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최고 별미를 꼽으라면 무엇을 꼽겠습니까? 우리 집 아이들은 '옥수수'입니다. 3명이 앉아 한솥 삶은 옥수수를 다 먹습니다. 그것도 '게눈 감추듯' 먹습니다. 어릴 적부터 그랬으니 초등 5, 중1, 중2가 되니 엄마와 아빠가 먹을 옥수수는 거의 없습니다. 막둥이는 얼마 전부터 할머니와 큰 아빠에게 말했습니다.
"할머니, 큰 아빠 옥수수 언제 먹을 수 있어요?""조금만 더 기다리면 먹을 수 있어.""나는 노란 옥수수가 먹고 싶어요."
"조금 있다가 나올 옥수수는 노란 옥수수야."드디어 그날이 왔습니다. 작은 형님이 옥수수를 보내왔습니다. 아이들은 옥수수를 보자마자 입안에 침이 고였습니다. 아내는 부리나케 삶았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옥수수 먹음직합니다.
다 삶은 옥수수를 꺼내 놓으니 노란 빛깔이 얼마나 예쁜지 모릅니다. 삶은 옥수수를 보는 순간 막둥이는 덥석 집었습니다. 얼마나 뜨겁겠습니까? 입안에 들어가는 순간 얼굴을 찡그립니다. 하지만 뜨겁다고 먹지 못할 막둥이가 아닙니다.
"앗 뜨거워! 앗 뜨거워!"
"뜨거우면 먹지 말아야지."
"뜨거울 때 먹어야 더 맛있어요. 앗 뜨거워 앗 뜨거워."
방금 삶은 옥수수, 날씨도 더워 쉽게 식지 않습니다. 결국 막둥이가 고안한 옥수수 먹는 방법은 포크로 옥수수를 찍어 먹었습니다. 옆에 있던 딸 아이도 옥수수에 정신을 놓았습니다. 중1 여학생 모습은 오 간데가 없습니다.
"옥수수가 그렇게 맛있어?"
"그럼요 얼마나 맛있는데요.""공부도 옥수수 먹는 것처럼 좀 해라.
"옥수수 먹는데 무슨 공부 타령이에요.""중학교 1학년 여학생이 어떻게 동생처럼 똑같은 모습으로 먹냐. 좀 예쁘게 먹을 수 없니.""옥수수는 예쁘게 먹는 게 아니고 맛있게 먹는 거예요."맞는 말입니다. 음식은 예쁘게 먹는 게 아니라 맛있게 먹어야 합니다. 막둥이는 옥수수를 먹다가 잇몸 사이에 끼었는지 손가락으로 파내는 모습까지 보여주었습니다. 옥수수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편식하지 않고 아무거나 잘 먹는 우리 아이들 참 예쁩니다.
하지만 가뭄 피해가 조금 적은 우리 동네는 이렇게 옥수수를 맛있게 먹는데 가뭄 때문에 타들어가는 분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고 죄송합니다. 비가 내려 파릇파릇한 옥수수처럼 온 나라가 푸른 빛깔이 도는 날이 빨리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