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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룡동굴 생태체험관

 백룡동굴과 동강
백룡동굴과 동강 ⓒ 이상기

백룡동굴은 동강변에 있다. 그곳에 가기 위해서는 강원도 산길을 돌고 돌아 평창군 미탄면 마하리로 가야 한다. 우리는 전세버스로 아침 8시 30분에 마하리 문희마을에 도착한다. 9시부터 백룡동굴 탐사가 예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백룡동굴 탐사는 예약제로 운영된다.

우리는 백룡동굴 생태체험관 앞 주차장에서 준비운동을 하고 두 조로 나눠 생태체험관으로 간다. 백룡동굴은 다른 동굴처럼 관람하는 게 아니라 탐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 조의 인원을 15명 정도로 한정하고 있다. 동굴 관람과 탐사는 두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다.

첫째 관람은 많은 인원이 주마간산 격으로 보게 된다. 그러나 탐사는 적은 인원이 종유석을 만져보고 느껴면서 체험한다. 둘째 관람에는 가이드의 설명만 있지, 질의응답이 없다. 그러므로 일방적이다. 그렇지만 탐사는 가이드와 탐사객이 수시로 문답을 하면서 석회동굴과 종유석에 대해 확실히 알아간다. 그러므로 요즘 말하는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

 포스토이나 동굴
포스토이나 동굴 ⓒ 이상기

나는 단양의 고수동굴, 삼척의 대금굴, 슬로베니아의 포스토이나 동굴을 관람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 백룡동굴 탐사처럼 종유석을 가까이서 만져보고 체험해 본적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백룡동굴 탐사는 정말 해 볼만 하다. 엎드려 기기를 여러 차례, 헬멧이 부딪치기를 몇 번, 좁은 동굴 빠져나오기를 여러 번, 한마디로 조심과 긴장의 연속이다.

깜깜절벽에 가까운 길을 헬멧에 붙은 랜턴에 의지해 찾아가는 그 스릴을 백룡동굴 아니면 어디서 체험하겠는가? 우리는 동굴생태체험장에서 빨간색 작업복을 하나씩 지급받은 다음 탈의실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는다. 옷을 입으니 순식간에 빨갱이가 되었다. 빨갱이 되기가 이렇게나 쉽다. 그리고는 밖으로 나와 헬멧과 장화를 하나씩 지급받는다.

헬멧은 머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장화는 동굴 안에 물이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요즘 가물어 수위가 낮아져 들어갈 수 있지, 장마철에는 동굴에 물이 차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우리는 완벽한 동굴탐사대가 되어 가이드로부터 몇 가지 주의사항을 듣는다. 절대 개인행동하면 안 되고, 동굴 내에서 종유석을 훼손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항상 조심하라는 말도 덧붙인다. 

종유동굴에 대한 공부

 동굴 입구의 빨갱이들
동굴 입구의 빨갱이들 ⓒ 이상기

우리 일행은 백룡동굴로 가기 위해 동강에 있는 선착장으로 내려간다.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조금 올라가면 왼쪽으로 백룡동굴 입구가 보인다. 옛날에는 생태체험관에서 절벽을 따라 난 길을 통해 동굴로 갔는데, 이제는 배를 타고 간다. 단 5분 밖에 걸리지 않는 짧은 거리지만 동강을 따라간다는데 의미를 부여한다.

입구는 철문으로 걸려 있다. 우리가 오늘 첫 탐사객인지라 가이드가 문을 따고 들어간다. 안으로 들어가자 어둠이 우리일행을 맞이한다. 그런데 그 어둠 속에서도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평평한 대지에 온돌을 설치했고, 한쪽으로는 사기그릇이 보인다. 6·25사변 같은 전란을 피해 주민들이 이곳에 들어왔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종유석의 화려함
종유석의 화려함 ⓒ 백룡동굴

가장 최근에 백룡동굴을 발견한 사람이 정무룡 형제라고 하는데, 그 전부터 주민들이 이곳을 들락거렸음을 알 수 있다. 이곳을 지나자 굴을 타고 갑자기 아래로 내려간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석회동굴 탐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A코스를 탐사할 것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종유관과 종유석이 다. 동굴 위로부터 아래로 흘러내려와 관을 형성하면 종유관이 되고, 그것이 흘러내려 덩어리를 형성하면 종유석이 된다.

조금 더 들어가니 동굴 산호 천지다. 동굴 산호는 석회석이 산호처럼 꽃이 핀 형태를 말한다. 아주 작은 돌기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그 위로는 다이아몬드처럼 물방울이 맺혀 있다. 또 가끔 휴석(畦石)을 만날 수 있다. 석회석이 물에 침식되면서 가장자리가 논둑이나 밭둑처럼 만들어진 경우를 휴석이라고 한다.

 종유석의 기이함
종유석의 기이함 ⓒ 백룡동굴

동굴을 탐사하면서 석순과 석주는 수도 없이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백룡동굴은 다른 곳에 비해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어 그 아름다움이 더 하다. 이곳에는 외출을 했다 들어온 석주가 있다. 그 외출이라는 것이 경찰서장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것이 언론에 공표되면서 큰 이슈가 되었다고 한다. 그 석주는 현재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있다. 항상 제자리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 

또 멋있는 것은 커튼으로 불리는 석회암 벽이다. 이것은 유석이 벽으로부터 흘러내려 얇은 막을 형성하고 있다, 그래서 불을 갖다 대면 빛이 어느 정도 투과하는 반투명이 된다. 커튼 외에 특이한 것은 동굴 방패다. 석순의 끝부분이 둥근 방패처럼 만들어져 있다. 동굴 방패 같은 것은 가이드가 설명을 해 주니 알지, 그렇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것들이다.

