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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시민이 공권력에 의해 연행되고 있다.
한 시민이 공권력에 의해 연행되고 있다. ⓒ 지유석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현장 앞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하루에도 두세 차례씩 크고 작은 충돌이 벌어진다. 지난 9일 오전과 오후 격렬한 충돌이 있었다. 오전엔 문규현 신부, 박도현 수사, 이영찬 신부 등 카톨릭 사제들이 주축이 돼 현장진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내 모두 체포됐다.

이러자 공사장 밖은 술렁였다. 특히 문규현 신부가 피를 흘렸다는 소식이 트위터를 타고 전해지면서 현장 밖에 집결해 있던 주민들과 활동가들은 격분하기 시작했다. 현장에서 경찰버스가 나가려 하자 주민들과 활동가들은 격렬히 저항했다. 이 버스 안에 체포된 활동가들이 있다는 첩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주민들과 활동가들은 몸을 던졌다. 일부 활동가들은 길가에 드러누워 경찰 버스가 움직이려는 것을 막았다. 대부분 여성들이었다. 그럼에도 경찰은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다. 일부 활동가들이 드러누웠음에도 이에 아랑곳 없이 차를 움직였다. 시위대는 또 다시 격하게 항의했다.

경찰로서도 손쓸 방법이 없었던지 차를 돌리려 했다. 이러자 젊은 활동가 한 사람이 차 반대편으로 뛰어들었다. 이쪽엔 활동가들이 없었다. 상황은 이때 벌어졌다. 경찰 지휘관 한 명이 이 활동가에 대해 체포를 지시했고, 경찰관 여럿이 달려들어 그를 제압하려 했다. 제압하는 과정에서 물리력이 행사됐다. 과도한 공권력 행사로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체포를 지시한 지휘관은 당연하다는 듯이 "버스를 지나가지 못하게 했으니 체포를 지시했다"고 내뱉었다.

현재 주민들과 활동가들은 격앙된 상태다. 하지만 기분을 가라앉히려 애쓴다. 혹 감정이 격해져 충돌이 빚어질 경우 범법자로 낙인 찍혀 연행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사실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마을 주민치고 연행 안당해 본 주민이 없을 정도다. 경찰은 충돌이 벌어지면 일단 막고 격렬히 항의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연행으로 응수한다. 또 카메라, 캠코더 등의 촬영장비를 이용해 수시로 채증을 시도한다. 주민들과 활동가들을 자극할 수 있음에도 말이다.

국책사업에 대해 반대 목소리는 분명 존재할 수 있다. 또 집회를 통해 이런 반대 목소리를 외칠 수 있다. 민주시민으로서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면 안 된다.

그런데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서는 안 되는 쪽이 또 있다. 바로 공권력이다. 공권력 역시 법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공권력은 한 개인에 대한 법익박탈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의 사용은 더더욱 법에 충실해야 한다. 혹자들은 말한다. 선진국 같은 경우 공권력에 손만 대어도 즉각 발포로 이어진다고. 하지만 이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의 경우, 공권력이 민간인을 향해 극한의 물리력을 행사한 상황이 발생하면 차후 엄격히 사실관계를 따지고, 혹 공권력을 과도히 사용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 해당 공무원에 대해선 엄중히 문책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강정해군기지#공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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