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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는 첫 아이부터 육아일기를 썼다. 지금 돌아보면 정말 보물 중 보물이다
아내는 첫 아이부터 육아일기를 썼다. 지금 돌아보면 정말 보물 중 보물이다 ⓒ 김동수

서른 번 이상 여성을 만났지만 끝내 한 몸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고향 교회 목사님 소개로 만난 스물여덟 살 먹은 아가씨를 만난지 두 달 보름만에 인연이 이어졌습니다. 그때 생긴 아이는 '허니문 베이비'였습니다. 아내는 임신을 인지한 때부터 '육아일기'를 썼습니다. 둘째와 막둥이까지 육아일기를 썼습니다. 참 대단합니다.

그때는 비디오 카메라도 없어 동영상을 찍을 수 없었고, 사진도 많이 찍지 않아 아이의 어릴 적 모습이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육아일기 마저 없었다면 아이들 모습은 아예 없었을 것입니다. 육아일기를 쓸 때는 "귀찮게 왜 쓰는지 모르겠다"고 타박하면 "이렇게라도 아이들 모습을 남겨둬야 한다"고 한 아내의 선견지명이 대단합니다. 역시 여성은 남성보다 지혜롭습니다.

아내가 쓴 육아일기를 한 장 한 장 넘겼는데 맨 첫 장에는 '인헌 신체발달 과정'이 간단히 정리돼 있었습니다. 태어나서 돌 때까지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도록 정리한 것을 보면서 깔끔한 일 처리로 유명한 아내 성격을 알 것 같습니다.

"4일째 왼쪽 눈을 떴다, 5일째 양쪽 눈을 떴다, 8일째 배꼽이 떨어지다"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두 달째 "뱃속 머리카락 빠지기 시작하고, 턱을 들었고, 소리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고 했습니다. 석 달째는 "옹아일 시작, 물건을 잡고, 눈을 맞추고 논다"고 했습니다. 넉 달째는 "세워주면 '통통' 튀어 오른다"고 썼습니다. 다섯 달째는 "뒤집기를 시작했고, 손 잡고 세워 걸음마를 연습시켰다"고 합니다.

 꿈나라에 간 큰 아이.
꿈나라에 간 큰 아이. ⓒ 김동수

여섯 달째 "배밀이"를 했고, 여덟 달째 "기어다녔다"고 합니다. 아홉 달째 "젖니가 났고, 열한 달째 "일어섰고", 열두 달이 돼서야 "걷기 시작"했습니다. 간단 명료하게 정리한 글이지만 14년 전으로 다시 돌아간 것 같습니다.

첫 아이는 저를 닮아 그런지 참 늦습니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눈을 일주만에 눈을 떴다고 합니다. 큰 아이도 5일 만에 양쪽 눈을 다 떴으니. 아내가 참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무엇보다 장모님이 일을 하시는 바람에 몸조리를 친정이 아닌 친가에서 하는 바람에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그때마다 아내는 울면서 전화를 했고, 하루가 멀다하고 편지를 보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격세지감입니다.

아이들 육아일기를 통해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 볼까 합니다. 요즘은 현재와 미래만을 강조하지만, 뒤를 돌아보면서 배밀이 하면 "와"하면서 기뻐했습니다. 손잡고 일어서면 "인헌이가 일어섰어요"라고 즐거웠던 것을 반추하고하자 합니다. 솔직히 그때 기뻐하고, 즐거워했던 것은 다 잊어버리고 지금 못한다고 타박만하는 것을 보면서 참 어리석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습니다. 지금이 아닌 그때를 더 많이 기억하기를 바라며 과거로의 여행을 떠납니다.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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