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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자료사진)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자료사진) ⓒ 남소연
"야권의 전략가들이 98% 박근혜가 이긴다고 말하는 건 오만이다. 박근혜 의원이 대통령 될 가능성이 높은 건 맞지만 결정론적으로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과거 대 미래의 프레임이다. 야권이 미래 이미지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면 박근혜 의원은 아무리 발악을 해도 이기기 어렵다. 박 의원이 어떻게 미래적 이미지를 만들 수 있겠나."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의 말이다. 미국정치를 전공한 안 교수는 올해 대선 야권의 전략에 대해 전망했다. 야권의 전략가들조차 박근혜가 이긴다고 말하지만, 결과는 꼭 그렇지만은 않으리라고 예측했다. 세 가지 조건 때문이다.

안 교수는 지난 13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그 세 가지 조건에 대해 말했다. 첫째, 온오프라인을 총동원한 시민네트워크와 야당의 역동성이 결합돼야 한다.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눈덩이처럼 어마어마한 '정치 융합'이 일어나리라 전망했다. 앞으로 대선은 5개월 남았고, 그 기간이면 충분히 전국이 뒤집힐 수 있다고 내다봤다.

둘째, 민주당의 대선주자들은 각자 박근혜식 20세기 정치에서 탈피해 21세기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민주당의 혁신을 힘껏 밀고 나가야 한다고 했다. 누가 더 '21세기적인 꿈'에 적합한가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민주당의 치명적인 결함, 2030세대와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 대대적인 확장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셋째, 안철수의 결단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중심으로 이른바 '안철수 드래프트 운동'이 벌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래로부터 역동적인 시민추대가 전개돼야 한다는 게다. 그러고 난 뒤, 민주당의 주자와 안철수 원장이 시민네트워크 형태의 경선모델로 경쟁해야 한다고 했다.

이 경선은 기존의 민주당 한계를 완전히 뛰어넘는 '사회적 선거'가 돼야 한다는 게 안 교수의 주장이다.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소셜선거, 이것이 이번 대선을 야권의 승리로 이끌 핵심이라고 했다. 이 소셜선거에 2030세대가 열광적으로 참여한다면 박근혜는 이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음은 안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이번 대선, 과거와 미래의 대결 가능성 높아"

- 대통령선거가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올 대선구도를 어떻게 보나.
"야권은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시스템이 아직 혁신되지 못하고 있다. 21세기에 맞는 비전이나 정당의 활동방식, 시민사회와의 결합방식 등등이 전부 20세기와 21세기 사이에 있다. 후보들도 기존 시대를 넘어 새로운 시대의 비전과 스타일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반면, 외부에는 앞선 문제들에 대한 강점을 가진 안철수가 있다. 아직 결심은 안 했지만."

- 여권은 어떻다고 평가하나.
"박근혜 의원과 새누리당은 20세기 후보와 정당으로서 참 노련하게 그 특성을 정확히 잘 구현하고 있다. 다만, 21세기적인 비전과 시스템에서는 치명적이다. 규율화 된 20세기 최고의 후보와 정당이랄까. 그럼 양측 중 누가 이길 것이냐. 둘 다 치명적 약점 속에서 대결하고 있는 것뿐이라고 말할 수 있다."

- 2008년 미국 대선과 올 우리 대선을 비교하면 어떤가.
"2008년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 대 매케인의 대결에서 나는 분명히 오바마가 이긴다고 예측했다. 이유는 자명했다. 오바마는 21세기의 비전과 후보, 정당시스템, 시민사회와 시민네크워크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매케인은 그게 전혀 아니었다. 당연히 오바마가 이긴다. 이번 우리 대선이 바로 그 지점에 있다. 과거와 미래의 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박근혜 의원은 지난 총선 때 20세기 네거티브 캠페인의 교과서를 보여주지 않았나."

- 이번 대선을 '신구 대결'로 규정했는데, 야권도 구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나. 어떤 대선플랜을 세워야 이긴다고 생각하나.
"지금은 고차원적인 해법이 필요하지 않다. 이미 다 나와 있는 해법을 실행하지 않는 게 문제다. 그래서 민주당이 바보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21세기적인 캠페인을 통해 민주당 혁신을 가열차게 밀고 나가면서 누가 더 '21세기 꿈'에 적합한가 경쟁해야 한다. 민주당의 치명적인 결함, 2030세대와 어떻게 만날 것인지 대대적인 확장노력, 그것이 첫 번째 전제다.

