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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16개 보 가운데 국토부 '명품보'로 선정된 경기도 여주군 남한강의 이포보가 온통 녹색으로 뒤덮였다. 수심을 얕게 해 물놀이를 할 수 있도록 만든 수중광장의 계단은 선명한 녹색으로, 그 뒤쪽 강수욕장(생태광장) 자갈밭에도 녹색으로 물든 돌들이 보였다. 평소 물이 흐르던 이곳에 어도 공사로 물이 빠지자 그 바닥이 드러나면서 번식했던 녹조류의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이포보 수중광장에 번식한 녹조류. 물속에서는 매우 미끄럽고 비린 풀냄새가 난다.
 이포보 수중광장에 번식한 녹조류. 물속에서는 매우 미끄럽고 비린 풀냄새가 난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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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포보 수중광장에 번식한 녹조류를 가까이 촬영한 것.
 이포보 수중광장에 번식한 녹조류를 가까이 촬영한 것.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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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이포보에 들어서자 비릿한 풀냄새가 퍼졌다. 물 밖으로 드러난 녹조류에서 나는 냄새다. 김 양식장에서 김을 말릴 때 나는 냄새와 비슷했지만 그보다 조금 역했다. 근처의 수질도 좋아 보이지 않았다. 수심이 얕은 지역이지만 물 속이 거의 보이지 않았고 주변에 죽은 물고기도 두 마리 발견됐다. 이포보 조감도에 따르면 생태공원이나 물놀이 공간으로 사용될 장소지만 현재 상태로는 불가능해 보였다.

이곳은 본래 넓은 습지와 모래톱이 있던 곳으로 4대강 공사를 하면서 일부 습지만을 남겨놓고 나머지는 콘크리트로 덮였다. 버드나무 군락지와 황금색 모래가 펼쳐졌던 그곳에 자전거 도로와 자동차 캠핑장 같은 수변공원시설이 대신 들어섰다. 그마저도 강수욕을 즐기라고 만들어 놓은 공간에는 미끄러운 이끼가 잔뜩 끼었고 악취가 심하게 나는 상황이 돼버렸다.

"악취 심해 사람들 이용할 수 없을 것"

 이포보 주변의 수질. 아주 탁해 얕은 물속도 잘 보이지 않고 물고기가 죽어 있기도 했다.
 이포보 주변의 수질. 아주 탁해 얕은 물속도 잘 보이지 않고 물고기가 죽어 있기도 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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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물이 빠진 것은 지난 8일. 지난해 준공식 이후 약 6개월 동안 줄곧 물이 흘렀다. 물 색깔이 녹색으로 보인 적은 있었지만 보 구조물에 대량의 녹조류 번식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인철 녹색연합 4대강현장팀장은 "4대강 사업으로 습지와 모래톱이 사라져 자연적인 정화기능이 상실되고, 보로 인해 물이 정체되면서 발생한 현상"이라며 "기온이 상승하는 여름철이 되면 이 같은 부영양화가 더욱 가속돼 수질이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영양화는 하천이나 호수에 영양염류가 많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하천주변에서 질소나 인과 같은 유기물질이 유입되면 물 속 조류 증식의 원인이 되고 이는 수질악화로 이어진다. 이포보 주변에 모래톱과 습지 대신 콘크리트가 발라지고 사람들의 왕래가 늘면서 자연정화 기능이 떨어지고 오염원 유입이 늘어 이러한 부영양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게 황 팀장의 지적이다.

황 팀장은 또 "녹조류가 번식했다는 것은 이포보에 건설한 친수공간이 무용지물이 됐다는 뜻"이라며 "이 상태라면 여름철에 조류가 발생하고 수질이 나빠져 악취 때문에 (물놀이) 효용성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에 서울지방국토청 현장 관계자는 "여기는 사람이 이용하는 곳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조감도 상 물놀이 공간으로 이용된다는 점을 지적하자 "그건 잘 모르겠지만 여기는 사람들이 들어오는 곳이 아니"라는 궁색한 변명을 내놓았다. 이러한 지적이 있기 전 이 관계자는 생태광장에 조성된 자갈밭을 가리키며 "강수욕을 하라고 만들어 놨다"고 말했었다.

엉터리 해명자료 내놓은 국토부... 현장에서는 취재방해

 이포보 조감도. 붉은 원 부분이 녹조류가 번성한 지역. 붉은 색 네모 박스에는 이곳이 물놀이 공간임을 설명하고 있다.
 이포보 조감도. 붉은 원 부분이 녹조류가 번성한 지역. 붉은 색 네모 박스에는 이곳이 물놀이 공간임을 설명하고 있다.
ⓒ 국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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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해양부도 9일 해명자료를 통해 "이포보 수중광장 계단에 낀 물이끼가 녹조라는 환경단체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인체와 수질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녹조현상'과 '녹조류'를 구분하지 않고 말해 오히려 빈축을 샀다. 국토부가 해명자료에 인용한 한강물환경연구소 변형섭 연구관도 현장에서 기자와 만났을 때 "부착 '녹조류(식물성 플랑크톤)'의 일종인 '스피로지라'로, 수심이 얕고 태양광이 풍부한 조건에서 자연물과 인공물을 가리지 않고 붙어 자란다"며 "(시설을) 사람이 이용한다면 미관상 안 좋을 수는 있지만, 수질에 영향을 주는 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녹조류' 번식이 맞지만 부유성 규조류가 번식해 발생하는 '녹조현상'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환경단체는 '녹조현상'이 아닌 '부영양화'를 지적한 것인데 국토부가 엉뚱한 해명을 한 셈이다.

또 수질에 이상이 없다는 근거로 내세운 자료도 터무니 없었다. 국토부가 내놓은 해명자료에 담긴 환경부 수질 자료를 보면, 지난달 27일 이포보 주변에 클로로필-a 농도는 20㎎/㎥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그러면서 이 수치가 2007년~2009년 사이 3년의 평균 22㎎/㎥ 보다 낮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고온과 가뭄으로 인해 수질이 비정상적이었던 2009년 42.2㎎/㎥의 기록을 제외하면 2007년 13.2㎎/㎥, 2008년 10.6㎎/㎥ 보다 훨씬 높다. 2010 11.2㎎/㎥, 2011년 7.1㎎/㎥ 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다. 게다가 이는 '조류주의보' 단계인 15㎎/㎥를 넘어서 '조류경보' 수준에 달한다. '녹조현상'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부영양화' 문제를 충분히 지적할 수 있는 이유다.

한편, 10일 현장조사에서 언론사들의 취재를 건설사 직원들이 또 다시 폭력적으로 막아서 논란이 예상된다. 10여 명의 건장한 건설사 직원들은 환경단체와 언론사가 이포보 주변에서 촬영을 하자 기자들에게 욕설을 하고 카메라를 빼앗았다. 주변에는 공사 중이라는 알림문구나 통제가 전혀 없음에도 "공사 중이니 나가라"고 고함을 치고 몸으로 밀치는 듯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4대강#녹조#이포보#4대강사업#녹조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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