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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55표 차이였다. 몇 차례 엎치락뒤치락 하더니 끝내 여성이 남성을 꺾고 활짝 웃었다. 다른 선거구는 일찌감치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 분위기가 되면서 관심이 떨어졌는데, 경남에서 유독 관심을 끈 선거가 있었다.

'진주라'(신안․평거동) 기초의원 보궐선거를 두고 하는 말이다. 무소속 서은애(44) 후보가 41.60%(8736표)를 얻어 40.38%(8481표)를 얻은 새누리당 이성환 후보와 18.01%(3783표)를 얻은 무소속 김종권 후보를 눌렀다.

 11일 치러진 '진주라' 진주시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한 무소속 서은애 전 진주여성민우회 대표.
11일 치러진 '진주라' 진주시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한 무소속 서은애 전 진주여성민우회 대표. ⓒ 윤성효

개표는 상당히 흥미진진했다. 처음에는 이성환 후보가 앞서나갔다. 신안동 쪽 투표함을 먼저 열었던 것이다. 서 후보는 남편이 신안동 쪽에서 한의원을 하고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표가 적게 나왔다.

같은 장소에서 국회의원 선거 개표와 경남도의원 보궐선거 개표가 동시에 벌어지고 있었다. '진주갑'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새누리당 박대출 후보, '진주2' 경남도의원 보궐선거에서는 새누리당 정인태 후보가 앞서 나갔다.

국회의원·경남도의원 선거 개표는 일찌감치 당락이 결판 나면서 재미가 덜했다. 진주시의원 보궐선거 결과는 장담할 수 없었다. 서은애·이성환 후보가 엎치락뒤치락 했다. 선거 개표 종사자들도 관심이 집중됐다.

평거동 투표함이 열리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서은애 당선자가 치고 올라가기 시작했고, 역전한 것이다. 개표장에서는 '와~' 하는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평거동 쪽에는 진주여성민우회 회원들이 많이 산다. 서 당선자는 "회원들의 역할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경남 새누리당 거의 싹쓸이 속 당선돼 더 관심

이번 선거에서 경남은 새누리당이 거의 싹쓸이했다. 16개 국회의원 선거구에서 새누리당은 14곳에서 당선했다. 민주통합당은 민홍철 당선자(김해갑)만 냈다. 거제에서는 무소속 김한표 당선자가 나왔지만, 김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에 당선되면 새누리당에 입당하겠다고 밝힌 '친여권 성향'이다.

3곳에서 치러진 경남도의원 보궐선거도 새누리당 싹쓸이다. '창원6' 한영애, '진주2' 정인태, '김해1' 최학범 당선자는 모두 여당 소속이다. 기초의원 보궐선거가 네 곳에서 치러졌는데, 새누리당이 후보공천을 하지 않았던 '창원러'와 '고성다'에서는 무소속 이치우·황보길, '남해라'에서는 새누리당 최정자 후보가 당선했다.

새누리당 일색인 경남지역 당선자 가운데, 서은애 당선자는 새누리당 후보를 눌렀기에 더 관심을 끈다. 서은애 당선자는 진주 토박이이고, 지역에서 여성․시민운동을 줄곧 해왔다.

서은애 당선자는 진주여성민우회 대표를 지내고, 경남여성단체연합 부대표, 진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 진주여성민우회축구단 '나르샤' 단장 등을 지냈다.

진주여성민우회는 2002년 지방선거 때 윤경순 전 대표를 기초의원 후보로 내세웠다가 실패했다. 이번이 두 번째 도전인 셈인데 당선한 것이다. 이 단체는 '생활정치'를 강조해 왔다. 이번에 '진주라' 기초의원 자리를 꿰차기 위해 회원들이 똘똘 뭉쳤던 것.

회원들이 함께 모여 정책도 개발하고, 선거운동도 벌였다. 회원들이 자원봉사자가 되어 나선 것이다. 함께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그야말로 '즐기면서 하는 선거운동'을 펼쳤다.

