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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2일 발생한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사망 사고를 설명한 현장사진. 현대중공업노조가 발행하는 민주항해는 이 사진을 싣는 것과 함께 회사측의 정확한 사고원인 파악, 재발방지대책, 회사내 모든 장비의 안전점검 등을 요구했다
지난 7월 2일 발생한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사망 사고를 설명한 현장사진. 현대중공업노조가 발행하는 민주항해는 이 사진을 싣는 것과 함께 회사측의 정확한 사고원인 파악, 재발방지대책, 회사내 모든 장비의 안전점검 등을 요구했다 ⓒ 현대중공업노조 민주항해

지난 5월 30일에 이어 2일에도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가 작업중 사고로 사망하자 노동계가 사업주 책임을 강화하는 '기업살인처벌특별법'을 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동계에 따르면 2일 오전 9시 25분경 울산 동구에 있는 현대중공업엔진사업부 내 단조크랭크 절단장에서 마그넷 크레인을 운전하는 하청업체 경원ENG 소속 최아무개(27)씨 가 중대재해를 입고 울산대병원으로 후송됐으나 3일 오전 9시쯤 숨졌다.

사고는 고인을 포함한 두 작업자가 마그넷 크레인 리모콘을 사용하여 크레인을 이동하다 같은 레일에 있는 두 크레인이 충돌해 고인을 때리면서 발생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등 노동계로 구성된 '울산지역 노동자 건강권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5일 오전 11시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산 우선이 가져온 예고된 인재"라며 책임자 처벌과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생산실적 위주가 사고 불러"

대책위는 기자회견에서 "지난 5월 30일 하청 노동자의 죽음이 수습되기도 전에 또 다시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며 "이번 사고 또한 크레인과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스위치가 작동만 되었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였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이번 사고는 크레인 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접근방지 스위치를 차단하고 일상적으로 운행해왔다"며 "충돌 시 작동해야 할 센스가 애초부터 임의로 눌러진 채 작동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오로지 생산에 사활을 건 부서 관리자와 안전 관리자들의 방관과 묵인 하에 한 젊은 노동자가 억울한 죽음을 당한 것"이라며 "특히 재해자가 있던 사업장은 5월 전까지 만해도 정규직이 크레인 운전을 담당했던 사업장인데, 5월 이후 업체에 넘겨주면서 현장적응과 안전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업체노동자들이 중량물 이동을 담당했던 것으로, 예고된 인재였다"고 성토했다.

특히 대책위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제보에 따르면 신호수가 필요하다는 현장의 요구에도 부서에서는 '우리는 신호수 없어도 잘 한다'는 말로 묵살해왔다"고 주장하고 "현장의 오랜 경험과 전문 교육을 받은 신호수 노동자들의 퇴직에 따라 신규인원을 보충하고 교육을 늘려야 되지만 값싼 하청노동자들로 채우면서 사고를 키워왔던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시설물을 관리하고 노동자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현대중공업의 자만과 아집으로 방관해 온 부서관리자들은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며 "사고 가해자 개인문제로 몰고 갈일 아니며, 현대중공업의 시설물 관리 부재와 안전관리 시스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배문석 국장은 "지금까지 사고 수습 과정을 보면 가해자 한 명의 희생으로 마무리 하려는 듯하다"며 "그러나 이번 사고는 개인적인 실수나 과실의 문제를 넘어 2개월의 경험 밖에 없는 노동자를 작업감시인도 없이 무리하게 크레인 작업을 강행시킨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행법상 문제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리모콘 작업을 무분별하게 확산시켜 왔던 것도 이번 사고가 현재 진행형임을 보여주고 있다"며 "간단한 교육을 이수하면 주어지는 수료증이 안전을 확보해 주지 못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힘없는 하청업체 노동자 개인 과실로 몰고가"

산업재해가 빈발한 울산지역의 노동단체들이 노동자 건강권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대책위에는 민주노총 울산본부, 금속노조 울산지부,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공공운수노조 울산지역본부, 건설플랜트 울산지부, 화섬연맹 울산본부,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울산이주민센터, 현대차산재노동자회 등이 가입해 있다.

대책위는 이번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사고 사망과 관련, 안전관리 책임자 처벌과 원인규명을 철저히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사고가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보다는 가해자의 개인적 불찰로 몰고 가려는 의도가 보인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하청업체 노동자 개인이 임의로 스위치를 고정시키고 상시적으로 크레인 운행을 했다고 볼 수 없다"며 "상관의 지시 내지는 묵인 없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원청관리자와 안전관리자의 묵인이 아니라면 이들은 업무 소홀과 직무유기로 당장 옷을 벗을 일"이라며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해 책임소재를 가려 엄중 문책해야 하며 힘없는 하청노동자를 제물로 삼아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이외 특별안전감독 실시와 조선업의 자율안전관리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한편, 특히 사업주 책임을 강화하는 가칭 '기업살인처벌특별법' 제정을 요구했다.

대책위는 "사고 이후 울산고용노동지청을 방문해 지청장 및 담당자와  면담을 갖고 현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을 철저히 조사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며 "그러나 노동지청이 사업주 구속품신을 올리더라도 검찰에서 불기소처리 하면서 매 번 면죄부를 주었기 때문에 엄격한 사고 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죽음의 행렬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기업살인처벌특별법' 제정 촉구 이유를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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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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