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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시의회를 출입하면서 느끼는 점은 무엇보다도 취재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는 것이다. 본회의장 외에는 기자가 의원들의 공식적인 의정활동을 직접 취재할 수 없었다. 회기 중에 상임위원회가 열리는 2개의 방에는 아예 들어가지도 못한다. 회의실이 좁다는 이유로 집행부 관련공무원들 외에는 기자도, 시민도 직접 취재나 방청이 허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지 2층 본회의장 입구에 있는 휴게실 겸 집행부 대기실에서 CCTV 화면을 통해 취재 및 방청을 허가했다.

 

집행부 대기실에서 중계화면 보고 취재하라?

 

그러나 그곳은 집행부 공무원들이 거의 자리를 채우며 온종일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취재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다. 시민으로서 자신이 선출한 의원이 의정활동을 성실히 하는지, 혹은 이해관계에 놓여있는 조례안을 어떻게 다루는지 등을 지켜본다고 해도 집중하기 쉽지 않다. 길쭉한 휴게실 양쪽 끝에 TV화면이 설치돼 있지만, 공무원들이 수시로 대책을 논의하거나 잡담을 해 산만하다.

 

김재균 부의장은 "옛날 송탄시의회 청사를 그대로 쓰고 있어서 당분간 불편하더라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또 상임위원회실은 "의원들과 관계 공무원들만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좁아 언론의 취재를 허용할 공간이 없다"고 해명했다.

 

기자도 청사 구석구석을 살펴보니 그 해명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의회청사가 너무 크고 화려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지금의 청사는 15명의 의원들과 사무국 직원들이 쓰고 집행부 공무원들과 기자, 방청을 원하는 시민들을 수용하기에는 지나치게 의회 청사가 좁았다.

 

2층 본회의장 오른쪽 통로를 맞은 편에는 의장실과 부의장실이, 1층 사무국 오른쪽 통로 쪽으로는 사무국장실과 3개의 상임위원장실이 따로 있다. 그외 나머지 10명의 의원들을 위한 공간은 옹색하기 짝이 없다.

 

1층 사무국 왼쪽에 있는 의정연구실은 의원들을 위한 공간이지만 의원총회를 할 수 있는 원탁 테이블이 공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테이블 너머 안쪽으로 1m 정도 되는 칸막이가 놓여져 있다. 그 공간에 각자의 책상이 있다.

 

"우리 의장단은 따로 방이 마련돼 있어 괜찮지만, 다른 의원님들은 손님이 와도 차를 대접하며 마주 앉아 이야기할 공간조차 없어요."

 

김재균 부의장의 말이다. 본회의장도 방청석이 마련돼 있지만 답답한 느낌이 들 정도로 작고 천정도 낮았다. 국·소장급 이상 집행부 공무원들도 의원들과 나란히 의장석을 향해 앉을 수 있도록 의석 왼쪽에 좌석배치가 돼 있어야 하지만 평택시의회는 매우 독특한 구조다. 의장을 제외한 14명의 의원들은 의장석을 향해 나란히 앉아 가운데를 채우고, 집행부 공무원들은 양쪽 벽을 등진 채 의원들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일렬로 앉게 돼 있다.

 

마치 학부모나 교육청 등 감독관청의 고위인사들이 학교에 수업을 참관하러 온 모습같다. 이런 기이한 풍경을 본회의 때마다 연출한다. 공간이 너무 좁다보니 의원 수 만큼이나 되는 국·소·단장들은 의원들과 나란히 앉을 수 없다. 기자가 취재할 수 있는 방청석은 의석 바로 뒤 4~5단 형태의 계단식으로 조성돼 있으며 40명 가량이 앉을 수 있다.

 

그러나 시의회 청사의 좁은 공간 문제는 당장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한다. 고덕국제신도시가 건설되면 행정타운도 같이 조성될 예정이어서 시청사와 함께 새로 건립될 시의회 청사로 옮겨가기로 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덕 국제신도시 건설이 지연되면서 공간문제 해결은 백년하청과 다름없다.

 

집행부에 의존하는 홍보 시스템도 문제

 

평택시의회의 홍보 시스템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시의회 사무국에는 홍보팀이 없다. 의사팀과 의정팀으로 나눠져 있는데, 어느 쪽에도 홍보를 담당하는 직원 하나 없다. 홍보 관련 업무는 시청의 공보담당관실을 통해서 한단다. 그러다보니 의회 사무국은 언론사 기자들에게 무관심하다. 자료를 제공하는 것도 소극적이었다. 물론 사무국에 가서 억지로 받아내기는 하지만, 기자를 위해 좀 넉넉하게 준비해 자료를 제공하면 좋지 않을까? 기자도 고객이라고 생각하며 취재에 적극 협조하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홍보관련 업무를 집행부에 맡긴 것도 생각해볼 문제다.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의회가 시장의 결재를 받아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우리나라의 지방의회에서는 의장이 공무원 인사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홍보 시스템만큼은 의회가 따로 가동해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서울시의 자치구의회들이나 경기도의 수원시의회, 용인시의회, 안산시의회, 안양시의회 등도 따로 홍보팀을 운영하고 있다. 평택시의원들도 그 문제에 공감하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평택시의회는 22명의 직원들로도 빠듯해 공무원을 더 늘릴 수 없는 형편입니다. 언론사를 직접 상대하기 힘들어 집행부의 전담부서를 통해 할 수밖에 없어요."

 

송종수 의장과 김재균 부의장, 양경석 자치행정위원장도 같은 말을 했다. 사무국의 직원들의 말도 한결같았다.

 

평택시 인근 기초의회들의 누리집에서 확인해 보니 평택시의회와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안성시의회, 화성시의회, 오산시의회도 사무국이 의정팀과 의사팀으로 나눠져 있을 뿐 홍보팀이 따로 없었다.

 

화성시의회 사무국에 전화해봤다. 의사팀에 홍보담당 직원이 1명 있어서 언론사를 직접 상대해 보도자료를 배포한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앞서 예를 들었던 수원, 용인, 안산, 안양 등은 인구 60만 명이 넘는 도시들로 시의회 홍보팀을 따로 운영하고 있었고, 그렇지 않은 평택, 안성, 화성, 오산시는 인구 60만 미만이었다.

 

현재 평택시 인구는 약 43만 명, 앞으로 8년 후 80만 인구를 목표로 한 만큼 의회 시스템의 선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다못해 화성시의회처럼 홍보담당 직원 하나 정도 두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 어떨까?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니까.

덧붙이는 글 | 평택시사신문 보도


#평택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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