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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그는 2000년대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을 지냈고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옛 한나라당 강원도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을 지냈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최대 선거 사조직인 선진국민연대 사무처장을 맡아 공을 세웠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으로 발탁됐다.

 

당시 이명박 당선인에 대해 선진국민연대 사무처장 명의로 <강원일보>에 '엠비어천가'를 썼다. 그는 "한 마디 한 마디 이야기를 통해 다가오는 일에 대한 열정, 마지막으로 국가에 봉사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에 동화돼 나는 보따리를 싸들고 상경해 소위 엠비스트(MBIST)를 자처했다"며 "이명박 당선자, 그는 따뜻한 인간적인 컴도저"라고 추켜올렸다.

 

그가 만약 민주통합당에 공천 신청을 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오게 될까. 공천 심사의 제 1 기준이 '정체성'이라고 천명한 강철규 공심위원장의 말대로라면 공천 심사에서 원천 배제되는 게 상식에 가깝다.

 

하지만 그는 놀랍게도 민주통합당의 공천심사 결과 경선 후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그의 이름은 구인호(49), 강원도 철원화천양구인제 선거구에 출사표를 던졌고 다른 2명의 예비후보와 함께 경선을 치르게 됐다. 민주당 공심위가 세운 원칙이 2인 경선인데 굳이 이 지역에는 예외를 적용했다.

 

공천 심사 배제 대상에 어울릴 '철새 MB맨'의 경선 진출

 

구 예비후보의 이력서에 한 줄 더 보탤 게 있다. '철새 전력'이다. 새누리당 안에서 대부분의 정치경력을 쌓았던 구 예비후보는 18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에 공천을 신청해 떨어졌고 지난 지방선거 때도 도의원 공천을 받지 못하자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민주당에 몸을 실었다.

 

민주당은 "선거 전략상 경쟁력 있는 무소속 후보의 출마를 막기 위해 일부러 경선을 붙이는 수도 있다"거나 수백 명이나 되는 후보자들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나온 단순 실수라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

 

실수라는 민주당의 해명을 믿는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공심위가 애초 공언과는 반대로 정체성보다 당선가능성을 우선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가질 만한 사례가 여럿 있기 때문이다.

 

탄핵 역풍이 불었던 17대에는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당선됐다가 18대 총선에서 공천 탈락하자 자유선진당으로 옮겼던 이상민 의원(대전 유성)은 아무리 불이익을 줘도 경쟁력이 월등했다는 이유로 단수 공천을 받았다. 민주당에서 자유선진당으로 갔다가 지역구 대물림을 위해 다시 민주당에 입당했다는 논란을 일으킨 이용희 의원의 아들 이재한 예비후보(충북 보은·옥천·영동)도 마찬가지였다.

 

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임종석 사무총장,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지난 23일 기소된 이화영 전 의원도 경쟁자가 없다는 이유로 무난히 공천을 받았다. 모두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당선돼도 당선 무효형이 확정될 경우 재보궐 선거를 치러야 한다.

 

당 내부 공심위원인 박기춘 의원의 "정체성이 안 맞더라도 당선될 사람에게 (공천을) 줘야 한다"는 말이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정체성 안 맞아도..." 현실이 된 박기춘의 공언

 

그동안 새누리당을 비판하는 패러디 놀이가 유행이었던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 공간에서는 어느새 민주통합당 패러디가 쏟아지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로고를 합친 '민누리통합당' 로고가 등장했고 민주당이 아니라 '민주절망당'이라는 비아냥도 확산되고 있다.

 

"민주통합당이 자질구레한 야권통합보다는 우주대통합을 목표로 바꾼 듯합니다"(@lks7292)

 

"딴누리(새누리당) 공천 과정 운운하기 전에 자신들이나 잘하세요. 뉴라이트(구인호), 철새(이상민) , 지역구 대물림, 친재벌 등 볼만 합니다."(@minjoodang)

 

여기에 "좀 있으면 여야 대통합 기사 나오겠네요"(‏@1222Yh), "이렇게 하려면 차라리 새누리당과 합쳐 민누리당을 만들어도 되겠다"는 명진 스님의 발언도 빠르게 리트윗 되고 있다.

 

트위터 여론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한 여론도 싸늘하다. 민주당이 문제 전력자를 대거 공천한 2차 공천 결과가 발표된 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보다 새누리당을 신뢰한다는 답변이 더 많았다. <한겨레신문>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24·25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공천 등 정당혁신 신뢰도 평가에서 새누리당을 더 신뢰한다는 응답이 47.3%, 민주당을 더 신뢰한다는 답변이 38.5%로 나타났다.

 

뭇매가 억울해? 앞으로는 졸음 심사 마세요

 

민주당은 2차 공천 결과를 발표한 후 "쇄신 의지가 없다", "지지율이 올라가니 오만해졌다"는 뭇매를 맞자 억울함을 호소했다. 본격적인 물갈이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심사를 앞두고 있는 3차 이후 공천 결과까지 보고 판단해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2차 공천 결과 발표에서 나타난 공천 기준대로라면 '청목회 사건'으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최규식 의원(서울 강북을)과 학교 교비 횡령 혐의로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강성종 의원(경기 의정부을)도 공천에서 탈락해야 할 이유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현역 의원들에 대한 평가를 더 엄격하게 하겠다는 공언도 별로 믿음직스럽지 않다.

 

밤샘 심사를 밥 먹듯 한다는 고충을 토로하고 있는 민주당 공심위가 3차 공천 결과를 내놓을 때는 부디 '졸음 심사'를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태그:#민주당, #민누리통합당, #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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