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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오전 9시 충남도청 소회의실에서 도의회, 도교육청, 시민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한 ‘구마모토 왜곡교과서 부교재 채택에 대한 민관 협력 토론회’.
 30일 오전 9시 충남도청 소회의실에서 도의회, 도교육청, 시민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한 ‘구마모토 왜곡교과서 부교재 채택에 대한 민관 협력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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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가까이 쌓아온 우정에 기초해 문제를 풀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실천하겠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29년째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일본 구마모토현 교육위원회가 일부 중학교 공민과목 부교재로 왜곡이 심한 이쿠호샤판을 채택하고 시정 요구마저 외면하자 직접 나섰다. 이는 왜곡교과서 문제를 풀어가는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지방외교의 시험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안 지사는 30일 오전 9시 충남도청 소회의실에서 조병립 충남도국제관계자문대사를 비롯 김지철 도교육의원, 도교육청, 시민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한 '구마모토 왜곡교과서 부교재 채택에 대한 민관 협력 토론회'를 통해 "오랜 우정에 기초해서 해법을 찾겠다"면서도 "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들은 다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일상적 공조 논의 위한 '민관협의체' 구성하기로 

 안희정 충남도지사
 안희정 충남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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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매결연 파기와 같은) 단절은 최후의 수단이자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 아니다"며 "관계를 유지하면서 큰 소리 내지 않고 세부계획을 세워 실천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안 지사는 한 예로 충남도가 지난해 말부터 일본의 기업유치와 관련, 역사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충남도는 지난해 말부터 외자유치 사전검토 항목에 기존 환경성 및 경제성 조항 외에 기업의 역사성을 추가했다. 일본 최대 우익단체인 일본회의 등 역사왜곡 단체와 연관된 기업은 투자유치 대상에서 제외시키거나 세제지원 등 혜택을 주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는 요란한 정치적 선언보다는 구마모토현과 관계를 유지하는 속에서 실효성 있는 세부계획을 마련한 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충남도 남궁영 경제통상실장도 "민관이 인식을 공유하고 공조를 강화해 대응하겠다"며 "국제통상실의 업무분장에 일상적 교류 사업 외에 (국제 자매결연 지역의) 왜곡 교과서 문제 등 아시아 평화를 위한 역사인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을 명기하겠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토론회를 통해 '신중하면서도 결연하게 대응한다'는 기조에 공감하고 일상적 공조를 위한 '민관협의체'를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김지철 교육의원 "도교육청도 공동대응 나서야"

이에 앞서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연구소 남상구 연구위원은 '일본의 교과서 왜곡 실태와 대응방안' 주제 발표를 통해 "일본 우익단체와 보수 정치가들의 지원을 받는 이쿠호샤 교과서 채택률이 10년 동안 100배(지난 해 11월 기준 역사 3.7%, 공민 4.1%) 가량 늘어났다"며 "일본 교과서 시장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남 연구위원은 "교과서 문제는 세계평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보편적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이쿠호샤 공민 교과서는 독도를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전쟁을 미화하며 평화헌법을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30일 오전 9시 충남도청 소회의실에서 도의회, 도교육청, 시민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한 ‘구마모토 왜곡교과서 부교재 채택에 대한 민관 협력 토론회’.
 30일 오전 9시 충남도청 소회의실에서 도의회, 도교육청, 시민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한 ‘구마모토 왜곡교과서 부교재 채택에 대한 민관 협력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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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세부 실천방안으로 ▲ 이쿠호샤판 공민교과서 문제점 검토 및 홍보 ▲ 구마모토 현지 토론회 개최 ▲ 평화캠프 ▲ 한중일 공동 역사교재(미래를 여는 역사) 충남도 및 구마모토현 학교 공동 부교재 사용 ▲ 교사 교류▲ 교환 수업 독도 및 동아시아사 교육 강화 등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지철 충남교육의원은 "신중하면서도 결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충남도 기조에 동의한다"며 "하지만 한시적으로 구마모토현에 파견돼 있는 연락관을 소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의회에서는 공식 항의방문단을 파견하고 일본과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전국 시도의회를 중심으로 특별결의문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충남교육청에 대해서도 "이쿠호샤 공민교과서의 문제점을 분석한 자료집을 제작해 배포하고 왜곡 교과서를 채택한 구마모토현 해당 중학교 학생들에게 편지보내기, 공동교과서 활용방안 연구 등 공조가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도교육청 "실무 검토 통해 적극추진"

김지훈 충남참여자치연대 집행위원장은 "그동안 시민단체에서는 일본 구마모토현 현지 시민단체와 교류를 통해 양심적 목소리를 키워내는 일에 주력해 왔다"며 "이후 시민단체 차원의 릴레이 의견 전달하기, 왜곡 역사교과서 학습회 등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충남도교육청 김성기 교육정책국장도 "실무적인 검토를 통해 협조할 것은 하고 자체로 할 수 있는 것은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남궁영 경제통상실장은 "오늘 토론회는 민관이 향후 대응기조를 확인하고 대응체계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며 "내달 중 민관협의체를 통해 각 분야별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사회는 이신철 성균관대동아시아역사연구소 연구교수가 맡았고, 안 지사가 토론회 전 과정을 경청했다.


#지방외교#구마모토현#이쿠호샤#안희정#충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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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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