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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환 서울대 법대 교수는 19일 "현병철 인권위원장은 인권의 정치화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국가인권위원장을 지낸 안 교수는 이어 "인권위 직원들이 배척되고 징계를 받았다는 점에서 실패한 위원장"이라며 "청와대가 연임을 강행하는 것은 굉장히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영화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인권위 전·현직 상임위원들과 영화 <두 개의 문>을 함께 본 후,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안 교수는 현 위원장의 3년의 평가를 묻는 질문에 "업무 능력과 자질에 대해서는 내가 언급할 입장이 아니다"고 전제한 뒤 두 가지 측면에서 잘못을 지적했다. 그는 "(현 위원장이) 인권위의 독립기관으로서의 위치에서 벗어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했다"며 "청와대가 성과라고 칭찬한 북한 인권 업무도 정부의 대북 강경책의 선봉장을 자임함으로써 인권의 정치화를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또 안 교수는 "인권위 직원들이 배척되고 징계를 받았다는 점에서 실패한 위원장"이라며 "자신은 임기 끝나면 떠날지 모르나 남는 사람들은 후유증이 크다. 개인 소신을 기준으로 징계해 인권위 내부 갈등을 심화시킨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가 현 위원장의 연임 철회 계획이 없다고 한 것에 대해 "굉장히 잘못했다"며 "국제사회로부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그는 쓴소리를 했다.

 <두 개의 문>에 단체관람 온 전·현직 인권위 상임위원들. 이날 영화 관람 후 상임위원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맨 왼쪽이 안경환 교수.
 <두 개의 문>에 단체관람 온 전·현직 인권위 상임위원들. 이날 영화 관람 후 상임위원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맨 왼쪽이 안경환 교수.
ⓒ 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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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단체관람은 안 교수를 비롯 장명숙 현 인권위 상임위원, 박경서 전 상임위원, 유남영 전 상임위원, 유시춘 전 상임위원, 최영애 전 상임위원, 장향숙 전 상임위원이 참석했다. 이날 단체 관람은 전·현직 상임위원의 친목의 자리로 이뤄진 것이다.

이날 자리를 주도한 유시춘 전 위원은 "용산참사를 해결할 힘은 없지만 영화를 함께 보는 것이 전직 위원으로서의 옳은 자세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더 이상 결정적 하자가 필요하나?"

이날 문경란 전 상임위원은 지난 16일에 열린 현 위원장의 인사청문회에 대해 "무슨 말을 하겠나? 어이가 없다"며 "청와대가 결정적 하자가 없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더 이상의 결정적 하자가 필요하나?"고 되물었다. 문 전 위원은 "도덕성, 위증, 독립성 결여 등 더 이상 무슨 하자가 나와야 하는지 열이 올라서 말도 하기가 싫다"고 말했다.

이날 영화관람을 마친 전·현직 상임위원의 눈은 촉촉이 젖어 있었다. 아무 말없이 영화를 되새기던 유시춘 전 상임위원은 "용산참사는 낮은 곳에 거주하는 국민들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한 국가의 맨 얼굴이었다"며 "<두 개의 문>은 국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기억 투쟁, 기록 투쟁의 결합"이라고 평가했다. 문경란 전 위원도 "농성자와 경찰 스스로의 안전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며 "제2의 촛불로 번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정권의 보위만 생각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들이 관람한 극장 인디스페이스는 지난 4일 현 위원장이 극장 안에 함께 있던 인권단체와 관객들에 의해 쫓겨나기도 한 곳이다. 현 위원장은 용산참사 의견 표명과 관련된 인권위 전원회의에서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남긴 바 있다. 이날 영화관 관객들은 현 위원장이 극장에 있다는 것을 알고 "함께 영화를 볼 수 없다"며 항의에 현 위원장이 영화관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현병철#인권위원회#두 개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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