그렇지만 이곳 백룡동굴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에그 프라이다. 에그 프라이는 석순의 한 형태로, 달걀을 프라이를 할 때 반숙이 된 모습이다. 불을 갖다 대니 정말 에그 프라이처럼 노른자가 보인다. 백룡동굴은 이처럼 독특한 석회암 생성물이 많아 1979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백룡동굴은 경관적, 학술적, 생물학적, 고고학적 측면에서 매우 가치 있는 동굴로 평가된다.   

암흑체험, 그 속에 철학이 들어 있다

 종유석 앞의 빨갱이들
종유석 앞의 빨갱이들 ⓒ 이상기

굴을 따라 우리는 어느덧 A코스의 마지막에 이르렀다. 그곳은 비교적 공간이 넓다. 가이드는 우리에게 헬멧에 붙은 랜턴을 꺼줄 것을 부탁한다. 하나 둘 셋 넷 ... 열다섯. 굴 안이 순식간에 암흑으로 변한다. 빛이라고는 전혀 없는 깜깜절벽이다. 그때 가이드가 천천히 말을 잇는다.

"이제 어둠을 체험하는 시간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빛의 고마움을 너무나 모르고 살았습니다. 빛이 없으니 어떻습니까? 뭐 보이는 게 있습니까?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가져야 되겠죠? 암흑체험은 유일하게 백룡동굴에서만 시행하고 있습니다."

 종유석 앞의 부부 빨갱이들
종유석 앞의 부부 빨갱이들 ⓒ 이상기

그렇게 한 이삼 분 흘렀을까? 가이드는 우리에게 랜턴을 켜라고 주문한다. 그제서야 우리는 다시 완전한 어둠으로부터 희미한 불빛의 세계로 돌아온다. 암흑체험을 통해 우리는 세 가지를 알게 됐다. 첫째 어둠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되었다. 둘째 빛과 에너지의 고마움을 생각하게 되었다. 셋째 보는 즐거움에 대해 감사할 줄 알게 되었다.

암흑체험, 누가 생각해 낸 것인지 그 속에 큰 철학이 들어있다. 나오는 길에 우리는 두 번째 탐사 팀과 잠깐 만났다. 그들도 암흑체험을 하러 가는 모양이다. 나올 때도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라 종유석에 대한 복습을 하면서 나왔다. 그 덕에 정말 종유석에 대해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동굴 입구에 이르니 밝은 빛이 동굴 안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동강변에서 느끼는 밝음의 미학

 동강의 추억
동강의 추억 ⓒ 이상기

입구에 이르러 시간을 보니 오전 11시 30분이다. 우리는 두 시간 이상을 동굴 속에서 보낸 셈이다. 시간이 그렇게나 빨리 지나갔다. 하나도 지루하지 않고 재밌었다. 동굴 밖으로 나오니 6월의 초록이 더욱 더 푸르게 느껴진다. 빛이 가득한 자연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가이드가 배를 부른다. 우리는 잠시 동강변을 배회한다. 꽃도 보고 식물도 보고 물도 들여다보고. 그렇지만 물고기는 보이질 않는다. 그 사이 여자들 사이에서 한바탕 논쟁이 벌어졌다. 강변에 열무 같은 식물이 있는데, 이게 열무냐 아니냐는 논쟁이다. 어릴 때 무와 배추를 키워 봤고, 수도 없이 열무김치를 담갔을 텐데 말이다.

 배를 탄 빨갱이들
배를 탄 빨갱이들 ⓒ 이상기

결론은 '열무가 아니다'로 났다. 생긴 건 열무와 똑같은데 맛을 보니 아니더라는 것이다. 어디 비슷한 식물이 한둘이랴? 곧이어 배가 도착했고, 우리들은 몸무게에 맞춰 양쪽으로 갈라 앉는다. 안전을 위해서다. 두둥실 두리둥실 배가 떠나간다. 배는 물길을 타고 하류로 내려간다. 그 놈의 모터를 켜지 않고 그냥 내려갔으면 좋겠구만, 다음 탐사팀을 태워야 하니 속도를 낸다.

조타수가 선착장에 도착하기 전 잠깐 장난을 친다. 기수를 확 틀어 사람들에게 물이 튀게 한 것이다. 모두들 또 한 번 즐겁게 웃는다. 배를 내린 우리는 생태학습장 앞에 있는 수돗가에 가서 장화를 씻는다. 장화뿐 아니라 옷까지 더러워졌지만 옷은 이곳에서 한꺼번에 세탁을 한다고 한다. 옷과 헬멧까지 반납을 하고 나오니 낮 12시다. 이제 점심을 먹고 우리는 칠족령 하늘벽을 따라가는 트레킹을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6월 9일(土) 강원도 평창과 정선의 경계에 있는 백룡동굴과 칠족령을 다녀왔다. 백룡동굴은 석회암 동굴로, 특이한 모양의 종유석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칠족령은 동강을 따라 나 있는 절벽인 하늘벽으로 유명하다. 이들에 대한 기사를 2회 쓸 예정이다.



#백룡동굴#동강#생태체험관#석회암 동굴#암흑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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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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