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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총선후보 야권연대 협상 결렬을 선언한 가운데, 28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야권연대 실현을 위한 비상시국회의'를 열고 야권연대 협상 재개 및 시민사회단체 중재에 응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총선후보 야권연대 협상 결렬을 선언한 가운데, 28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야권연대 실현을 위한 비상시국회의'를 열고 야권연대 협상 재개 및 시민사회단체 중재에 응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촛불 집회, 시민사회 비상시국회의, 단식 농성, 1인 시위….

언론에 이러한 단어들이 등장했다면, 국민이 크게 화난 것이다. 다시 말해, 정치권이 큰 잘못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치권이 이를 외면할 경우, 거대한 국민 저항에 직면한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 조건을 완화했을 때가 대표적이다.

최근 이런 단어들이 언론에 다시 등장했다. 국민을 화나게 한 것은 정부·여당이 아니다. 최근 야권연대 파행에 대한 분노다. 그 화살은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으로 향하고 있다. 28일 시민사회단체의 비상시국회의가 있었고, 내달 1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촛불 집회가 열린다. 단식 농성과 1인 시위도 전국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야권연대 결렬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권자의 마음을 읽을 의사 또는 능력이 없는 정당의 밑둥치는 썩기 마련"이라고 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야권연대 결렬의 책임을 서로 미루는 사이, 그 밑둥치가 썩어가고 있다.    

야권연대 촉구위한 단식농성, 1인 시위... "야권연대는 국민의 명령"

 윤인중(54) 목사가 지난 21일부터 서울 영등포 민주통합당사 앞에서 야권연대를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윤인중(54) 목사가 지난 21일부터 서울 영등포 민주통합당사 앞에서 야권연대를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 배성진

윤인중(54) 목사는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 민주통합당 앞 거리에 나앉았다. 천막농성장도 마련하지 못한 채였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렸지만, 점퍼와 이불을 뒤집은 쓴 채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또한 8일째 곡기도 끊었다. 그의 옆에는 '야권단일화를 촉구한다'는 팻말이 서있다.

윤 목사는 "야권연대가 파행인 가운데, 이에 대한 책임이 큰 민주통합당에 야권연대를 촉구하기 위해 단식농성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결렬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데, 결렬 선언은 두 당이 하는 게 아니다"라며 "국민들만이 결렬을 선언할 수 있다, 두 당은 국민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권연대를 촉구하는 1인 시위는 서울, 부산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갖가지 사안에 대해 '1000일 1인 시위'에 나선 이오른씨는 28일 민주통합당 앞에서 "당리당략에 빠져 1987년(대통령선거)의 실패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야권연대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었다. 

부산에서는 '부산 네티즌 네트워크' 회원들이 23~25일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부산시당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닥치고 단일화! 홈런 칠래, 병살로 뒤질래?"라고 쓰인 피켓을 들었다. 이들은 카페에 올린 글에서 "척박한 새누리당 20년 독재의 땅에서 후보단일화 없이 승리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며 "시민과 함께 감동 있는 야권 후보단일화 과정을 밟아 달라"고 요구했다.

24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 결렬 선언 이후, 시민사회도 나섰다. 28일 야권연대 실현을 위한 비상시국회의를 열고 "서로 책임을 떠밀며 야권연대가 좌초하면 야권전체가 공멸한다"며 "시민사회의 경고와 제언을 무시하고 끝까지 야권연대를 거부한다면, 그 정당과 후보들에 대해 시민들의 엄중한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는 야권연대의 진전이 없으면, 내달 1일 오후 6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대규모 촛불집회를 열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상황이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연대 성공했다면..."

 재선에 성공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10년 6월 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선거사무실에서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축하 꽃다발을 들고 있다.
재선에 성공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10년 6월 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선거사무실에서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축하 꽃다발을 들고 있다. ⓒ 권우성

국민의 뜻을 거슬러 야권연대가 결렬되면 어떤 결과가 벌어질까? 지난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당시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는 208만6127표(47.43%)를 얻어, 205만9715표(46.83%)를 득표한 한명숙 민주당 후보를 가까스로 꺾었다. 표차는 불과 2만6412표였다. 노회찬 진보신당 후보의 득표가 14만3459표인 것을 감안하면, 야권연대를 통해 당선자가 바뀔 수 있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결국 당시 야권연대의 실패로, 서울시민들은 오세훈 시장의 무상급식 딴죽 걸기로 큰 고통을 겪어야 했다.

2008년 18대 총선은 야권연대의 힘을 추정할 수 있는 사례다. 당시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등 야권 후보들은 서울 48개 지역구에서 8명만 당선되는 최악의 성적표를 얻었다. 만약 당시 야권연대를 했으면 어떨까? 한나라당 후보와 야권 후보의 1대1 구도를 가정했을 경우, 야권 의석은 18석으로 크게 늘어난다.

당시 도봉갑에서 김근태 민주당 후보는 신지호 한나라당 후보에게 1278표 차이로 석패했다. 당락을 가른 표 차이는 김승교 민주노동당 후보가 얻은 2347표의 절반 수준이다. 노원병에서 2443표 차이로 홍정욱 한나라당 후보에게 진 노회찬 진보신당 후보 역시 같은 상황이다. 노 후보가 김성환 민주당 후보의 표(1만3036표)의 일부만 얻었다면, 당선자는 바뀔 수 있다. 

또한 영등포갑에서도 당선자가 바뀔 수 있다. 당선된 전여옥 한나라당 후보와 낙선한 김영주 민주당 후보와의 표차는 988표에 불과했다. 야권연대를 가정할 경우, 이정미 민주노동당 후보가 얻은 3352표의 향방에 따라 전여옥 후보가 낙선할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최근 민주통합당이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것은 20~30대 진보성향 유권자들이 야권연대를 전제로 지지를 모아줬기 때문"이라며 "현재 제1당은 20석 이내 차이로 판가름 날 텐데, 야권연대가 결렬되면 민주통합당은 제1당 여부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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