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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의 군사 독재자 호르헤 비델라(86) 전 대통령이 '아기 납치'로 50년 형을 선고받았다.

CNN은 6일(한국시각) "아르헨티나 법원이 군사 독재 시절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아기 납치에 연루된 혐의로 비델라에게 징역 50년 형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전직 대통령이 반인륜적 범죄로 사실상 종신형과 다름없는 처벌을 받게 된 것이다.

비델라 정권은 독재 시절 구금되거나 사형당한 반정부 운동가들의 아기 5백여 명을 납치해 군 장교 가정에 강제로 입양시켰다.

아르헨티나 육군총사령관 출신인 비델라는 1976년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이사벨 페론 대통령 정권을 무너뜨리고 군사평의회의 추대로 대통령에 취임해 1981년까지 집권했고, 5년 임기를 마친 뒤 물러났다.

비델라가 집권하는 동안 3만 명 이상의 반정부 인사가 불법 체포, 구금되고 일부는 사형을 당하거나 실종됐다. 이와 같은 인권 탄압은 '더러운 전쟁'(Dirty War)으로 불린다. 또한 비델라 집권 당시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외채 증가로 인해 경제도 악화됐다.

군부가 막을 내리고 등장한 라울 알폰신 전 대통령의 민간 정부는 군부 인사에 대한 처벌을 추진했다. 비델라는 1985년 종신형을 선고받고 수감됐으나 군부의 반발을 우려한 카를로스 메넴 전 대통령에 의해 1990년 사면을 받고 풀려났다.

다시 법정에 선 비델라 

하지만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현 대통령의 남편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이 사면을 전격 취소하고 다시 처벌을 추진했다. 비델라는 2010년 살인·납치·고문 등의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뒤 아기납치 혐의로 또다시 법정에 섰다.

당시 군사 정권에 의해 강제 입양됐던 아기들은 현재 30대가 됐으며 이들 중 약 100여 명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 신원을 확인하고 친가족을 찾게 됐다.

강제 납치돼 양부모 손에서 자라야 했던 프란시스코 마다리아가 퀸텔라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이(군사 정권) 우리에게 한 것은 가장 사악하고 최악"이라며 "시간이 흘러도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고 분노했다.

이 밖에도 법원은 비델라로부 정권을 이양받아 군사 정권의 마지막 대통령을 지낸 레이날도 비뇨네에게 15년 형을 선고했고, 아기 납치에 관여한 인물에 대해서도 15~40년 형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은 부에노스 아이레스 법원 밖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서 생중계됐으며 많은 시민들이 몰려 판결을 지켜봤다.


#호르헤 비델라#아르헨티나 군사 독재#더러운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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