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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오는 4·11 총선을 앞두고 이번 선거에 처음 도전하는 예비후보들의 도전기를 듣는다. 이 기획은 총선 격전의 현장에서 제대로 된 정치를 펼 정치인에 대한 점검을 해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깐깐한 유권자의 꼼꼼한 선택, 그 출발은 '4.11 첫 도전'으로부터 시작된다. <편집자말>

"1988년말부터 90년 중반까지 인천 남동공단에서 도금공장에 다녔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해서 '해도금속'이었다. 독성이 강한 화학약품을 써서 3D 업종으로 유명했다. 1~2년 일하면 코뼈가 주저앉는 꼬뻥뚫림병이 걸리기도 했다. 그때 나는 시다였다. 월급은 26만 원. 누구나 노동해서 밥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로 충만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지금도 우리는."

 

민주통합당 과천 의왕 지역구에 도전장을 낸 송호창 변호사는  답답증을 토로했다. 노동운동과 노동단체 활동가, 법조인이 된 뒤로도 줄곧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이나 참여연대 등에서 사회활동을 했던 그가 국회의원 후보로 출사표를 냈다. 누구나 노동해서 밥 벌어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을 현실로 만들고 싶다는 게 그가 가진 꿈이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선거 당시 대변인을 맡았고, 각종 굵직한 사회현안의 법정소송의 변호인단의 대변인을 맡아 활동했던 그는 늘 '대변인 인생'이었다. 그러던 그가 과천 의왕의 '시민 대변인'이 되겠다고 나섰다. 그곳은 '보온상수'로 더 유명한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역구이기도 하다.

 

지역활동을 벌이던 중 만난 안 전 대표는 송 후보에게 "반갑다 잘해보자"고 했다지만, 정작 안 전 대표의 속은 어땠을까. 민주통합당 당내 경선, 야권단일화 등등 첩첩산중이 기다리고 있는 신예 정치인이지만 그는 박원순 희망캠프에서 배운대로 '시민정치'를 '정당정치'에 대입하고 있다.

 

촛불집회 하던 아줌마들과 동네개혁을 위해 뛰다

 

남들은 출마 전에 모조리 출판기념회를 열고 돈도 모으고 세력도 규합하는데 그는 선거운동과정에서 모은 주목받지 못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르포로 써서 선거가 끝날 즈음에 책을 낸단다. 뒷북이라 몰아치니, 이런 답이 쏟아진다.

 

시민들과 함께 작성한 최초의 동네 보고서이자 르포집이 될 것이란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스토리를 모으고 그것이 결국 최종 공약집이 될 테니, 그 책 한 권을 놓고 일을 시작하면 임기 4년 마칠 땐 그것이 모두 정책으로 변해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드러냈다. 정치의 방법을 이렇게 바꾸겠다는 것이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당시 '촛불변호사'로 유명했던 송 변호사는 당시 '우리는 미친 소를 먹지 않는다'고 아파트 베란다에 플래카드를 걸었던 그 아줌마들과 함께 동네개혁과 정치개혁, 정당개혁을 위해 뛰고 있다.

 

다음은 지난 17일 그와 만나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촛불변호사로서 정당인이 되신 소감이 어떤가.

"아직은 몸에 안 맞는 옷을 입은 기분이다. 어색하다. 처음 가져보는 당적이라서.(웃음)"

 

- 요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시나.

"오전 7시 전에 출근한다. 7시 30분부터는 의왕-과천 주요 전철역을 중심으로 출근인사를 한다. 반응은 꽤 좋다. 먼저 다가와 인사하고 악수해주는 분들이 10명 중 2~3명은 되는 것 같다. 졸업시즌이라 초중고 졸업식장에도 찾아가보는데 학부모들의 반응이 좋다. 안상수씨가 워낙 오래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굉장히 강하다."

 

"1% 위한 재개발로 원주민은 계속 쫓겨가는 상황"

 

- 민주통합당으로 정치할 뜻을 굳힌 건 무슨 이유 때문인가.

"비판도 많이 받고 문제점도 많고 내부에서 삐걱대고 있지만 지금까지 한국 민주주의를 이어온 상징적 공간이 민주통합당이다. 많은 위기의 순간들이 있었는데 그 위기의 순간을 지켜왔던 사람들이 그들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개혁의 의지를 갖고 있고 문호를 개방했다. 스스로 바꾸겠다는 뜻을 밝히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그 점에서 한국 민주주의와 정당 민주주의의 역사적 가치를 가진 것과 동시에 스스로 개혁해서 정치개혁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정당이다. 통합 이후 스스로 계속 변신하고 있는 점도 평가할 만하다."

