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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빵집'이 맛으로 호소하며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대한 역습에 나섰다. 대한제과협회와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는 22일부터 사흘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 B2홀에서 열리는 '2012 대한민국 동네빵집 페스티벌'을 연다. 소비자들이 '동네빵집'에서 만드는 수제 빵의 우수성을 체험해보게끔 하겠다는 취지다.

 '2012 대한민국 동네빵집 페스티발'을 보러 온 관객들이 부산지역 기능사들이 만든 쿠키를 앞 다투어 시식하고 있다.
'2012 대한민국 동네빵집 페스티발'을 보러 온 관객들이 부산지역 기능사들이 만든 쿠키를 앞 다투어 시식하고 있다. ⓒ 김동환

당일 만든 빵 50% 할인가격에 판매

행사가 진행된 B2홀에는 오전부터 빵냄새가 가득했다. 전국에서 모여든 제과제빵 기능장들이 지역별로 전시장 내에 설치된 '맛있는 동네빵집관' 부스에서 빵을 구워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당일 빵을 만들어 시식용으로 제공하거나 5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아침을 굶고 간 기자의 몸은 갓 구워낸 빵의 고소한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현장에서 갓 나온 빵들은 시식용으로 썰기가 무섭게 관람객들에 의해 사라졌다. 손은 눈보다 빨랐다. 입에서 빵을 씹고 있으면서 허공을 응시하며 빵을 또 집는 관객들도 있었다.

'웰빙'이 유행하는 시대답게 가장 빨리 '품절'된 것은 인천의 '건강빵'과 울산 '미역빵'이었다. 울산의 미역빵은 빵에 울산 정자지역에서 생산되는 미역 조각을 잘게 잘라 넣은 빵이다. 달지 않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찰보리와 우리밀을 섞어 소화가 잘 되는 청주 '직지빵'도 인기를 끌었다.

대구, 경북지역 제빵 기능장들은 초코, 호두 머핀과 마늘빵을 내놓았다. 평소 설탕이 잔뜩 들어간 단 빵을 먹지 못해 초코 머핀 같은 건 한입만 먹어도 피부에 소름이 돋는 기자 입맛에도 거부감 없는 맛이었다. 가격은 개당 1000원. 오규현 제과 기능장은 머핀 맛의 비결을 묻자 "100% 우유버터를 쓴다"면서 "살짝 식혀 먹으면 더 맛있다"고 귀띔했다.

전북 지역 기능장들은 '센베' 과자와 머핀, 만쥬를 준비했다. 이관복 기능장은 "우리 제품들은 100% 우리밀을 쓴 것이 특징"이라며 "가장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하는 송실 센베는 센베 좋아하는 어른들이라면 꼭 먹어볼만 한다"고 추천했다.

 '2012 대한민국 동네빵집 페스티발' 현장에서 '흑미 소보루빵'을 만들고 있는 광주지역 제빵 기능장들.
'2012 대한민국 동네빵집 페스티발' 현장에서 '흑미 소보루빵'을 만들고 있는 광주지역 제빵 기능장들. ⓒ 김동환

대전에서 올라온 기능장들은 초콜릿을 맡았다. 직접 생산한 여러 초콜릿 제품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은 3000원 짜리 초콜릿 팥빙수였다. 초콜릿 팥빙수는 연유 대신 초콜릿과 생크림을 섞은 '가나쉬'에 얼음을 갈아넣고 팥과 떡, 견과류와 다크초콜릿 조각을 뿌려 만든다. 제과기능장 하연옥씨는 "시중 어디가서도 먹을 수가 없는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오전에 나온 빵을 판매하고 시식차 이곳에 들린 다른 지역 기능장들은 하씨에게 "너무 싸게 판다"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

경력이 오래된 기능장들은 시중에서 쉽게 찾기 어려운 고난이도 빵을 내놓았다. 0.6%미만의 효모만 써서 만드는 빵 '치아파타'가 바로 그것. 별다른 첨가물을 넣지 않아도 특유의 고소한 맛이 나는 이 빵은 효모 대신 사과액을 쓰는 것이 특징이다. 치아파타와 치아파타 빵에 노란 치즈, 흰색 치즈, 양파를 버무려 만든 '투카스'는 개당 2500원이라는 비교적 높은 가격에도 구워내는 족족 팔려나갔다.

프랜차이즈 빵 VS 동네빵집 빵 = 냉동 삼겹살 VS 생삼겹살?

대한제과협회에서 이런 행사를 마련한 이유는 냉동 생지(밀가루와 물을 효소 또는 효모와 반죽해서 얼린 것)를 사용하는 '파리바게트, 뚜레주르' 등 프랜차이즈 빵집과 동네빵집의 빵 맛 차이를 직접 먹어보고 느껴보라는 취지다.

반죽에 들어가는 효소나 효모는 상온에서 자연스럽게 빵을 부풀리는 역할을 하는데 프렌차이즈 빵집에서 쓰는 냉동 생지는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든 후 빵집으로 배송하기 위해 한 번 얼렸다가 녹여서 사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맛이 덜하다는 얘기다. 한 제빵 기능사는 이를 '생삼겹살'과 '냉동 삼겹살'에 비교했다.

현장 기능사들은 동네빵집에서 만들어지는 빵에는 별도의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서울에서 빵집을 운영한다는 김현식(가명) 기능장은 "여름에 동네빵집에서 만든 크림빵은 하루를 못 넘기고 상한다"면서 "프랜차이즈 제과점표 빵이 며칠 동안 안 상하는 이유에 대해서 소비자들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22일 열린 '2012 우리나라 동네빵집 페스티발'의 '예쁜 케이크 만들기' 행사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생크림으로 케이크 장식을 만들고 있다.
22일 열린 '2012 우리나라 동네빵집 페스티발'의 '예쁜 케이크 만들기' 행사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생크림으로 케이크 장식을 만들고 있다. ⓒ 김동환

제빵 인구의 대중적 특성 때문인지 행사장에는 여성 관객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들은 초콜릿 매장에서 카카오 원산지에 대해 묻거나, 현장에서 현직 기능장들을 붙잡고 빵 만드는 비결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온 이지선씨는 "집에서 머핀을 만들면 아무리 해도 이 맛이 안 난다"며 "오늘 배운대로 집에 가서 다시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25일까지 이어질 이번 행사에는 빵 시식 및 판매 이외에도 '제과 달인 선발대회', '예쁜 케이크 만들기', 제과제빵 공예작품 경연대회'등 다양한 볼거리들도 이어질 예정이다.


#동네빵집 페스티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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