두 번째 전제는 안철수 교수가 빨리 결심을 해야 한다. 안철수를 중심으로 한 '안철수 드래프트'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아래로부터 역동적인 시민추대가 전개돼야 한다. 그러고 나서 민주당의 주자와 안철수가 시민네트워크 형태의 경선모델로 경쟁해야 한다. 그 경선은 기존의 민주당 한계를 완전히 뛰어넘는 '사회적 선거'가 돼야 한다.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소셜선거. 그것이 핵심이다. 2030세대가 열광적으로 이 경선에 참여한다, 그러면 박근혜는 이기기 어렵다."

- 민주당과 야권이 과연 2030세대의 열정적 참여를 끌어낼 수 있겠나.
"좀 변하네, 좀 쿨 하네, 좀 관심을 가질 만하네. 이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계속 안철수 때리기 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난 5월 30일 저녁 부산대 경암체육관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난 5월 30일 저녁 부산대 경암체육관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남소연

- 여의도 정가에선 안철수 교수가 아직도 결심을 못했다면 그는 정치를 못한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안철수가 가진 강한 책임감이 있다. 철저한 준비 속에서 나가겠다 뭐 이런 스타일인데, 원래 그런 사람인 걸 우리가 어떻게 하겠나. 오바마처럼 오랜 세월을 준비했고, 또 일단 나온 다음에 단련해서 가겠다 그렇게 하면 가장 바람직하지만 한국이 아직 그런 단계가 아닌 걸 어떻게 하겠나. 그렇다고 계속 안철수 때리기를 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지금은 민주당이 어떻게 해서든지 간에 2030세대의 시대정신과 전면결합을 해야 정권교체가 되는 건데, 안철수 원장에 대해 섣부른 비판을 하는 것은 바보짓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후보 개개인이 나도 해보겠다는 의욕이 있는 것으로 본다. 다만 그것이 정권교체라는 대의보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협소한 생각이라면 굉장히 천박한 것이다."

- 출격 시기를 계속 늦추는 것은 검증을 안 받겠다는 오만한 태도라는 비판이 있는데.
"그 측면보다는 과연 자신이 한 시대의 과제를 떠맡을 정도로 준비가 돼 있냐 이 고민이 깊을 것이다. 나름대로 자기검증과 자기판단이 있는 분이다. 이 분은 여론조사가 높다고 해서, 또 주변에서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대통령감이라고 부추긴다고 해서 절대로 나서지 않는다. 무한한 책임의식이 있다. 일반인의 정서와 다르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는 건 굉장히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한국 정치인 중에 그런 의식을 가진 사람이 별로 없다. 역사에 대한 무한하고 엄중한 책임감을 갖는 건 매우 좋은 태도다."

- 안 원장을 만났나? 몇 차례 만났나.
"노코멘트. 다만 나는 안 원장의 시대정신에 굉장히 공감한다. 21세기 중요한 리더 중 하나다. 나는 대통령은 시대의 결을 읽는 사람이 된다고 생각한다. 안철수 원장은 그 꿈을 꿀 자격이 있다."

- 안철수의 최종 선택이 결국 대선 불출마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는데.
"문재인과 손학규, 김두관 이렇게 민주당의 세 후보가 담대한 21세기 비전을 제시하면서 큰 성장을 한다면 그는 접을 자세가 돼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담대한 21세기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그는 대선 출마로 결정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박원순 시장과 단일화 할 때도 그는 굉장히 단순했다. 나보다 그가 더 잘할 것 같다는 판단 때문인 것이다."

- 야권의 전략가들도 이번 대선은 박근혜 의원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동의하나.
"많은 야권의 전략가가 98% 박근혜 의원이 이긴다고 말하는 건 오만이다. 박 의원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은 건 맞지만 결정론적으로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 지금 가장 중요한 프레임은 과거 대 미래다. 야권이 미래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면 박근혜 의원이 아무리 발악을 해도 이기기 어렵다. 박 의원이 어떻게 미래적 이미지를 만들 수 있겠나."

