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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부평구 콜트악기 공장에서 농성 중인 노동자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법원이 강제 집행을 시도하다가 충돌이 벌어질 뻔했다. 이 공장에서는 2007년에 정리해고된 노동자들이 2000일이 넘게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공장을 사들인 건물주가 공장 점거 중인 노조를 상대로 건물명도 소송을 걸어 승소했고, 이에 따라 법원이 강제로 노동자들을 끌어내려고 했으나 물리적 충돌이 우려돼 집행이 잠시 정지된 것. 일단 법원의 시도는 무산됐으나 언제든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은 남아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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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사정 어렵다면서 과장급들은 성과급 300% 가져가"

콜트콜텍  지난 6월 16일, 인천 부평의 콜트콜텍 농성장 인근에 경찰병력이 대기하고 있다.
▲ 콜트콜텍 지난 6월 16일, 인천 부평의 콜트콜텍 농성장 인근에 경찰병력이 대기하고 있다.
ⓒ 이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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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일이라는 긴 세월을 이어온 콜트 노조의 농성. 콜트사는 지난 2007년 경영상의 부진을 이유로 부평 공장의 노동자들에 대한 정리해고를 감행했다. 이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노조의 농성은 해결되지 못한 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18일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에 출연한 방종운 금속노조 콜트악기 지회장은 "회사가 경영이 잘 되는데 공장을 폐쇄하기 위해 '오더가 없고 경영이 어렵다'는 주장을 했다"며 "당기 순익 100억 원이 나고 매출액 200~300억 원을 넘던 회사가 갑자기 오더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 지회장은 "대법원에서도 이미 (사유가 불충분하니) 부당 해고자를 원직복직시키라는 명령이 나왔다"며 "지방법원에서 대법원을 거치면서 폐업한 척하고 몰래 공장을 운영하더니 대법원 판결 이후에는 그 공장마저 없애버렸다"고 말했다. 대표이사가 공장을 폐쇄한다고 해놓고, 친동생에게 법인 분할을 해 책임을 피한 채 공장 운영을 계속해오다가 확정 판결 이후에는 진짜로 공장을 폐쇄했다는 이야기다.

그것도 모자라 콜트사는 복직명령을 이행하지도 않은 채 곧바로 복직대상자들에 대한 2차 정리해고를 감행하고 공장건물을 매각했다고 한다. 당기 수익이 100억 원에 이를 정도로 경영상의 문제가 없던 회사가 법원의 판결에도 꿋꿋하게 정리해고를 감행한 것.

방 지회장은 "회사는 사정이 어렵다면서 2006년부터 오더를 해외공장으로 빼돌려 놓고 과장급 인사들은 성과급 300%를 가져갔다"며 "주말에도 특근을 하고 기형적인 경영을 했지만, 저희를 도와주시는 회계사에게 물어보니 경영에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콜트사의 박영호 대표이사는 수시로 '노조 없이 잘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부평 콜트 공장을 '노동자들이 장악한 곳'으로 지칭하고, 대전에 지은 콜텍 공장을 '꿈의 공장'이라 부르며 노동자들을 혹사시켰는데 여기에도 노조가 생기면서 결국 대전공장까지 폐쇄시켰다고. 폐쇄된 공장의 생산량은 모두 해외공장으로 넘어갔다고 한다.

콜트악기 대표이사는 어떻게 한국 120위 부자가 됐을까

 지난 2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콜트악기 노동자들과 콜텍 지회 노동자들이 대법원의 판결에 실망하며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2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콜트악기 노동자들과 콜텍 지회 노동자들이 대법원의 판결에 실망하며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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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방 지회장은 입사 20년 차가 됐던 2007년 정리해고 직전에 받았던 월급이 100만 원 미만이었다고 밝혔다. 상여금을 포함해도 150만 원 수준이었다고. 방 지회장은 "10~15년 다닌 사람 임금이 140만 원이면 인건비가 많이 드는 것인가"라며 "법원에서 재판받을 때는 사측이 인건비가 많이 들었다며 월급봉투를 증거자료로 내기도 했다"고 밝혔다. 당기 순익이 100억 원이 넘는 회사에서 입사 15년 차 노동자가 연 1800만 원 정도를 받을 수 있고, 심지어 여성 노동자는 그보다 더 적은 수준이라고 한다.

지난 2000일간의 생계문제도 노동자들에게 또 다른 고난이었다고 한다. 방 지회장은 "아내가 간병인 일을 해서 살았다"며 "뭐가 잘나서 그렇게 투쟁하느냐고 잔소리를 하다가도 직접 일을 해보니 노동자들의 아픔이나 억울한 심정을 조금씩 이해하면서 용기를 많이 줬다"고 말했다. 방 지회장을 비롯한 다른 노동자들 역시 아르바이트를 종종 하면서 농성 중에 생계를 꾸려나갔다고 한다.

새로운 사람에게 매각된 부평의 공장에 대해서 방 지회장은 "공장 건물 매매 행위가 위장 매매일 수 있다"며 새로운 매수자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방 지회장의 말에 따르면, 매매계약서나 발주자를 보면 정당한 계약이 아니라 이면계약으로 의심되는데, 새로운 건물주에 대한 신용보증을 콜트사의 사장이 했거나 최근 건물 철거를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법원에서 재발주 처분을 내리자 재발 주자가 콜트사로 돼 있는 등 수상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도 농성은 계속될 것"이라는 방 지회장은 "요구 사항은 '원직복직'이라는 대법원 판결이행"이라며 "사측은 정리해고 절차에 대한 교섭만 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애초에 노사협상이 성사될 수가 없는 상황. 심지어 아직까지 정치권의 제대로 된 중재노력 역시 없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방 지회장은 "박영호 콜트 대표이사는 '파업이 기업운영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주장하는데, 정말 그랬다면 그가 은행 빚도 없는 자산 1200억 원대의 한국 120위 부자가 될 수 있었겠느냐"며 "박 대표이사가 거짓논리로 사람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방 지회장은 "(이대로 있으면) 다른 악랄한 악덕 자본가들도 이 같은 절차를 밟아 정리해고로 가정을 파괴할 것"이라며 "우리가 투쟁해야 하는 이유가 그것"이라고 밝혔다.


#이털남#콜트콜텍#노조 2000일 농성#정리해고#방종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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