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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식 시흥시장
김윤식 시흥시장 ⓒ 시흥시
경기도 시흥시에는 기자들을 위한 '브리핑 룸(기자회견실)'이 없다. 지난 2011년 7월 22일, 시흥시는 브리핑 룸을 없애고 그 공간을 부족한 사무실을 넓히는데 포함시켰던 것이다. 시흥시가 브리핑 룸을 없앤 가장 큰 이유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일부 기자의 개인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브리핑 룸의 자리를 몇몇 기자들이 차지하면서 정작 주요매체 기자들은 브리핑 룸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또 일부 기자들 사이에 싸움이 벌어져 경찰을 불러 해결하는 웃지 못할 일도 일어났다.

김윤식 시흥시장은 시장으로 취임한 뒤, 시청 공무원은 고작 1000명 내외인데 시흥시가 구독하는 신문이 1100여 부가 넘는다는 사실에 놀랐다. 연간 예산이 1억5000여만 원이었다. 주먹구구식으로만 따져도 공무원 1명이 신문 1부 이상을 구독하는 셈이었다. 대부분 지방일간지였다.

"취임해서 <한겨레신문>을 신청해달라고 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전부 3부를 구독하고 있더라. 조·중·동도 많이 보지 않았다. 부서마다 보지도 않는 신문을 죽 늘어놓았다가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보지도 않는 신문 구독료가 일 년에 1억5000만 원이었다. 지역아동센터에서는 100만 원만 더 지원해줘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하는데, 예산이 없어서 못 주는데."

김 시장은 매월 구독하던 신문 부수를 460부로 줄였다. 연간 구독료는 6000만 원으로 줄었다. 또 일정한 기준 없이 집행하던 행정 광고도 '한국ABC협회' 발행부수 검증에 참여한 신문사 중 일정 기준 이상 부수를 발행하는 언론에 한하여 집행했다. 그 결과 행정 광고 수수료를 지급하는 신문이 7개사로 줄었다.

대신 시흥 지역신문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렸다. 건전한 지역 언론을 지원·육성하는 것이 지방자치의 근간에 맞는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연간 300~400만 원의 행정 광고를 1000만 원 수준으로 늘렸다는 것이 시흥시 관계자의 귀띔이다.

김 시장은 이렇듯 과감하게 언론개혁을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언론개혁을 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고, 언론개혁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다만 좋지 않은 언론의 생존기반을 하나씩 정리해나가자고 마음먹었다는 것이 김 시장의 설명이다. 그가 시장 취임 이후 가장 먼저 한 것은 매일 아침 비서실 직원과 공보계장이 들고 온 '신문 스크랩'을 보지 않는 것이었다.

시흥시 관련 보도가 실린 기사를 스크랩한 것을 들고 와 보고를 하는 것이었다. 김 시장은 그것을 그냥 놓고 가라고 했다. 그랬더니 나중에는 시장이 보기 좋게 간지를 끼우거나, 밑줄까지 친절하게 그어져 가져왔다. 김 시장은 그걸 보지 않고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렸다. 시장이 신문 스크랩을 보지 않는다는 소문이 시청사 내에 돌았고, 신문 스크랩 관행은 사라졌다.

또 기자들과 돌아가면서 밥을 먹는 관행을 없앴다. 하도 밥을 안 산다고 불평을 한다기에 같이 밥을 먹었지만, 밥만 먹고 가니 기자들이 더 이상 불평을 하지 않더란다. 그러면서 신문구독 부수를 대폭 줄이고, 고시광고 등을 줄였다.

그런 상황에서 복날에 기자들이 선물로 복숭아를 보냈다. 김 시장이 "고맙다"고 전화를 했더니 "썩은 복숭아였는데 몰랐느냐?" 하고 비아냥거리는 일도 있었다.

브리핑 룸을 없애기까지 2년이라는 적지 않은 기간이 걸렸다. 그래도 김 시장이 뚝심 있게 언론개혁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은 그 일을 맡아서 추진해준 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 시장은 취임 이후 '공보정책담당관'을 신설했고, 책임자를 개방형으로 외부에서 영입했다. 우정욱 공보정책담당관이다.

"(공보관으로) 와 보니 언론이 언론의 역할을 못하고 있었다. 직원이 15명이 있는 부서에서 신문을 43부를 보고 있었다. 신문구독료가 1년에 1억5000만 원이었다. 만약 시민들이 이런 현실을 알면 과연 가만히 있을까, 두려웠다."

신문구독 부수를 줄이는 것은 실제로 상당히 어려웠다는 것이 우 담당관의 설명이다. 일부 지방일간지 기자들은 신문구독료와 광고로 수입을 얻고 있었다. 신문부수를 줄이는 것은 결국 그들의 밥줄을 끊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우 담당관이 기자들의 주요 공격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일부 기자들이 단결해서 우 담당관을 공격하면서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우 담당관은 물러서지 않았다. 김 시장의 심중을 헤아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 담당관은 김 시장의 방패막이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언론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할 때 사회가 바로 선다고 믿고 있다"는 우 담당관은 "건전한 지방언론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지방언론 육성 조례'를 만들어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치와 분권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건전한 지방언론 육성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 시장은 "뜻 맞는 동지가 와서 갖은 수모를 감수하면서 추진했기 때문에 (언론개혁이) 가능했다"며 "시장이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는 정도까지 해놔야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긴장감을 갖고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윤식#시흥시#브리핑룸#우정욱#공보정책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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