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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판사 연임(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한 서울북부지법 서기호 판사(사법연수원 29기)는 13일 자신의 탈락 이유에 대해 페이스북에 올린 '가카 빅엿'과 같은 대통령 조롱 표현 때문으로 분석했다.

 

서 판사는 특히 "이번 탈락은 가장 핵심적으로 양승태 대법원장께서 추진한 거고 그분의 의중이 가장 크게 반영됐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지명을 받고 작년 9월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6년 임기의 직무에 들어갔다.

 

서기호 판사는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대법원은 제가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하다는 점에 대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사유 제시도 없이 단지 근무평정 '하'가 5번이다 이 정도인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가카 빅엿' 글이나 이런 것 때문이 아니냐고 추측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제 스스로 떳떳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탈락 예상을 전혀 못했다"며 "왜냐하면 제가 객관적인 통계도 그렇고 근무성적이 평균 정도는 충분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해서 판사직을 수행하기 불가능할 정도에 이른다고는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대법원의 결정을 수긍하지 못했다.

 

이어 "그리고 법원이 적어도 합리적이기 때문에 그 정도는 충분히 판단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었기 때문에 탈락이 굉장히 충격적이었고, 법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듯이 더군다나 제가 탈락했다는 공문에도 구체적인 사유도 게재되지 않은 채 탈락통보를 받았기 때문에 더더욱 충격적이었다"고 덧붙였다. 

 

근무평정에 대해서도 "굉장히 법원장의 주관적인 평가가 들어있는데 저처럼 2009년에 신영철 대법관 사태에 주도적으로 관여했거나 또 SNS 활동을 한다든지 그리고 평소 제가 부장판사님이나 법원장님과 의견이 좀 다를 때 이야기를 하는 편이다보니 그 과정에서 오해가 생길 수도 있어 한마디로 '찍힐' 수가 있다"며 "그래서 '하'가 많이 나온 편인데 그러한 근무평정의 주관적인 요소가 많다는 것, 또 그 부분이 비공개여서 이의절차라든가 소명할 기회가 전혀 없다는 점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떤 법원장이 서술형 평가를 해놓은 것을 공개했다. 그는 "법관인사위원회에 출석했더니 어느 법원장이 '서기호 판사는 자기 말을 좀 앞세우고 자기 주장이나 견해에 몰입돼 있고 좀 고집이 세고 말이 잘 안 통하고 폐쇄적이고' 이런 식으로 서술형 평가를 해놓았던데, 그 말을 들으면서 굉장히 놀랐다"며 "제가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건 동료판사들에게 물어보면 다 확인되는 내용이고, 그 법원장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저와의 어떤 관계에서 불편함을 굉장히 느낀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제가 주장을 했던 것은 사법행정권을 좀 견제하고 권한을 축소하고 판사들의 재판상 독립을 많이 강조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오해를 하실 순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저에 대해 굉장히 벽창호처럼 대화가 안 되는 사람처럼 묘사를 해놓은 것을 보고 굉장히 놀랐다"고 말했다.

 

진행자 손석희 교수는 2009년 서울중앙지법 사건관리부 근무 당시 비교대상 8명의 판사 중 서기호 판사가 조정률 2위를 한 것은 '그만큼 소통이 잘 됐다'는 반증일 것이라며 소통이 안 되는 분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 판사는 "조정률 2위라던가 그런 객관적인 자료에 비춰보면 법원장의 서술형 평가가 좀 공정하지 못하고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뻔히 알 수 있는 건데, 법원장이 그렇게 평가해 놓으니까 당연히 법관인사위원회와 대법원 측에서는 '법원장이 정확하게 봤겠지' 이런 형태로 생각하고 제 소명은 뭐 그냥 그런가보다, 변명으로 들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여러 법원장으로부터 '하'를 5번이나 받았다면 비교적 공정한 평가가 아니냐는 반론에 대해 서기호 판사는 "워낙 법원 사회가 좁고 특히 위로 갈수록 고위법관, 법원장 정도 되면 서로 잘 아는 사이기 때문에 '이 사람은 말이 안 통하는 사람', '자기 주장이 강한 사람'이라는 평가는 거의 다 공유된다"며 "특히 2009년 신영철 대법관 사태 때 제가 신 대법관의 거취 문제를 거론하는 과정에서 좀 강하게 법원장의 권한을 축소시켜야 된다고 주장했던 것은 워낙 널리 알려진 사건이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하위 2%의 평가를 받았다면 무조건 재임용 탈락이냐'는 질문에 서 판사는 "사실 이번에 처음 나온 이야기고, 작년까지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과거에도 하위 2%에 대해서 심사통보를 했는지 못 들었기 때문에 다른 판사들도 모르고 있었다"고 의문을 던졌다.

 

상대평가 방식에 대해서도 서 판사는 많은 평판사들이 실적에 목을 매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그런 우려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상대평가라는 것이 누군가는 '하'를 받을 수밖에 없는데 그것만으로 과연 판사로서 직무수행 할 수 없을 정도로 현저히 불량한 거냐, '하'가 5개 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현저히 근무성적 불량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닌데 이번에 그것만 가지고 탈락시킨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정말 평정에 목을 매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일반기업에서는 당사자에게 1년마다 근무평정이 공개돼 이의신청을 해서 해명할 절차도 마련돼 있고, 반대로 직원들이 평정권자를 상향식으로 리더십 평가를 해서 과연 그 평정권자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정할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한 심사평가도 이루어진다"며 "굉장히 심각한 문제는 법원이야말로 가장 합리적인 곳이어야 하는데 기업이 채택하고 있는 그런 근무평정 장치들을 전혀 마련해놓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기호 판사는 특히 "법관인사위원회는 심의기구이지 의결기관이 아니어서 실제로도 심의결과를 토대로 대법관회의에서 격론이 벌어졌다"며 "결국 최종결정은 대법관회의에서 했다는 이야기고 대법관회의에서도 격론이 벌어졌다고 하니까 최종결정은 당연히 대법원장이 했을 것이다. 저는 기본적으로 이건 가장 핵심적으로 양승태 대법원장께서 추진하신 거고 그분의 의중이 가장 크게 반영됐다고 생각한다"고 탈락 배경으로 양 대법원장을 지목했다. 

 

판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서 판사는 "아마 오늘이나 내일 중으로 뭔가 나올 것 같은데 어떤 예상을 하긴 어렵다"며 "다만 이 사건이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판사들 사이에서는 굉장히 충격적인 일로 다가오고 있다"는 말로 대신했다.

 

그는 "왜냐하면 연임심사에서 근무성적이 문제가 돼서 이렇게 공개적이고 정식으로 문제제기 됐던 사례가 없었고, 특히나 근무평정이 비공개 상태에서 10년 만에 갑자기 통보되고 더군다나 하위 2%는 무조건 탈락시킨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 굉장히 충격적이어서 자기 자신이 다음번에 그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서기호#양승태#재임용 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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