 

- 박원순캠프에서 경험한 시민정치와 정당의 예비후보가 되어 직접 경험하는 정당정치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

"기성정당은 여전히 계파 중심의 정치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 계파의 수장이 모든 의사결정을 한다. 지금 민주통합당도 계파정치라는 모순을 여전히 갖고 있다. 청산해야 할 과제다. 박원순 시장과 안철수 현상을 만든 시민정치는 계파와 관계없고, 파벌이 형성되는 것도 아니다. 수평적 리더십으로 사안별 연대를 한다. 그러나 기성정당은 그런 게 쉽지 않다."

 

- 이번 4·11 총선에 영입된 정치인들에게 주어진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가장 큰 것은 정당개혁과 정치개혁이다. 내 경우는 지난해 10·26 서울시장 선거 당시 민주당뿐 아니라 통합진보당, 사회단체들을 통합해서 통합선거운동본부를 구성했고, 그 캠프를 이끌어왔다. 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개혁과 더불어 통합의 과제까지도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책적으로는 검찰개혁과 재벌개혁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 부산이 고향인데 과천 의왕 지역구로 출마한다. 왜 이 지역을 선택했나.

"이 지역에 10년 이상 살고 있다. 어린이집부터 초중고등 교육까지 교육활동을 함께 하는 동료들과 의논하다 출마를 결정하게 됐다. 썩어도 준치라도 안상수 만만치 않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그러나 20년째 낡은 정치인에게 과천 의왕 지역구를 맡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1%를 위한 재건축과 재개발, 난개발로 원주민은 계속 쫓겨가는 상황이다. 이런 것을 바로잡을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출마하게 됐다." 

 

- 과천 의왕을 어떤 지역으로 만들고 싶나.

"아내의 학업을 돕느라 잠시 미국 뉴욕 이타카에 머문 일이 있다. 인구 6만의 코넬대학이 있는 작은 도시다. 이곳은 정말 아름다운 공동체가 있다. 매년 5월과 10월 두 번의 북세일을 하는데 한 번에 25만권이 거래된다. 이것은 모두 좋은 커뮤니티가 발달해 있기 때문이다. 과천 7만, 의왕 15만, 모두 22만의 도시인데 이곳도 대도시는 아니기 때문에 아름다운 공동체를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안상수, 지역에선 공천 못 받을 거란 여론 우세"

 

- 통합진보당 김형탁 후보를 포함해 민주통합당 후보들 7명이 경쟁하고 있다. 자신 있나.

"김형탁 통합진보당 후보에게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민주통합당 다른 후보들은 안 그래도 분위기가 침체된 상태인데, 또 관심 받을 만한 후보들이 없어서 분위기가 잘 안 뜨는데 일단 선거가 재밌어질 것 같다고 했다. 서로 상의하고 협의하면서 공정하게 경쟁해보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용기를 주어서 나오게 됐다. 우리 모두 무조건 후보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것을 절대과제로 공감하고 있다. 통합의 리더십이 충분히 발휘될 것이다."

 

- 통합진보당으로 정치할 생각은 안 했나.

"노회찬 대변인은 인천에서 함께 활동했던 동지다. 진보정치추진위원회까지 하면 뭐... 또 삼성X파일 사건의 내 의뢰인이기도 하다. 이정희 대표는 법무법인 덕수에서 10년을 함께 일했다. 어린이집도 같이 만들고 같이 활동했던 동료이자 후배다. 사실 개인적으로 하면 그들과 훨씬 친하고 가깝다. 그러니 야권연대가 오히려 더 잘되지 않을까."

 

- 야권연대는 될까.

"김형탁 후보는 통합진보당도 예전처럼 선거를 선전선동의 장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당락에 상관없이 끝까지 나가기보다는 야권연대 전략을 세워서 함께 이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과천의왕 지역에서는 충분히 협의 조정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지역에서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를 직접 만난 일은 없나.

"행사장에서 만난 일이 있다. 직접 들은 말은 '출마한다는 얘기 들었다. 반갑다. 잘해보자' 정도였다. 그러나 민주통합당 후보 6명이 나온다는 소식에는 '내가 그렇게 우습게 보이냐, 개나 소나 다 나오게' 했다는 얘기는 들었다. 지난해 겨울부터 아주 열심히 활동하다가 1월 내내 두문불출했다. 공천에서 탈락될 거라는 소문이 높아졌는데, 요즘 또 지지자들을 모아 선거운동에 적극 나선다. 그런데 여전히 지역에서는 공천을 못 받을 거라는 여론이 우세하다."

