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잡구 경기 시작 전. 게임 규칙을 설명하는 오연호 대표기자
잡구 경기 시작 전. 게임 규칙을 설명하는 오연호 대표기자 ⓒ 이상규

축구, 농구, 배구를 동시에 하는 경기가 있다? 믿기 어렵지만 존재한다. 이 경기의 명칭은 잡구(雜球). 이 종목은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가 창안했다.

잡구 경기란 구기종목으로, 배구공을 사용해 축구골대에 슛을 던지는 게임이다. 한 팀당 남녀가 섞여 적당한 인원으로 구성된다. 패스와 슛은 보통 손을 사용하며 발은 원칙적으로 사용이 금지된다. 이때 여자는 모든 행동이 가능한 반면, 남자는 세 걸음 이상 걷는 것이 불가능하다. 또 남자는 전진 패스만 가능하다. 경기 시간은 전후반 각각 10분씩 진행된다.

지난 26일 오후 6시, 강화도 오마이스쿨 운동장에서 펼쳐진 잡구경기의 선수들은 오연호의 기자 만들기(오기만) 40기 학생들이었다. 온종일 강당에서 수업을 들은 학생들에게 오연호 대표기자는 주심을 자처하며 잡구 경기를 주관했다.

오기만 40기 26명의 학생들은 가발(가슴뛰는 기사, 발로뛰는 기자)팀과 깨소금(깨어있고, 소양있는, 금시대 언론인)팀으로 나눠 경기를 시작했다.

 환호하는 가발팀
환호하는 가발팀 ⓒ 이상규

먼저 골문은 열어젖힌 것은 가발팀이었다. 전반 6분 가발팀의 지남주(여) 선수는 장양수(남) 선수의 감각적인 패스를 받아 수비가 없는 틈을 타 송곳같이 매서운 슛을 던져 골망을 흔들었다. 승부의 추가 기운 순간이었다. 이후 깨소금 팀은 차츰 무너지는 듯했다.

가발팀의 압도적인 볼 점유율로 전반전이 끝나고 5분의 휴식시간을 가진 후 경기는 재개됐다. 후반 2분 엄청난 팔 힘을 자랑하는 소방관 출신 구진만(남) 선수의 롱패스를 받은 조시연(여) 선수는 가발팀의 빗장수비를 뚫고 가까스로 볼을 던져 슛을 성공시켰다. 1:1 동점, 승부의 행방은 묘연해졌다.

 역전하는 깨소금팀
역전하는 깨소금팀 ⓒ 이상규

그리고 후반 5분, 영웅이 탄생했다. 바로 깨소금팀의 황혜원(여) 선수다. 황 선수는 경기장 중간에서 볼을 패스 받은 후 무려 15m 정도를 단독으로 드리블을 해나갔다. 가발팀의 수비를 무력화한 황 선수는 드디어 골키퍼와 일대일 대치상황을 맞이했고, 골대 오른쪽 깊숙이 대포알 슛을 던져 성공시켰다. 깨소금팀의 환호와 가발팀의 탄식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황 선수는 골을 성공 시킨 후 "내 몫을 해냈다는 안도감에 마냥 기쁘고 후련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부상을 입은 박정미 선수(가운데)
부상을 입은 박정미 선수(가운데) ⓒ 이상규

하지만 이대로 무너질 가발팀이 아니었다. 후반 7분 가발팀의 날쌘돌이 공격수 박정미(여) 선수는 같은 팀 최지문(남) 주장의 보호하에 빠르게 움직이며 차츰 깨소금팀 진영으로 전진했다. 하지만, 이때 사고가 발생했다. 치밀한 작전으로 전진한 박 선수가 깨소금팀 수비 중심인 노용래(남) 선수의 파울로 크게 넘어져 팔뚝에 찰과상을 입고 만 것. 이때 상황에 대해 박 선수는 "아찔하고 많이 아팠다"고 회상했다. 결국 노 선수는 오연호 주심으로부터 옐로우 카드를 받았다.

그 후 3분 동안 가발팀과 깨소금팀은 장군 멍군을 반복했고, 오연호 주심의 휘슬과 함께 경기가 마무리됐다. 스코어는 2:1, 승리는 깨소금팀이 차지했다.

경기를 관람한 허영진씨는 "이기고 지고를 떠나 운동을 통해 오기만 40기가 하나되는 모습에 가슴이 벅차올라 기분이 좋았다"고 밝혔다.

 경기를 관람하는 오연호 대표기자
경기를 관람하는 오연호 대표기자 ⓒ 이상규

한편 잡구(雜球)의 창안자이자 이날 경기의 주심을 본 오연호 대표기자는 "기자는 매끄러운 글 솜씨와 날카로운 시각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며 "이와 더불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뜻한 마음과 고된 기자생활을 견딜 수 있는 강인한 체력을 동시에 지녀야 비로소 제대로 된 기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기자를 꿈꾸는 오기만 학생들에게 잡구(雜球)는 최고의 스포츠가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다음 잡구경기는 오기만 41기가 입학하는 6월 말에 열릴 예정이다.



#잡구#오연호#오기만#기자만들기#40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