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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의 저녁풍경 붉게 노을이 지고 있는 금강변
▲ 금강의 저녁풍경 붉게 노을이 지고 있는 금강변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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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산 빛이 희끗희끗하다. 연초에 내린 눈이 다 녹지 않고 산비탈에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늘은 맑지도 흐리지도 않은 비청비탁한 기분 나쁜 겨울날씨를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거리가 한산하다.

17일, 공주 곰나루에 있는 금강을 찾았다. 누구라도 오늘처럼 우중충한 날씨에 길을 걷게 되면 마음도 외롭고 기분도 꿀꿀할 것 같다. 하지만 하루 일을 마치고 해가 지는 금강변으로 나서보라. 그곳에서 전혀 다른 하루를 만날 수 있다. 아름다운 저녁노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금강변에서 바라보는 일몰이 참으로 아름답다. 특히 오늘같이 흐리멍텅한 겨울날씨에는 평소보다 더 아름다운 일몰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매서운 찬바람이 부는 겨울일지라도 금강의 저녁 노을은 나그네의 가던 길을 멈추어 서게 한다.

까치와 나무 강가의 작은 나무로 까치들이 무리지어 날아든다
▲ 까치와 나무 강가의 작은 나무로 까치들이 무리지어 날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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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에는 부여로 가는 백제 큰 길이 있다. 곰나루에서 금강을 따라 이어지는 큰 길이다. 그 길에는 금강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도록 도보가 잘 만들어져 있다. 그 길을 따라 걸어가며 만나는 금강의 풍경은 나그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까치들은 무리를 지어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한가로이 날기를 반복하고 갈대들은 햇빛을 가득안고 수줍게 웃고 있다. 더욱이 강가에 외로이 서있는 나무들은 새들의 벗이 되어 금강의 풍경을 더해주고 있다.

해가 서산으로 서서히 떨어진다. 동화 속 주인공처럼 아주 멋진 모습이다. 황금빛으로 화려하게 분장을 하고 무대에 오른 당당한 표정이다. 태양은 이미 세상의 중심이 되어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연출하고 있다. 하늘과 금강은 붉은 빛을 토해내며 온 천지를 붉게 색칠을 한다. 세상이 온통 붉다. 어디에서 이런 하늘을 만날 수 있으랴!  마치 꿈속에서 본 듯하다.  

산 위에 서서 금강을 애타게 바라보던 태양은 슬그머니 산 아래에 몸을 감춘다. 그러자 하늘빛이 더 붉게 타오른다. 마치 태양이 산 아래에 숨어 요술을 부리는 듯하다. 해는 서산으로 지고 비록 없지만 저녁노을은 절정을 이루고 만다. 그 빛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곱고 황홀하기만 하다. 그 아름다운 풍경을 가만히 지켜보던 산 그림자는 붉은 노을을 슬금슬금 밟으며 강으로 걸어 들어간다. 사람들은 그 꿈속 같은 저녁풍경에 흠뻑 빠져 넋을 잃고 바라본다.

금강의 일몰 해가 서산에 떨어지며 붉은 노을을 만들고 있다
▲ 금강의 일몰 해가 서산에 떨어지며 붉은 노을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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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우중충한 날씨로 기분이 우울했던 하루, 금강의 저녁노을은 멋진 반전이 아닐 수 없다. 다소 무겁고 우울했던 마음이 홀가분해진 느낌이다. 금강에서 무거운 마음을 덜어내고 천천히 집을 향해 걸어간다. 멀리서 새들도 무리지어 하늘을 바쁘게 날고 있다. 그들의 쉼터를 찾아가는 모양이다. 온종일 모습을 어렴풋이 드러냈던 태양, 이 멋진 풍경을 만들기 위해 구름 속에 숨어 은밀히 작업을 했던 말인가! 자연의 경이로움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금강#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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