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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시의 한 경찰서가 보낸 공문.
광주시의 한 경찰서가 보낸 공문. ⓒ 윤근혁

일부 경찰이 '불량 학생'의 명단을 학교에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광주지역 경찰서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교폭력자치위) 회의록 2년치를 복사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일선 중고교에 보낸 사실이 10일 확인됐다.

이에 대해 광주광역시교육청(교육감 장휘국)까지 나서 이날 오전 광주지방경찰청을 항의 방문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피해자·교사·학부모 발언 성향까지 알 수 있는 자료를...

학교폭력자치위는 가해 학생의 징계 여부와 피해 학생의 보호를 위해 학교별로 교원과 학부모, 지역위원 10여 명이 참여하는 회의 기구다. 이 기구의 회의록에는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의 이름, 피해 내용, 교사와 학부모의 발언 성향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이날 기자가 입수한 광주광산경찰서의 '수사 협조 의뢰'란 제목의 공문을 보면 이 경찰서는 지난 달 31일 관할 지역에 있는 11개 중고교에 '학교폭력자치위 회의록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광주시교육청은 이와 비슷한 공문을 보낸 경찰서가 더 있다고 밝혔다.

학교폭력 관련 학생 명단을 요구하는 공문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다른 시도에서도 비슷한 공문이 발송됐을 가능성이 있다.

해당 경찰서 강력6팀에서 작성한 이 공문에는 "관내에서 최근 발생한 학교폭력 사건과 관련하여 범죄 조기예방 및 계도에 필요한 자료를 활용하고자 한다"면서 "귀 학교의 학교폭력자치위 회의록에 기재된 학교 폭력 내용을 열람 복사하고자 한다"고 적혀 있다. 열람과 복사 기간은 2010년부터 2011년까지 2년간이다.

이 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아이들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서 계도하기 위해 실태 파악하려고 공문을 보낸 것"이라면서 "학교들이 거부해 회의록을 받은 곳은 없고, 3개 학교 정도만 학생들의 명단을 보내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찰청 차원에서 공문 발송을 지시하지는 않았고, 이번에 입수한 학생이름도 수사에 곧바로 활용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경찰서 "데이터베이스 구축하려고..."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광주시교육청은 이날 오전 광주지방경찰청을 비공개 항의 방문해 경찰의 법 위반 등을 따졌다.

이 교육청의 한 장학관은 "경찰의 회의록 요구는 학교폭력 관련 법률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 항의방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학교는 절대로 교사·학생·학부모의 내부 정보가 기록된 회의록을 복사해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광주시교육청은 9일 오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문을 일선 중고교에 보냈다.

현행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보면 "학교폭력의 예방 및 대책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한 자는 가해학생·피해학생과 관련된 자료를 누설하여서는 아니 되며 학교폭력자치위 회의는 공개하지 아니 한다"(제21조)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했을 경우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 있다.

박삼원 전교조 광주지부 정책실장은 "경찰이 초법적으로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은밀한 회의기록까지 달라고 하는 것은 과도한 행위"라면서 "범죄자를 많이 잡아 점수를 높이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다"고 우려했다.

조성범 경기도인권교육연구회 회장(고교 교사)도 "학교폭력자치위 회의록까지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실정법 위반은 물론 명백한 인권침해"라면서 "한 순간의 작은 실수 뒤 잘못을 뉘우치고 공부에 전념하는 학생도 많은데 경찰이 이들을 범죄자로 낙인찍고 있다"고 비판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학교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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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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