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8일 오후 6시 37분]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밀어붙이는 해군과 정부는 기어이 3월 7일 11시 22분, 구럼비바위를 폭파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이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1.2km에 달하는 거대한 구럼비바위를 해체하는 작업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며, 비록 상처받았지만 그 상흔을 간직하더라도 더는 파괴해서는 안 된다.
구럼비를 포함한 강정마을 앞바다는 2004년 12월 연산호 서식지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그리고 한때는 '절대보존지역'이기도 했다(2009년 12월 해군기지 추진과정에서 절대보존지역에서 해제됐다).
그곳이 고향이었던 이는, 파도소리와 맹꽁이, 개구리 소리가 어우러진 밤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나는 들어본 바 없지만, 파도소리와 개구리 울음소리의 합창이 얼마나 신비로울까?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렌다.
자, 강정마을의 구럼비바위를 보자.
지극히 일부를 담았지만, 제주도의 여느 화산석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용천수가 있어 서식하는 동식물의 다양성도 남다르며, 무엇보다도 다른 화산석처럼 날카롭지 않은 부분들이 많고, 검은 바위 사이에 황토색이 점점이 들어있는 바위며, 잘 자란 표고버섯의 무늬마냥 갈라진 바위들이 1.2km에 이른다.
구럼비바위는 국가의 안위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파괴할 대상이 아니다. 제주해군기지 또한 국가의 안위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해군기지 건설 자체만으로도 반대 의견들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해군기지가 들어온 이후의 강정마을이 어찌 될 것인지는 지금까지 5년여의 과정을 보면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이전의 미군기지를 낀 동네가 어떠한 과정을 거쳤는지를 보면 어렵지 않게 이를 예견할 수가 있다.
구럼비바위를 기어이 폭파시키고 말겠다는 해군과 현 정권의 모습을 보면서, 자국의 국민이 자국의 군대와 경찰과 정권에 유린당하는 현실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