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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시도.
부시도. ⓒ 부시도 페이스북

독일 문화계가 발칵 뒤집혔다. 래퍼 부시도(Bishido)가 사회 통합에 영향을 끼친 문화계 인사에게 주는 '올해의 통합(Integration)'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독일 밤비(Bambi)상은 1948년부터 대중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문화계 인사들에게 수여된 상이다. 올해는 '평범을 파격한' 문화적 공로로 세계적인 여가수 레이디 가가와 '인터넷으로 세계적 스타'가 된 저스틴 비버에게도 수여됐다. 그런데 밤비상 분야 중 '올해의 통합'상이 래퍼 부시도에게 수여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그동안 밤비상이 쌓아온 권위와 맞지 않는 선정'‚ '부시도가 수상자로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올해의 통합'상을 받은 부시도에 대한 비판은 격렬했다. 하이노란 독일 대중 가수는 "폭력과 범죄를 일삼는 부시도와 같은 상을 받았다는 것에 수치심"을 느낀다면서 1990년에 받은 밤비상을 돌려보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독일 사민당 헤센 주 당수인 튀로스텐 쉐퍼 귐펠은 "가사에서 여성과 성적 소수자를 비하하는 문구를 선정적으로 표현해 상업적으로 인기를 얻는 데 이용하고, 사회 통합에 거의 기여한 바가 없는 래퍼가 대중문화상을 받은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여성 단체와 성적 소수자 옹호 단체도 성 관계를 묘사한 가사에 "여성과 성적 소수자를 비하하는 의미가 들어 있다"며 부시도에게 밤비상을 주는 것을 반대하는 성명을 연이어 발표했다.

'나쁜 소년', 독일 주류 사회에 진입하다

래퍼 부시도는 튀니지 출신 아버지와 독일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다. 14~25세의 60퍼센트 이상이 다문화 가정 청소년인 독일에서 부시도가 혼혈아라는 사실은 그다지 특이한 경력이 아니다. 그렇지만 부시도는 고등학교 중퇴, 마약 밀매, 수감 생활은 물론 폭력을 일삼던 '나쁜 소년(Badboy)'이었다. 그런 부시도가 인기 래퍼로서 사회적 지위와 부를 얻고 권위 있는 대중 문화상을 받게 되자, 독일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부시도는 가난한 미혼모 밑에서 성장했다(부시도의 어머니는 아버지와 일찍 헤어졌다). 폭력이 난무하는 베를린의 가난한 외곽 지역에서 부시도는 "주먹이 곧 정의"라고 믿는 싸움쟁이로 거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부시도는 인문계 고등학교인 김나지움을 중퇴하고 마약 밀매로 돈을 벌면서 "그동안 배웠던 수학이 왜 필요한지를 처음으로 느꼈다"고 한다.

이러한 부시도의 솔직한 인터뷰는 독일 교육계는 물론 사회 주류층을 당황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름에 걸맞게(부시도는 '투사의 길'이란 일본어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부시도는 좌충우돌 부딪치며 살았다. 이는 청소년 감옥행으로 이어졌다. 부시도는 그렇게 영영 낙오자로 살아갈 뻔했다.

그런 부시도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음악 덕분이었다. 감옥 생활 이후 강제적으로 부여된 페인트공 직업 훈련의 고단함을 이기기 위해 부시도는 음악에 관심을 가졌다. 부시도는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2000년부터 랩으로 만들어 직접 판매했다. 그 후 부시도는 최다 음반 판매 가수가 됐다.

부시도가 독일 청소년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래퍼로 꼽히는 것은 어린 시절 느꼈던 절망과 세상에 대한 분노를 거친 '쌍욕'과 '막말'로 여과 없이, 날것 그대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이런 거친 표현은 대부분의 점잖은 독일 성인들을 당황케 하고 불쾌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독일 청소년들이 부시도에게 열광하고, 부시도가 성공하게 된 이유는 바로 그 '날것 그대로' 때문이다.

부시도는 독일 주류 언론인 <디 자이트>와 한 인터뷰에서 "경찰의 단속을 이해는 하지만 그들을 존경하지는 않는다"고 말하는 등 기존의 권위와 질서를 끊임없이 부정했다. 이런 파격적인 행태를 보이는 부시도는 기성세대의 눈에는 한마디로 '싸가지 없고 위험한 존재'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이러한 부시도를 '쿨(cool)'한 가수이자, 잘못도 하지만 잘못을 깨달으면 솔직히 시인하고 공개적으로 반성할 줄 아는 '솔직한 형(혹은 오빠)'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부시도에게 열광한다.

부시도의 삶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부시도의 노래와 영화를 듣고 감상해도 좋은지를 자녀와 부모가 토론하게 만들 정도로 부시도는 독일 사회에서 논란거리다.

 독일 청소년들은 부시도의 음악이 좋고, 그의 솔직한 면이 맘에 든다고 말한다.
독일 청소년들은 부시도의 음악이 좋고, 그의 솔직한 면이 맘에 든다고 말한다. ⓒ 한귀용

"누구나 인생에 두 번의 기회를 가질 권리가 있다"

노동 이민과 국제결혼이 한국보다 일찍 시작된 독일에서 통합과 다문화 가정은 사회적 화두다. 국제결혼이 늘어나고 다문화 가정 2세대가 전체 독일 청소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청소년 문화와 정책에서 다문화 가정 2세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졌다. 이러한 다문화 가정이 그렇지 않은 가정에 비해 실업률과 청소년 범죄율이 높고 학력 수준이 낮다는 통계가 나오면서, 다문화 가정 2세대에 대한 정책이 이슈가 되고 있다. 다문화 가정 중 상당수가 경제적 빈곤층, 사회적 소외층이라는 점에서 이 문제는 사회 양극화와도 맞물려 있다.

부시도도 빈곤 가정, 다문화 가정, 미혼모 가정이라는 특수성이 겹치면서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 튀빙엔대학 교육학과의 튀렙토 교수는 세미나에서 "비주류 정서가 청소년 감성과 맞아떨어지면서 기성 질서의 변화를 요구하는 새로운 가치관이 부시도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튀렙토 교수는 부시도가 '올해의 통합'상을 받은 것과 관련해 벌어지는 일련의 갈등에 대해 독일이 다문화 사회를 향해 어느 정도 문이 열려 있는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진단했다. 

여성과 성적 소수자를 비하한다는 비판에 대해 부시도는 이렇게 답했다. "나에 대한 비판이 부당한지에 대해 토론하고 싶지 않다. 또 내가 사회 통합에 기여했는지 안 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내가 10년 전에 했던 말을 10년 후에도 똑같이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것은 나에 대한 비판이 두려워서거나 사회적 비난 때문이 아니라, 내가 그동안 무엇을 잘못했는지 배웠기 때문일 것이다."

부시도는 진정한 톨레랑스 사회라면 잘못한 사람에게 기회를 주어서 잘못을 스스로 깨닫고 변화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주류 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부시도에게 '올해의 통합상'을 주기로 결정한 밤비상 위원회는 부시도가 비판받을 만큼, 부시도를 인정해야 할 점도 있다고 평가했다. 밤비상 위원회는 "누구나 인생에 두 번의 기회를 가질 권리가 있다"며, 톨레랑스가 더 나은 독일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부시도가 더 많은 다문화 가정의 청소년들에게 희망의 모델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밤비상 중 '올해의 통합'상을 받은 부시도.
밤비상 중 '올해의 통합'상을 받은 부시도. ⓒ www.wdr.de


#부시도#대중문화#래퍼#청소년#다문화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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