 

- 캠프에는 주로 어떤 사람들이 활동하나.

"주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에 참여했던 분들이 자원봉사를 해주신다.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된 분들이 천안에서, 의정부에서, 김포공항 인근에서 날마다 출근하신다. 주로 희망캠프 자봉들이다. 너무 감사하다."

 

-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후원회장을 맡았다. 동기는?

"내가 출마를 결정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람 중 하나다. 밀어 넣은 만큼 책임지라고 했다. (웃음) 정치권 밖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개혁과 혁신에 노력해야 한다면서 나를 추천했으니, 선거운동도 함께 해야 한다고 부탁했다. 여러 측면에서 나와 생각이 거의 유사하고 지금까지 그는 학계에서 나는 법정이나 사회단체에서 같은 목적을 갖고 활동했기 때문에 쉽게 돕겠다고 나선 것 같다."

 

"경청투어 통해 주민들 요구 수렴할 것"

 

- 국회의원이 된다면 어떤 정치를 할 생각인가.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를 하면서 한국 정치판의 지축이 크게 흔들리는 경험을 했다. 변화와 개혁의 흐름이 큰 파도로 이미 일어난 상태다. 그걸 실감했다. 이런 개혁의 쓰나미는 그 어느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 그 변화의 흐름을 잘 모아서 쇄신하고 혁신하는 흐름을 마무리해야 한다. 결국 개혁을 완성하는 것. 제일 큰 것은 그것이다. 기존의 정치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고 새로운 정치지형을 만드는 것이다. 박원순과 안철수 바람이라는 것을 현실적인 개혁의 성과로 만들어내는 게 첫 번째 임무다. 당장 이번 총선을 통해 기반을 만들고 그 힘으로 12월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 또 다른 과제는 무엇인가.

"박원순 희망캠프에서는 예전의 낡은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법을 선거운동을 했다. 그것의 업그레이드 형태를 이번 총선에서 펼치겠다. 선거과정부터 옛날 사람들 하는 것처럼 조직을 만들고 시끄럽게 유세하면서 사람들을 정치에서 더 멀어지게 하지 않겠다. 주민들이 참여하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 것이다. 선거과정으로 자기 지역을 알고 자기 지역에 애정을 갖도록 만드는 과정을 만들고 싶다. 경청투어를 통해 나의 공약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요구를 수렴해서 스토리를 갖는 캠페인을 할 것이다. 이걸 묶어 나중에 르포 형태의 책을 한 권 낼 것이다. 별로 관심 받지 못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스토리를 채워갈 것이다." 

 

- 민주통합당 지도부 1개월에 대해 평가한다면. 

"정책과 방향을 정확하게 잡고 그 방향대로 일관되게 나가야 하는데 그게 제대로 안 되는 게 문제다. 한명숙 대표가 공천혁명부터 일으키겠다고 했다. 이번 선거에서 개혁을 완성하겠다는 것은 참신하고 개혁적인 인물을 영입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공천으로 사람을 구성하는 문제와 당의 정체성을 밝히는 문제가 중요할 텐데 어떤 사람을 영입하느냐, 주요하게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의 정책과 선거가 분리되는 게 아니라 선거과정에서 가장 집중적으로 정책을 보여줘야 한다."

 

- 노동운동을 했던 것으로 안다. 그때는 꿈이 뭐였나.

"1988년말부터 90년 중반까지 인천 남동공단에서 도금공장에 다녔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해서 '해도금속'이었다. 지금은 우리나라에 도금공장이 없는데 그때는 도금공장이 꽤 됐다. 하도 독성이 강한 화학약품을 써서 3D 업종으로 유명했다. 1~2년 일하면 코뼈가 주저앉는 꼬뻥뚫림병이 걸리기도 했다. 방독면을 써도 냄새는 다 뱄다.

 

추석 때 잔업철야수당 다 합쳐서 한달에 받은 돈은 26만 원이었다. 그때 나는 시다였다. 점심시간 빼면 하루 꼬박 10시간씩 일했다. 그때는 꿈이 현장 노동자로 사는 것이었다. 그래서 국민 대부분이 정신노동이든 육체노동이든 노동해서 먹고 사는 사람들로 충만하고 그걸로 먹고 살만해지기를 바랐다. 누구나 노동을 통해 밥 벌어먹고 사는 게 자기 삶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또 그렇게 열악한 환경에 놓여 산다. 이걸 어떻게든 바꾸고 싶다. 살만한 사회로 만들고, 노동해서 밥 벌어먹고 살 수 있도록 그렇게 하고 싶다."


태그:#송호창, #4.11 총선, #첫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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