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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무분별한 피의사실 공표와 말 바꾸기로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지난 18일 창원지검은 "노건평씨의 자금관리인으로 추정되는 주변인 계좌에서 수백억원대 뭉칫돈이 발견돼 확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준명 차장검사는 언론을 통해 "노씨 일가와 관련된 계좌"라고도 말했다. '자금관리인', '주변인 계좌', '수백억원 대 뭉칫돈' 등 확인되지 않은 모호한 표현을 써 언론에서는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의혹이 불거지자 노건평 씨 측 변호사는 "사실 무근"이라며 "수사과정에서 검찰이 피의사실을 언론에 공개했다"며 검찰을 비판했다.

그러나 사흘 만에 검찰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검찰은 21일 언론을 통해 "건평씨 수사 과정에서 문제 계좌를 발견한 것은 맞지만 이 돈을 건평씨와 연관시켜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입장을 바꿨다.

한편, '뭉칫돈 계좌' 관련자인 박영재씨도 매체와의 인터뷰를 자처하고 나서 "1999년 동생과 회사를 설립한 이후 이상한 거래를 한 적이 없다", "2007, 2008년 검찰 소환조사 등에서 확인됐다"면서 의혹이 불거진 동생 석재씨의 계좌 거래 내역을 공개했다고 한다. 검찰이 관련자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도 거치지 않은 채 의혹만 가지고 섣불리 언론에 공표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더욱이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 3주기를 앞두고 노건평 씨 관련 의혹을 흘리고 나선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2009년 4월 대검 중수부가 노 전 대통령 수사 과정에서도 인신공격에 가까운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로 사회적 지탄을 받았었다. 그런데 검찰이 또다시 노건평씨 수사와 관련해 제대로 확인되지도 않은 의혹을 언론에 흘리고 나선 것이다. 이 때문에 검찰이 노 전 대통령 3주기를 앞두고 추모열기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KBS와 MBC는 검찰의 의혹 제기는 앵무새 보도로 일관하더니, 정작 검찰이 꼬리를 내리며 말을 바꾸자 관련 내용은 일절 보도하지 않는 이중적 행태를 보였다.

18일 검찰이 노건평씨에 대해 '뭉칫돈 계좌' 관련 의혹을 제기하자 두 방송사는 일제히 검찰 발 보도를 비판 없이 받아썼다. KBS는 6번째로 보도하며 노 전 대통령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면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기간에 뭉칫돈이 오갔다"고 강조했다. MBC는 18일 '뭉칫돈 계좌' 보도를 첫머리로 주요하게 다뤘다. 

그러나 21일 이번 뭉칫돈 계좌가 노건평 씨와 관련 없다는 검찰 발표에 대해 의혹 부풀리기에 앞장섰던 KBS와 MBC는 일절 관련 내용을 보도하지 않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SBS는 노건평 씨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

<수백억 뭉칫돈 발견>(KBS, 김대진/18일)
<노건평 관련 수백억 뭉칫돈 발견>(MBC, 장영/18일)


KBS는 18일 <수백억 뭉칫돈 발견>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의 주변 인물 계좌에서 수백억 원하는 뭉칫돈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보도는 노 전 대통령과는 관련 없다면서도 "이 계좌에서 지난 2005년부터 노무현 前 대통령이 퇴임한 해인 2008년 5월까지 3년여 동안 수백억 원대의 뭉칫돈 거래가 오간 것을 확인했다"면서 "노 전 대통령 재임 기간에 거래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고 노 전 대통령과의 연관성까지 부각했다.

반면 검찰의 의혹제기에 대한 반박은 "노건평씨 측 변호인은, 뭉칫돈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며, 피의 사실 공표로 검사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며 짧게 언급하는 데 그쳤다. 그리고는 노건평씨가 "공유 수면 매립 허가 과정에 개입해 사돈인 강모씨를 통해 업체로부터 9억 4천만 원을 받은 혐의", "박연차 前 태광실업 회장의 땅을 공장용지로 전환한 뒤 매각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실소유주인 회사 돈 14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검찰이 기소한 혐의와 '뭉칫돈 계좌'혐의가 연관 없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MBC는 18일 '뭉칫돈 계좌' 의혹을 첫 머리로 주요하게 다뤘다.

<노건평 관련 수백억 뭉칫돈 발견>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 주변인물 계좌에서 수백억 원의 뭉칫돈이 발견됐다고 검찰이 밝혔다"며 검찰의 주장을 상세히 보도하며 "마무리될 것 같았던 건평 씨 비리의혹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는 해석도 덧붙였다.

이어 "건평씨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여론수사를 중단하라고 반발했다"면서 "근거 없는 얘기를 퍼뜨린 거죠. 법정에 세우기도 전에 사실이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그냥 그런 식으로 얘기해버리면 국민들이 그냥 유죄로 단정하지 않겠습니까?"라는 건평씨 측 변호사의 녹취 발언을 실었다. 그러나 곧바로 "두번째로 건평 씨를 소환해 오늘 새벽 돌려보낸 검찰이 지금까지 조사한 혐의는 두 가지"라며 "통영 공유수면 매립 허가 과정에서 사돈명의로 9억4천만원을 받은 혐의와 박연차씨의 땅을 팔아주는 과정에서 생긴 KEP의 수익금 14억여 원 가운데 8억7천만여원을 횡령한 혐의"라고 전하며 "검찰은 이 두 부분에 대해서 먼저 기소하고 뭉칫돈에 대해선 추가 수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수백억 원 뭉칫돈에 대한 검찰 수사의 향방에 따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고 마무리했다.

사실상 노건평씨가 받은 혐의와 수백억 원 뭉칫돈이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밝혀진 게 아님에도 이를 지적하지 않아 검찰의 의혹 제기에 힘을 실었다.

KBS와 MBC는 21일 검찰이 뭉칫돈 계좌와 노건평 씨가 관련 없다고 한 발 빼고 나섰으나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민언련 홈페이지에 중복 게재했습니다.



#노건평#검찰#방송사 파업#KBS#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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