않는다.
"성매매 영상을 너무 자극적으로 그리거나 성매매 여성들의 생활을 가난하거나 혹은 불쌍한 모습으로 그리는 것은 제대로된 현실을 담아내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매매 당사자라는 이유만으로 비난을 받고 손가락질을 당하는데, 나도 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 이번 영상을 제작하면서 LOGn을 만들었는데 소개좀 해달라.
"LOGn은 우리사회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만들었다. 'LOG(일지, 기록)'와 'n(지수 n개)를 합성한 단어로 성매매 경험자인 나와 레즈비언 당사자인 수민 감독이 주축이 돼 올해 2월에 발족했다."

-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잇는지 말해달라.
"당사자 이야기를 하고, 성매매 방지 운동도 하고, 지금까지는 내 이야기를 했지만, 앞으로는 내 친구의 자살 이야기, 다른 당사자의 이야기 등을 하고 싶다."



#성매매방지 영상제#대구여성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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