"대한민국은 역동적, 5개월이면 충분히 전국 뒤집어"

- 이번 대선도 결국 지난 10.26 서울시장 선거 모델로 갈 수밖에 없다고 전망하는 것인가.
"대선이 5개월이나 남았다. 시간은 충분하다. 온오프라인을 총동원해서 시민네트워크와 정당의 역동성이 결합된다면 어마어마한 눈덩이로 '정치 융합'이 일어날 것이다. 대한민국은 역동적이다. 5개월이면 충분히 전국을 뒤집을 수 있다." 

- 광범위한 시민네트워크의 동력이 어디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나.
"20세기적인 운동가들이 이 흐름을 만들 수 없다. 기존의 시민운동가들도 이에 대한 감을 세울 수 없다. 지금은 어마어마한 거대한 전환기다. 주체와 세력, 구도 등등이 모두 다 바뀌는 시대다. 무브온이 미국에서 대박을 터뜨렸을 때 기존 시민사회의 강력한 엘리트들이 아니었다. 장삼이사, 아무도 모르는 기업을 운영하던 찌질한 두 사람이 시작했다. 청춘콘서트도 마찬가지다. 5개월 안에 새로운 형태의 '청콘 2.0', '내가 꿈꾸는 나라 2.0'이 나올지 모른다. 이렇게 되면 한국정치는 과감하게 20세기 성격을 탈피하게 되는 것이다. 이 촉매 역할을 안 원장이 해야 하는데 안 하고 있으니 문제다."

- 박원순 시장은 준비된 시민운동가였지만 안 원장은 학자이자 기업인에 불과하다. 두 사람의 길이 다르다. 박 시장의 준비 정도와 안 원장의 준비 정도, 또 두 사람이 하고자 하는 정치의 크기는 너무 다른 게 아닌가.
"박원순 시장은 한국사회의 준비된 리더지만 대중의 혼을 흔드는 사람은 아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이 뜰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안철수의 아바타'였기 때문이다. 안철수 원장이 결단력 있게 나오는 순간 박원순 시장에게 엄청난 힘이 생겼다. 그런데 이 안철수, 완벽주의 바보가 이걸 계속 뭉개고 있으니 문제다."

- 안 원장은 진영논리를 비판하면서 이른바 진보와 보수 양측 어디에도 안 서 그의 이념이 모호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일찍이 자유주의 시대가 온다고 예고했다. 그 강력한 징후가 안철수 현상이다. 안철수 원장은 대한민국에서 단 한번도 겪지 못했던 서구적 리더다. 명문대 졸업하고 품위 있게 살다가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구현하는 사람이다. 혁신 생태계와 건강한 시장경제를 주장하는 것도 사실은 서구적 형태의 리더다. 그에게 고도의 정치적 판단과 사회운동적 이념, 이런 걸 기대할 수 없다. 그는 빌 게이츠류의 사람이다."

- 안철수 드래프트 운동이 과연 일어날까. 이른바 시민정부론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인가.
"안철수 드래프트운동은 가능하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그리고 안철수세력이 함께 경선을 시작할 때 하나의 플랫폼이 형성될 것이다. 이 플랫폼에 민주주의 세력, 심상정과 노회찬 등 통합진보당 정치인들 등도 합류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이것이 정부의 비전과 정책의 넓은 기반이 된다. 이 경선을 통해 후보가 만들어지면 강령위원회를 만들고, 21세기 새로운 정부의 비전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시민이 주도하는 위키피디아 방식으로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2.0이 만들어지면 향후 누가 집권한다고 해도 시민정부의 토대가 생기는 것이다. 이것은 전세계 어디에서도 못하고 있다. 영국과 미국이 초보적으로 시작한 단계다. 우리가 시작하면, 시민의회 2.0. 시민입법 2.0이 된다. 여기에 시민네트워크 정당까지 붙여진다면 대한민국은 정말 위대한 민주주의 국가가 될 수 있다."

- 안철수 원장은 새로운 정당을 만들지 않겠다고 했다. 또 민주당에 입당할 뜻도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런 형태로 만들어지는 정당이라면 함께 할 거라고 보는 건가.
"시민정부 플랫폼이 만들어지면 민주당은 기존의 민주당이 아니다. 시민네트워크 정당이 되는 것이다. 협소하기 짝이 없는 지금의 민주당에 대한 불안감도 해소된다. 변화된 야권 지형에서 시민에 기반한 민주당에는 안 원장도 들어갈 여지가 있다."


#안병진#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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