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안철수의 생각
 안철수의 생각
ⓒ 김영사

관련사진보기

안철수를 만나는 출발점
사람은 대개 남에게는 가혹한 기준을 들이대면서 자기 자신에게는 지극히 관대한 잣대를 들이댄다. 결국, 그것이 불행의 씨앗이 되는 경우가 많고, 머리 좋은 사람들은 그것을 악용한다.

제목에 오만하게 '나'라고 표현한 이유는 더 이상 누군가의 눈을 빌려 보지 않고, 누군가의 입을 빌려 말하지 않으려고 해서다.

유권자로서 이제까지 나는 그래왔으니까. 안철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아래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나는 과연 안철수에 대해서 이야기할 준비가 된 걸까?

"읽고 싶은 것만 볼 게 아니라, 내가 지금 읽지 못하고 있는 것은 뭘까를 질문하라, 좋은 후보자가 누굴지 볼 게 아니라, 과연 유권자는 준비가 되어 있을까를 질문하라, 누가 당선될까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퇴임 이후에는 어떨까를 질문하라."

윤태호의 '미생'이라는 만화는 비즈니스를 바둑의 관점에서 날카롭게 풀어냈는데, '사업놀이'라는 말이 나온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이런 분위기가 있었어요. 기획서는 쓰지만... 되면 어떡하지? 만약 실패한다면 그 책임을 내가 져야 하는데... 기획서를 충실히 쓰는 데서 만족하고 그 이상의 노력을 안 하는, '사업놀이'를 하고 있더라구요. - 윤태호의 [미생未生] 42수"

정치에도 똑같은 질문을 던져봤다. 나는 정치참여를 해왔을까, 정치놀이를 해왔을까? 나는 정치놀이를 해온 것 같다. 사람에게 최선을 다할 때 나는 스스로를 제로(0)로 만든다. 나의 생각을 개입하지 않고 온전히 그 사람의 말과 생각을 받아들이고 판단한다.  메시지 자체를 읽을 때 효과가 있는 방법이다. <안철수의 생각>을 비롯해 안철수를 읽을 때도 일단 나 스스로를 0으로 만들어야 했다.

"다른 사람에 대한 비판에는 비판하는 이의 인생관이 반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그러니 그 사람은 그럴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거죠. 매사에 간만 보는 사람들이 저한테 그런 얘길 하는 것이 아닐까요? (웃음) - <안철수의 생각> 33면"

안철수는 '질문'이다

안철수는 문 맞은편에 서 있다. 문 앞에서 우리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안철수를 만나기 위해서는 질문이라는 문을 열어야 한다. 예컨대 '안철수는 왜 출마선언을 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안철수가 오랫동안 고뇌를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로 고쳐보면 안철수의 생각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출마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좀더 근본적인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

<안철수의 생각>에는 유독 '질문'과 관련된 말이 많이 나온다. 그 중에서 직접적인 것만 몇 가지 소개한다.

"(한국 학생들은) 대개 익숙한 문제의 정답을 찾는 데에는 뛰어나지만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유추되는 질문이나 전혀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스로 좋은 질문을 던지는 데도 익숙하지 않았고요. (192) ... 막연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의심하고, 더 나아가 좋은 질문을 할 줄 아는 사람, 그리고 남들이 해놓은 방법을 따르지 않고 새롱누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이 창의력입니다. (194)... 사실 제가 속한 세대는 전형적인문제풀이 위주의 세대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저는 어릴 적의 경험 덕분에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 훈련이 가능했어요.(195)"

눈썰미가 있는 독자라면 책의 많은 부분이 '비틀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창의적 질문의 한 방식으로 뒤집어보는 사례는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언젠가 언론에서 '실리콘밸리는 성공의 요람'이라고 쓴 것을 봤는데요, 핵심을 잘못 짚은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본질은 성공의 요람이 아니라 실패의 요람입니다. 100개의 기업 중에서 성공하는 기업은 정말 소수예요. 그런데 실패한 기업이나 기업주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고, 열심히 성실하게 했는데도 실패했다면 그 사람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주는 게 실리콘밸리의 매력입니다. 그러면 그 사람은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성공 확률이 이전보다 조금 높아지게 되죠. (87)"

사람이 돈보다 귀하지만 돈이 없으면 존엄성이 망가진다(59~60)는 생각, 공짜가 좋은 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부담을 내야 환자들의 병이 낫는다(60~61)는 경험 등이 그런 방식이다.

안철수의 책을 읽고, 안철수의 말을 들어보고, 안철수가 대선 선언을 하는 것을 기다려 보고, 대선 레이스가 펼쳐지는 것을 살펴보고, 선거일이 되어보고 결정하겠다는 접근방식은 문제 자체를 잘못 보고 있는 셈이다. <안철수의 생각>은 대안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졌다. 우리 시대가 풀어야 하는 질문의 리스트를 명료하게 모아 놓았다.

그럼, 그 다음의 질문은 무엇일까? 안철수는 손가락이지 달이 아니다. 그것은 남은 문제다. 안철수가 발제한 문제에 대해서 국민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이것이 안철수가 던진 질문이다. 스무 고개를 하는 것처럼 약이 오르지만, 안철수 개인 역시 인생이 달린 문제이니만큼 강요할 수는 없다. 선택은 안철수가 하고 국민은 기대할 뿐이다. 안철수도 국민이다.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서 안철수가 제시한 주제를 이와 같은 방식으로 보려고 한다.


안철수의 생각 -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

안철수 지음, 제정임 엮음, 김영사(2012)


태그:#안철수, #안철수의 생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