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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아들을 군대에 보내면 한가할 줄 알았다. 군대에서 먹여 주고, 재워 주고, 교육도 해 주니…. 아들을 챙겨주는 시간에 취미생활도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웬걸, 아들이 입대하기 전보다 더 바빠졌다. 특히, 현장 취재가 잦아졌다. 서울로, 인천으로, 수원으로 성남으로…. 봄비가 내린 지난 25일에도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

병역과 관련된 행사를 쫓아다니느라 봄꽃 나들이는 뒷전이다. 그래도 발걸음은 가볍고, 가슴은 뿌듯하다. 하고 싶고, 놀고 싶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 참으로 많은, 아직은 피 끓는 청춘이다. 그러나 이 모든 욕구를 뒤로하고, 나라를 지키는 일병 아들을 비롯한 대한의 아들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는 생각에서 취재를 결심했다.
   
 병역의무를 다하고 있는 대한의 아들들을 위한 응원메시지. 군에 있는 아들들에게  전해졌으면...
병역의무를 다하고 있는 대한의 아들들을 위한 응원메시지. 군에 있는 아들들에게 전해졌으면... ⓒ 최정애

서울 종로구 S타워에서 열린 병역 페어플레이(Fair Play) 및 공정 병역 협약식에 다녀왔다. 처음 들어 본 이 행사는 공정 병역을 위해 각계가 뜻을 함께하는 자리였다.

대한변호사협회, 대한야구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만화가협회,(사)한국 방송코미디협회 등 16개 단체가 공정한 병역, 당당한 청춘을 위한 병역 페어플레이(Fair Play)에 동참했다. 곧 입대하게 될 93년생 예비 군인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노랗게 물을 들인 그들의 머리를 보며, 완전 스포츠형 머리로 변신해 내 앞에 섰던 아들을 생각했다. "저, 머리. 곧 빡빡 밀어야 할 텐데…. 어떤 마음일까?" 빡빡이 머리도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이 생기기를 바랐다.

문소리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협약식에는 자녀의 입대가 임박했거나 갓 입대한 자녀를 둔 인사들이 많았다. 나 역시 일병 아들을 두었기에 서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가 있었다. 문 아나운서 역시 해군의 딸로 아버지의 근무지를 따라다니느라 초등학교 때는 학교를 14번이나 옮겨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힘들지 않았냐고 묻자 "바닷가에서 노는 것을 즐겼다"며 "전학 가는 곳마다 자기소개를 해서 오늘의 방송인이 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회고했다.

대한변호사협회 강희철 부협회장 역시 아들의 입대 이야기를 내세웠다. 그는 "아들과 아들 친구는 현재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곧 입대한다"며 "아들 친구는 미국시민권을 갖고 있지만, 군에 갈 몸과 마음의 준비가 다 되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제 주위에는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는 분이 많지만, 군에 가야 하는 것은 당연히 여기고 병역 의무를 신성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해 군에 대한 인식이 바꾸고 있었다.

 (사)한국 방송코미디협회 엄용수 회장 아들도 최근 입대했다고 했다. 아들 군에 보낸 부모로서 이야기가 통했다.
(사)한국 방송코미디협회 엄용수 회장 아들도 최근 입대했다고 했다. 아들 군에 보낸 부모로서 이야기가 통했다. ⓒ 최정애

낯익은 (사)한국방송코미디협회 엄용수 회장과의 만남도 뜻깊은 추억이었다. 엄 회장은 우리나라 최북단 향로봉 65 FA에서 포병으로 복무한 시절을 떠올리며, 입대한 아들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해군 장교인 아들은 현재 진해에서 훈련을 받고, 6월 4일 임관한다. 오늘처럼 비가 오거나 날이 추워져도 아들을 군대에 보낸 아비의 마음은 아프다. 오늘, 이 같은 행사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 걸쳐 공정 병역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고조되고 있기에 마음이 한결 편하다."

엄용수 회장은 아끼는 후배 코미디언 김영민씨와의 일화도 말했다. 입대를 앞둔 김씨가 연예 병사 추천서를 들고 엄 회장을 찾아왔다. 한창 코미디언으로서 감각을 익히고 있을 때, 군대에 가면 감각을 잃을까 봐 연예 병사로 추천해 주라고 부탁했다. 엄 회장의 추천으로 연예 병사로 군 복무를 무사히 마친 김씨가 이번에는 건빵 6봉지를 들고 찾아왔다.

 사회를 맡았던 문소리 아나운서
사회를 맡았던 문소리 아나운서 ⓒ 최정애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이들에게 연예 병사 추천서를 써주었지만, 전역한 후에 찾아온 사람은 처음이었다. 건빵 6봉지를 받는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그 건빵은 단순히 먹을거리의 차원이 아니었다. 싹수가 보였다."

김영민씨는 현재 연예 병사로 활동한 경험을 살려, KBS <개그콘서트>의 피날레 코너 '감수성'에서 내시역을 맡는 등 여러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하고 있다.

 한국만화가혐회 조관제 회장과 조원행 회원이 일병 엄마 힘내라며 내조기에 그려준  만화
한국만화가혐회 조관제 회장과 조원행 회원이 일병 엄마 힘내라며 내조기에 그려준 만화 ⓒ 최정애

"공정 병역이 나라 사랑의 첫걸음."   
"과거에는 군대에 안 가는 게 특권처럼 여겨졌지만, 군대에 가는 것이 자랑스럽고 안 가는 것이 죄스런 사회 풍토가 되어야 한다."
"글과 말, 다음으로 소통의 힘이 큰 만화로 병역의무를 충실히 하는데 동참하겠다."
"선언만이 아닌 공정 병역."

너도나도 외치는 공정 병역을 위한 목소리에 일병 엄마는 마음이 한결 가볍다. 아들은 입대 전에 "엄마, 나 군대에 보내고, 마음껏 책을 보고 글을 써"라고 했다. 아들의 말처럼 아들을 군대에 푹 맡기니, 취재하고 기사 쓰는 일이 내 일상이 되었다.


#공정병역협약식#병역 FAIR PLAY#청춘예찬 #일병 엄마가 전하는 병영일기 #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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