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답지 않게 따스한 햇살이 가득한 날이었습니다. 팔당댐 하류, 그곳에 서니 지난 추위에 얼었던 얼음이 녹으며 '쩡쩡'거리는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려옵니다. 그 소리에 이끌려 강을 바라보니 따스한 햇살 한 줌에도 무력하게 녹는 얼음장들이 버틸 힘을 잃고 어긋난 채로 녹아가고 있습니다.
'봄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팔당댐 옛길 벽에는 낙서가 많습니다. 주로 사랑을 고백하는 낙서들인데, 요즘엔 과거보다 낙서가 화려해졌고, 커졌습니다. 거기에 낙서를 할 만큼, 새겨놓을 만큼 구구절절한 사랑이었으니 변치말길 바랍니다. 사랑, 그거 너무 쉽게 변하는 세상이거든요.
강변으로 내려갔습니다. 그곳 햇살 따스한 바위엔 비썩 말라버린 물고기 한마리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잉어라 생각했습니다.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 그 꼭대기에 다다르면 날개가 생겨 용이 된다는 '등용'에 대한 전설이 있습니다. 팔당댐은 차마 올라가지 못해 지척에서 말라버린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러나 전설이죠. 그런데 그 말라비틀어진 물고기가 여전히 하늘을 향하고 있습니다. 아, 죽어서도 제 꿈을 버리지 않는 마음이랄까요?
서있는 자리에 따라 각기 다른 풍경으로 다가옵니다. 우리의 삶도 그렇지요. 내가 선 자리에서 보고 판단하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 날이었습니다. 햇살이 따스하니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더욱 간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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