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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변고속화도로 대전에 민자로 유치된 유일의 유료도로이다.
천변고속화도로대전에 민자로 유치된 유일의 유료도로이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대전시가 천변도시고속화도로의 요금을 대폭 올린다. 서울지하철 9호선과 같이 적자해소를 명분으로 통행료 인상을 결정하는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시는 6월 1일부터 소형차와 경차의 통행료를 최고 60%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승용차와 16인승 이하 승합차, 2.5톤 미만 화물차 등 소형차는 현재 500원에서 800원으로 오르고, 경차도 300원에서 400원으로 인상될 전망이다.

대전시는 통행료를 300원 인상할 경우 연말까지 35억여 원의 추가 수입이 발생하고, 적자폭은 3억 원 내외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내년부터는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천변고속화도로는 1990년 대전시가 추진해서 지난 1999년 2월 프랑스 이지스사와 양해계약을 체결한 후 2004년에 개통했으며, 비용만도 민자 1585억 원, 시비 173억 원 등 1818억 원이 투입됐다. 대전천변고속화도로㈜(이하 DRECL)가 2030년까지 천변고속화도로를 운영(통행료 징수)한 뒤 대전시에 기부 체납하기로 되어 있다.

한밭요금소 유료도로 요금소
한밭요금소유료도로 요금소 ⓒ 이경호


문제는 예측통행량 8만 대 절반 수준인 4만8천 대가 통행하면서 개통 이후 초기부터 통행량 계획대비 60%와 통행료 수입 계획대비 31%의 예측치를 크게 밑돌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데 있다. 결국 예측통행량(통행수입) 대비 수입이 적어 대전시가 2006년 39억 원, 2007년 52억 원, 2008년 67억 원, 2009년 87억 원, 2010년 55억 원, 2011년 121억 원의 채무에 대한 이자와 세금을 보전해주었다. 지난해 DRECL에 대해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소득세 74억 원 추징이 확정되었고, 이중 58억 원을 대전시가 부담하였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DRECL은 누적 결손금만 868억 원(2009년)에 이를 정도로 적자운영에 허덕이고 있다. 대전천변고속도로 건설 당시 운영회사인 DRECL의 파산을 막기 위해 교통량 부족 등으로 수입이 현저하게 적을 경우 DRECL이 내야 할 금융채무를 대전시가 지급하도록 계약(대위변제의무)했다. 이 때문에 대전시는 운영적자를 지속적으로 보전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더욱이 1999년 DRECL이 일본에서 들여온 엔화차입금(사무라이 펀드) 130억 엔(약 1700억 원)의 상환마저 대전시가 집행해야 한다. 작년에 사무라이펀드 만기가 도래하여, 이율이 적은 펀드를 재차환해 급한 불을 끄긴 했지만 원인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처음 민자유치 확정되어 대전시가 치적으로 홍보하면서 진행한 결과가 민자유치로 투입된 금액보다 훨씬 더 많은 채무변재를 해야 하는 치명적인 결과를 유발시켰다. 이런 책임은 모두 국민들의 세금으로 감당하게 되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지하철 9호선이나 우면산고속도로와 금액과 형태가 조금 다르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특정기업의 이익을 보전해주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민자유치 당시 시민단체들은 과대한 수요 예측과 잘못된 계약조건 등을 토대로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음에도 대전시는 밀어붙이기 식으로 천변고속화도로 건설을 강행했다. 당시 대전시 관계자는 민자유치를 대단한 업적인 것처럼 홍보했다. 반대에 대해서는 대전시 한 관계자는 "돌다리도 두두리는 심정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7년간 지원한 금액 449억, 사무라이펀드 원금 약 1700억 원을 생각하면 1585억 원의 민자유치 성과를 자랑했던 대전시의 행태를 비난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DRECL의 적자문제가 요금인상으로 해결될 지는 미지수이다. 비용의 증가가 통행량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전시가 지난해 2월 천변고속화도로를 무료도로로 전환하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용역을 발표한 상황에서 적자문제 해결을 위해 요금을 인상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단순히 비용부담을 다시 시민에게 전가하는 요금인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한 대전시의 생각을 전환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천변고속화도로의 사례는 잘못된 정책 하나가 대전시 지방제정에도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대전시가 천변도시고속화도로를 철거도 못 하고, 매입하지도 못하고,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계륵 같은 존재로 만들었다. 특히 시가 재정위기를 스스로 초래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공공성을 담보해야 하는 사업을 손쉽게 추진하고자 시행한 민자유치사업들이 결국 공공성이 훼손되는 결과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결과들을 검토해 보면, 민간투자자본의 공공투입에 대해서 신중해야 함을 다시 알 수 있다. 사업의 최대 목적은 이유추구이다. 민간자본의 경우 투자에 대한 수익을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공공성을 담보하는 사업에 민자유치방식은 적절한 방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라고 할 수 있다.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업이 손해를 보는 사업을 진행하지 않을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민자유치는 더욱더 신중해야 한다.

우리는 무리하게 강행된 민자사업으로 인한 피해는 천변고속화도로 이외 최근 문제되는 지하철 9호선과 우면산민자터널에서도 확실하게 확인하였다. 따라서, 이런 무분별한 민자유치에 대해서는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시민의 혈세가 대규모로 손실될 수 있는 사업이니 만큼 투명하게 정책을 공개하고, 정책실명제나 주민참여예산제도의 확대 등 여러 가지 검증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다.


#천변고속화도로#민자사업#지하철9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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