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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태 국회의장은 기록의 사나이다. 폭탄주의 원조이고, 당 대변인 4년 3개월이라는 헌정사상 최장수 대변인이다. 이 두 가지가 그가 자랑하는 기록이라면, 그는 비리부패혐의로 물러나는 첫 국회의장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박 의장까지 5명의 국회의장이 중도사퇴했지만 비리문제로 물러난 인물은 그가 처음이다.

 

박 의장은 김영삼 대통령 출범 뒤 첫 개각때인 1993년 2월 26일 법무부 장관에 임명된 뒤 이중국적을 가진 딸의 대학특례입학문제로 3월 7일 경질되기도 했다. 임명 열흘 만에 물러난 것이다.

 

김대중 정부에서 안동수 법무장관이 임명된 지 43시간 만에 경질된 이후 두번째 단명 장관이었다. 불명예 사안에서 1위 아니면 2위 기록을 만든 셈이다.

 

1997년 한보사건으로 대검 중수부의 의장공관 방문조사를 받았던 김수한 전 국회의장에 이어 의장공관에서 조사를 받는 두번째 국회의장이라는 기록도 만들었다. 지난 9일 사퇴를 발표했지만 사퇴서가 아직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아 국회의장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그는 '민의의 전당'의 상징인 국회의장 공관을 검찰조사실로 전락시킨 두번째 인물이 됐다. 

 

김효재 "박 의장 돈봉투 살포기획 알고 있었다"고 진술

 

그나마 김 전 의장은 무혐의처리됐으나 박 의장은 불투명하다. 그는 "수사가 진행되고 관계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사건 실체를) 알게 됐다"며 자신은 몰랐었다고 주장했으나,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검찰에서 "돈봉투 살포 기획을 박 의장도 알고 있었다"는 내용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장공관' 조사가 관심을 받는 것은 단순히 두번째 조사여서 만은 아니다. 검찰은 보통 사건의 최고책임자를 맨 뒤에 조사해왔다. 때문에 최고책임자의 검찰조사는 수사가 종결단계에 들어갔다는 신호로 인식된다.

 

박 의장의 조사를 두고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사건 수사가 막바지에 들어섰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이번 수사는 이렇게 마침표를 찍을 수 없는 사건이다. '고승덕 300만원 건'과 '안병용 2000만원 건'의 대체적 윤곽은 드러났지만 자금출처는 밝혀지지 않았다.

 

 '박희태 돈봉투 300만원'이 10명에게 갔다면 3천만 원이고, 새나라당 당협위원장 전부에게 갔다면 - 이 가능성은 낮기는 하지만 - 산술적으로 7억 원이 넘는다.

 

 자금출처에 대한 관심 집중...돈봉투 받은 다른 의원들은 누구?

 

 기업에서 협찬을 받은 돈인지, MB 당선축하금의 일부인지 아니면 대선 잔금인지 또는 박 의장을 당대표로 내세운 이명박계 인사들이 갹출한 돈인지 밝혀내는 것이 박 의장과 김 전 수석 등 당사자들에 대한 처벌과 함께 '전당대회 돈봉투'라는 오래된 관행을 끊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우리 정치에서 대규모 불법 대선자금 수수관행을 없앤 것으로 평가받는 2003년 말 대선자금 수사도 그 자금이  삼성, LG, 현대 같은 재벌그룹들로부터 받은 것임을 밝혀내고 끝났다.

 

또 하나 밝혀져야 할 중요사안은 고승덕 의원외에 누가 또 돈봉투를 받았느냐는 것이다.

 

고승덕 의원은 "내 의원실 직원의 보고에 따르면, 봉투를 들고 온 '검은 뿔테 안경을 쓴 남자'가 노란색 봉투가 잔뜩 들어있는 쇼핑백을 들고 있었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문제의 '뿔테남' 곽아무개씨도 검찰조사에서 고 의원실 외 다른 의원실에 돈 봉투를 돌렸는지에 대해서 "정확한 기억이 없다"고 진술했다. 완전히 부정하지 못한 것이다.


태그:#박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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