진주여성민우회는 지역 시민사회단체에 동의를 얻었다. '시민후보'로 내세우기로 한 것이다. 야당도 후보를 내지 않고, 서 당선자를 뒤에서 도왔다.

다음은 서은애 당선자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서은애 전 진주여성민우회 대표.
서은애 전 진주여성민우회 대표. ⓒ 윤성효
- 소감은?
"너무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 혼자서는 도저히 이 자리에 올 수 없었다. 감사할뿐이다. 경남에서는 시민사회단체에서 후보를 냈지만 당선해본 경험이 별로 없는 속에, 당선을 해서 그런지 더 좋아한다. 경남은 새누리당이 완전히 휩쓸다시피 했는데, 우리는 새누리당을 눌러서 더 기분이 좋다. 진주는 이번에 전체적으로 어려운 선거였는데, 시민사회진영과 야당이 뒤에서 많이 도와주었다."

- 선거운동을 어떻게 했는지?
"저는 무소속으로 나섰다. 조직이라 해봤자 진주여성민우회뿐이었다. 다른 야당에서 후보를 내지 않았는데, 그것도 많은 도움이 됐다. 저를 당선시키기 위해 외곽에서도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안다. 선거 캠프에는 여성민우회가 중심을 잡고,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 가족들의 힘도 컸다. 제가 진주 토박이라서 주변에서 도움이 더 많았던 것 같다."

- 진주여성민우회 회원들이 똘똘 뭉쳐서 했다는데.
"처음부터 선거를 축제 분위기로 즐기면서 하자고 했다. 기존 선거운동 방식과 다르게 하려고 했다. 회원들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즐겁게 했다. 다른 데서 선거를 도와주겠다고 온 분들이 있었는데, 그 분들이 저희들을 보고 놀래더라. 다른 선거 캠프에서는 큰소리도 나오고 화를 내는 모양인데, 우리는 화를 내는 사람도 없고 그야말로 웃으면서 재미나게 했다. 함께 춤추고 노래하면서 말이다. 가령 유세 현장에서도 회원들이 나와서 같이 노래하고 춤을 추었다. 회원들이 훨씬 더 재미있어 했다."

- 개표 과정이 박빙이었는데.
"먼저 개표했던 신안동 지역은 상대 후보의 표가 조금 많았다. 그러나 뒤에 개표했던 평거동 지역에서 이겼다. 평거동 쪽은 회원들이 많이 살고 있다. 개표소에서도 선거종사자들이 흥미진지한 속에 개표 상황을 지켜봤다고 하더라. 11일 밤 11시30분경 개표가 거의 마무리 되고서야 안심을 했다."

- 이번 선거에서 경남은 새누리당이 압승인데?
"국회의원, 경남도의원 선거를 함께 치르다 보니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진주시의원 보궐선거에 새누리당이 조직적으로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경남 전체에서 새누리당이 거의 싹쓸이를 하다시피 했는데, 그런 속에 당선되어 더 기쁘다. 3명 후보들이 만나면 서로 격려하고, 서로 비방하지 않으면서 했다."

- 정치에서 여성의 강점은?
"흔히 여성 후보가 나오면 여성들이 더 찍어주지 않는다는 말을 하던데, 저는 이번의 경우 그렇지 않았다고 본다. 노인정에서 할머니들을 만나거나 식당에서 여성들을 만나도 하나 같이 격려해주면서 찍어주겠다고 하더라. 여성들의 지원이 많았다고 본다. 여성 정치인이 '생활정치'를 하기에 더 좋다. 여성이 집안에 살림살이하듯이, 예산을 꼼꼼하게 챙길 수 있다고 본다."

- 의정활동은?
"주민들과 소통을 잘하겠다고 약속했다. 초심을 잃지 않겠다. 주민과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어 나가겠다."


#서은애 당선자#진주시의원#4.11총선#진주여성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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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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