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횃불 축제)과 15일(북 축제) 이틀간 시가켄 오우미하치망시 히무레하치만구(日牟礼八幡宮) 신사에서 열리는 하치망축제에 다녀왔습니다. 하치망축제는 불과 북의 축제입니다. 한국의 달집태우기와 비슷하지만, 북이 덧붙여져서 조금 다릅니다.
사람들은 불구경을 좋아합니다. 물론 자신의 재산이나 소유가 불에 타지 않는 한 말이죠. 하치망축제는 사람들이 모여서 벌이는 불구경입니다. 사람들은 왜 불에 열광하고 좋아하는 것일까요? 불을 모시는 조로아스터교(배화교)를 언급하지 않아도, 불은 오래 전부터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쓰여 곁에 있었습니다.
사람이 야생동물과 다른 점도 불을 켤 수 있고, 잘 이용하는 점입니다. 짐승은 불에 놀라서 도망치거나 불을 피합니다. 사람들은 자연의 원리를 이용하여 부싯돌로 불을 붙이기도 하고, 불씨를 잘 보관하여 활용하기도 합니다. 또 증기기관, 내연기관, 엔진 등을 만들서 오늘날 편리하다고도 하는 과학문명을 누리고 있습니다.
불은 신비한 힘이 있습니다. 사람들을 정신적으로 빨아들이는 흡입력이 있습니다. 불을 절제하고, 조절하고, 활용하는 사람이 건강한 사람입니다. 몇몇 미성숙한 사람은 불장난으로 화재를 일으키기도 하고, 정신병적으로 불에 집착하여 스스로 불을 내고 불구경을 하기도 합니다.
불은 단순히 물건을 태워서 열이나 빛을 내는데 그치지 않습니다. 혼불, 정열적으로 불타는 사랑의 불, 불꽃 튀는 경쟁 등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나 인간의 열정을 일컬어서 불로 말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달집태우기에서 사용되는 달집은 주로 대나무를 원추형으로 세워놓고 태웁니다. 일본의 하치망축제에서는 긴 장대 모양, 대나무, 접시 모양 등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어서 불을 붙입니다.
북은 불을 태우기 전후로 두드립니다. 1톤 정도 되는 크고 무거운 북을 직사각형의 긴 받침대에 올려놓고, 2~30명이 들고 좌우 앞뒤로 움직이면서 차례로 신사 배전 앞으로 이동합니다. 북을 든 일행이 배전 앞에 도착하면 한꺼번에 구령에 맞추어 세 번 높이 들어 올리기를 반복합니다.
15일 오후 세시부터는 각 마을에서 출발한 북을 든 일행이 전후좌우로 움직이면서 신사 배전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전날처럼 세 번 높이 들었다 내렸다 반복합니다. 그리고 신사 경내를 길게 돌아서 다시 자기 마을로 돌아갑니다.
이틀에 걸쳐서 횃불을 태우고, 북을 어깨에 메고 마을을 떠나서 신사 배전에서 예를 갖추고 다시 마을로 돌아오는 행사가 모두 끝납니다. 이때 축제에 참가한 마을 어른들에게는 '치마키'가 손에 들려있습니다. '치마키'는 일본에서 주로 연잎에 밥이나 닭고기를 같이 넣어서 싼 다음 쪄서 먹는 음식입니다. 이 '치마키'는 볏짚을 깨끗하게 정리하여 밑동에 찐 찰밥을 넣어서 말아두었습니다.
신사에서 받은 '치마키'는 집안에 있는 신을 모신 선반에 올려놓습니다. 이렇게 하면 한 해 동안 농사가 풍년이 들고 집안이 모두 평안하다고 합니다. 지역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시가켄에서는 조상신을 모신 선반은 신타나(神棚)라고 해서 부엌 천장 가까이에 있고, 부모님의 신은 부츠단(仏壇)이라고 해서 다다미방에 있습니다.
결국, 불태우기와 북 축제는 농사의 풍요와 집안의 안녕을 위해서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사월 중순 봄이 되어서, 씨앗을 뿌리는 때입니다. 지금 뿌린 씨앗이 많은 수확과 풍년을 가져다주었으면 하는 기대와 기원을 담아서 불태우기를 하고 북을 두드렸습니다. 쏜살같이 피어오르고 불길, 가슴을 울리는 북의 여운이 지금 뿌리는 씨앗에게도 전해지기를 소원하는 축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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