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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올해 전 세계는 대통령(수상)을 새로 뽑는 '선거의 해'다. 3월 4일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 아니 푸틴 '차르'가 당선이 확실하다. 4월 22일 프랑스 사르코지가 재선에 도전한다. 10월에는 중국 후진타오 뒤를 이어 시진핑 체제가 들어서고. 11월 6일에는 미국 오바마도 재선에 도전한다. 그리고 12월 19일 대한민국은 18대 대통령을 뽑는다. 이 모든 선거 첫 테이프를 끊은 나라가 14일 치른 대만 총통 선거였다.

선거 결과 국민당 소속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연임에 성공했다. 대만 중앙선거위원회는 14일 밤(현지시간) 개표 완료 결과, 마 총통이 51.6%를 득표해 45.6%를 얻은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여) 주석을 누르고 재선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마 총통 전임인 민진당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은 대만 역사상 첫 정권교체를 이루었지만 '대만 독립'을 강하게 추진하면서 중국과 대립 상황을 연출함으로써 '양안관계'는 최악이었다. 이는 대미 관계도 불편하게 만들었다. 대만독립은 이처럼 미국도 바라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런 국제정세를 읽은 마 총통은 양안관계 회복을 주장하면서 지난 2008년 총통에 당선된다. 마 총통 취임 뒤 중국과의 양안관계는 사상 최고의 밀월기를 보냈다. 대만과 중국 사이에 자유무역협정 성격의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등 16개 협정이 체결됐고, 직항 개설, 우편 왕래, 중국인들의 대만 관광 등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났다. 2008년 대만과 중국을 오가는 직항은 하나도 없었지만 현재 매주 558편이 왕래한다. (13일 <한겨레> 안정과 변화 사이…'중국발 햇볕정책' 갈림길 기사 참조)

이른바 '중국판 햇볕정책'이다. 중국판 햇볕정책은 대만 기업들에게 엄청난 이익을 창출해줬고, 이들은 민진당 차이잉원 후보가 당선되면 양안관계가 악화될 것을 우려했다. 현재 중국에 진출한 대만 기업인들은 200만여 명으로 이번 선거에 20만명이 집단으로 귀국에 투표한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우리는 여기서 마잉주 총통이 중국판 햇볕정책을 추진한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 마 총통은 국민당 출신이다. 국민당과 중국 공산당은 두 차례 내전을 겪었다. 1927년부터 36년까지는 1차 국공내전(중화인민공화국은 '해방전쟁'), 1946년부터 1949년까지는 2차 국공내전을 치른다. 특히 마오쩌뚱이 이끄는 인민해방군은 1949년 1월 30일 입성, 4월 23일 국민당 정부의 수도 난징을 함락,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한다.

두 차례 전쟁을 치른 국민당과 공산당은 이후에도 여러 차례 충돌한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외교관계를 수립하기 전까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었다. 1979년 1월 1일 양국은 공식 수교를 체결했고, 지미 카터 당시 미국 대통령은 1979년 1월28일부터 9일 동안 당시 중국의 최고지도자 덩샤오핑 부수상을 위싱턴으로 초청했다. 중국은 대만 대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됐다. 대만으로서는 치욕이 아닐 수 없다. 이후 대만은 세계 각국으로부터 외교단절을 겪었고, 우리나라 역시 중국과 수교하면서 외교관계를 단절했다.

그런데 국민당 출신 마잉주 총통이 양안관계 회복을 주창하고 나선 것이다. 대한민국 수구세력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고, 이명박 정권도 마찬가지다. 수구세력은 한국전쟁을 일으킨 김일성과 아들 김정일을 원수처럼 여기면서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펼쳤던 '햇볕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별다르지 않다. 정권 내내 대북 대결정책을 펼쳤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포격 등과 관련해 '사과'를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보수언론도 이명박 정권이 대화 의지를 조금이라도 내비치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비판한다. 만약 마잉주가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면 수구세력과 보수언론은 어떻게 대했을까? 궁금하다.

대한민국 보수세력이 북한을 용서할 수 없는 것만큼 대만 국민당도 중국을 용서할 수 없다. 하지만 대만 마잉주는 중국판 햇볕정책을 펼쳤고, 양안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평화롭다. 그 평화는 경제적 이익을 안겨다 주었다. 대결과 적대는 전쟁을 낳지만 평화는 이처럼 더불어 살아가게 해준다. 국가 지도자 통치철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마잉주는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 이명박 대통령은 대만의 마잉주가 될 수 없는가.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마잉주#이명박#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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