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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대라는 이름의 외계인> 책 표지
<십대라는 이름의 외계인> 책 표지 ⓒ 라이스메이커
10대 자살이 늘고 있다. 여러 요인들이 있지만 학교폭력이 가장 큰 이유로 떠오른다. 학교에서 왕따 당하고, '삥' 뜯기고, 과제물도 대신하고, 심한 모욕감과 폭력에 수치심과 좌절을 겪는 것 말이다. 그것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부모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무엇보다 경찰이 단속을 강화할 것을 주문한다. 학교 선생님들에게는 아이들에게 더 깊은 관심과 배려를 갖고 교육에 임하도록 당부한다. 더욱이 폭력을 행사하는 아이들은 가차 없이 전학시킬 것도 요구한다.

그런데 그런 조치로 10대 자살을 막을 수 있을까? 학원폭력만 근절시키면 그게 해결될 일일까?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바로 가정 안에서 풀어야 할 실마리가 그것이다. 배고픈 시절에 대학 진학만을 목표로 했던 어른 세대와 지금의 10대가 겪는 감수성을 공감하는 게 필요하다. 그런 생각을 공유하는 데서부터 10대 자살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치유심리학자 김영아의 <십대라는 이름의 외계인>은 그런 점에서 10대의 감수성을 들여다보는 바로미터라 할 수 있다. 어른 세대가 바라보는 관점과 10대가 생각하는 생각이 얼마나 다른지 그 틈을 빤히 엿볼 수 있고, 그들과의 간격을 좁힐 수 방안도 체득케 하는 책이다.

"소위 '비행 청소년'들이 하는 행동은 대개가 비슷하지만 그들이 집에 들어가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경우의 변수는 딱 하나다. 바로 '집', 즉 '가정'이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가, 아닌가 하는 것. 대부분의 아이들이 부모와의 원만하지 못한 관계 때문에 더 이상 가정이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고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느껴 집을 떠난다."(본문 35쪽)

이 책에서 김영아는 10대들이 겪고 있는 괴로움과 갈등의 문제를 '가정'에 두고 있다. 모든 질병도 그 근원이 있듯이 10대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도 가정 속에 있다는 뜻이다. 10대 아이들이 폭력에 기웃거리는 이유도 대부분 부모와 생긴 거리감 때문이라는 뜻이다. 그것을 대리 만족하고 또 인정 받으려고 '삥'을 뜯고 폭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아이가 유독 나쁜 친구들과 어울린다면, 혹 자신의 왜소함이나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무엇을 그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얻으려고 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그런 아이들일수록 그들과의 관계는 더욱 끈끈하다.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부정적이기 짝이 없는 관계이지만, 아이는 그 관계에서조차 자신의 결핍을 채워줄 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있는 것이다."(본문 48쪽)

이는 내 아이가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보고 느끼는 충격일 수 있다. 내 아이가 담배와 술을 하는 친구들과 어울리고, 심하게는 폭력을 행사하는 아이들과 함께 돌아다닌다면 어떨까. 부모라면 당연히 기겁을 할 것이다. 그런데 그것 역시도 부모에게 받지 못하는 인정의 욕구 때문에서 비롯되는 일이라고 하니, 깊이 돌아봐야 할 부분이지 않을까?

10대 아이들이 부모에게 바라는 관심이 어디 그뿐이랴. 공부도, 장래 목표도 마찬가지다. 이 책에도 나와 있듯이, 울산에 살던 부모는 자기 아이가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해 그럴 듯한 대학에 들어가는 게 바람이지만, 녀석은 미용사가 되는 게 꿈이다. 부모가 바라는 꿈과 아이의 꿈이 달랐던 것이다. 그 간격을 좁힐 방안을 가정 안에서 찾는 게 10대 자살을 예방하는 또 하나의 최선책일 것이다.

아이들은 대부분 부모의 눈에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하지만 뭔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배우고 익히는 게 아이들의 몫이지 않던가. 자녀는 분명 잘못을 저지르면서 배운다. 마찬가지로 부모도 그렇다. 아이들의 잘못으로 인해 화가 날지라도 끊임없는 용서를 통해 부모는 자녀를 알고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울타리가 있는 가정, 그런 너그러움과 따뜻함이 깃든 가정, 아이들의 문화와 감성에 눈높이를 맞추는 부모가 있을 때, 학교에서 비록 어려움과 괴로움을 겪더라도 아이들은 그 과정을 능히 견뎌내고 이겨낼 것이다. 그걸 지탱하는 힘이 가정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것보다 10대 자살을 예방하는 근본 최선책이 어디 있을까?

덧붙이는 글 | <십대라는 이름의 외계인> (김영아 씀 | 라이스메이커 | 2012.02 | 1만3000원)



십대라는 이름의 외계인 - 소통하지 못하는 십대와 부모를 위한 심리치유 에세이

김영아 지음, 라이스메이커(2012)


#십대 자살 예방#치유심리학자 김영아#〈십대라는 이름의 외계인〉#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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