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일본 정부가 올해 방위백서에서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한 것과 관련해 정부가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항의의 뜻을 밝혔다고 해서 외교통상부 누리집을 찾았습니다.
외교통상부 누리집에 올라와 있는 성명은 고작 2개의 문장으로 된 다섯 줄짜리 성명이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일본의 2012년도 방위백서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주장하는 내용이 포함된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일본의 어떠한 독도영유권 주장도 결코 용납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강력히 항의한다'라는 말이 있지만, 성명의 길이나 내용의 구체성을 봤을 때 그야말로 맥 빠진 성명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지난해 논평과 거의 같은 외교통상부 성명
문제는 31일 발표한 성명이 놀랍게도 지난해 외교부가 발표한 고작 두 문장 다섯 줄짜리 논평과 거의 같다는 것입니다. 바뀐 것이 있다면 두 번째 문장의 자구 몇 자뿐입니다.
경악할 것은 이뿐이 아닙니다. 혹시나 해서 2010년 논평을 찾아봤더니 지난해 외교부 논평 역시, 2문장 다섯 줄짜리 2010년 외교부 논평에서 자구 몇 자만 바꾼 '베껴 쓰기' 논평이더군요.
안일한 외교통상부... 일본에게 용기 주는 건가요
두 문장 다섯 줄짜리 '외교통상부 대변인 성명'이 혹시 일본의 음모에 말려들지 않기 위한 깊은 고려를 거쳐 탄생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고작 두 문장 다섯 줄짜리의 짧은 성명을 자구만 몇 자 고쳐 해마다 되풀이하다니요.
외교통상부가 '외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고작 두 문장 다섯 줄짜리 성명을 보고 일본 정부가 과연 무엇을 두려워할지... 저로서는 의문입니다. 백주대낮에 남의 영토를 자국 영토라며 백서까지 펴내고, 지도에 표시까지 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 정부는 그렇게도 할 말이 없습니까.
일본 정부가 어떻게 생각할지... 그저 민망할 뿐입니다. 어쩌면 책상머리에 앉아 지난해 자료를 꺼내 자구 몇 자 수정해 발표하는 것처럼 보이는 안이한 태도가 일본 정부의 '오만'에 또 다른 '용기'를 주는 것은 아닐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