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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이국철 SLS그룹 회장으로부터 7억 원을 받은 혐의로 체포된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핵심 측근 박 아무개 보좌관이 현 정권 실세를 통해 검찰에 로비를 벌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 보좌관이 이 회장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현 정권 실세인 P씨를 통해 검찰에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다. 이는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이국철 비망록-검찰편'에 드러나 있다. 이와 관련, P씨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P씨가 창원에 전화한 이후 수사방향이 달라져"

 42쪽으로 구성된 '이국철 비망록-검찰편'. 이 회장이 정권 실세 측근들을 통해 검찰 고위층 인사들에게 로비한 실상이 기록돼 있다.
42쪽으로 구성된 '이국철 비망록-검찰편'. 이 회장이 정권 실세 측근들을 통해 검찰 고위층 인사들에게 로비한 실상이 기록돼 있다. ⓒ 구영식

창원지검 특수부는 지난 2009년 9월부터 이 회장과 SLS그룹을 상대로 강도 높은 수사를 벌였다. 이에 이 회장은 재벌가 조카사위인 사업가 김아무개씨와 문아무개(구속중) 대영로직스 대표, 박 보좌관 등을 내세워 청와대와 검찰 등 권력층에 로비를 벌였다.

'이국철 비망록-검찰편'에 따르면, 창원경찰서 한 간부의 소개로 이 회장과 만난 문 대표는 "나와 이상득 의원의 최측근인 박 아무개와 함께 (현 정권 실세인) P씨를 직접 만나서 창원지검 최고위 간부에게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창원지검 특수부에서 수사를 벌이고 있던 시기라는 점을 헤아리면 당시 P씨는 정부 요직에 근무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 대표가 '공언'한 대로 문 대표와 박 보좌관은 P씨를 만났을까? 

이와 관련, 이 회장은 비망록에서 "문 대표는 행동이 무척 빨랐다"고 평가하면서 "그 다음날 박 아무개와 문 대표가 직접 이명박 정부 실세인 P씨를 만났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의 주장대로라면 박 보좌관과 문 대표는 P씨를 만난 것으로 보인다. 그 자리에서 P씨는 "신재민한테 전화가 왔는데 내가 창원지검 최고위 간부에게는 전화를 안 했다"고 말한 뒤 두 사람이 보는 앞에서 창원지검 최고위 간부 L씨에게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이후 검사장이 '사업하는 사람을 구속까지 하면 안 된다'고 해서 (창원지검 특수부의) 수사방향이 급격하게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회장은 구속되기 전인 11월 14일 < PD수첩 >과 한 인터뷰에서도 "P씨는 그 자리(문 대표와 박 보좌관 만난 자리)에서 '신 차관한테 전화가 와서 그 이야기(검찰수사)를 들었는데 자기가 L씨한테 전화를 안 했다"며 "두 사람 앞에서 직접 L씨한테 전화했고 그래서 창원지검 것이 무마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회장은 "어느 날 회의를 하는데 검사장이 '사업하는 사람을 구속까지 시켜서야 되겠냐?'며 팍 틀고 나왔다고 한다"며 "그 당시 수사검사가 우리 변호인을 통해 '지시형태로 내려왔기 때문에 아마 (구속)영장은 못 칠 것이다, 걱정하지 마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검찰로비가 통했는지 확신할 수 없지만, 이 회장은 지난 2009년 12월 2건의 허위공시(기업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를 허위로 공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수사검사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당시 검찰수사내용으로 보면 이 회장을 구속기소하는 게 맞다"며 "하지만 이 회장이 불구속기소된 것은 그가 검찰에 엄청난 로비를 벌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L씨는 최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나에게 구명로비를 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이 회장 "박 보좌관에게 직접 돈을 주기도 했다"

한편 검찰은 8일 오전 경기도 부천시의 자택에서 박 보좌관을 긴급체포했다. 박 보좌관이 검찰의 수차례 출석요구에 불응하자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구인에 나선 것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회사를 살려 달라며 박 보좌관한테 건넨 돈은 7억 원"이라고 전했다. 이 회장이 문 대표에게 건넨 7억8000만 원 중 일부가 박 보좌관에게 건너갔고, 또다른 자금은 이 회장이 박 보좌관에게 직접 전달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 회장은 지난 11월 14일 < PD수첩 >과 한 인터뷰에서 "돈을 탈탈 털어서 SD(이상득 의원의 영문 이니셜) 쪽에 줬고 직접 박 보좌관에게 주기도 했다"며 "(어느 날) 문 대표에게 두 차례에 걸쳐 총 1억5000만 원을 줬는데 박 보좌관도 받았다고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 보좌관도 그 돈을 가지고 대검 사람들 불러서 술도 먹고 인사하는 데 잘 썼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비망록에서도 "문 대표가 대검 간부인 J씨에게도 전달하고 박 보좌관이 움직일 수 있는 자금 등의 명목으로 1억 원을 요구해서 금호동 금호역 앞 H마트 앞에서 전달했고, 이후 같은 장소에서 5000만 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보좌관의 한 측근은 "체포되기 전까지만 해도 박 보좌관은 명품시계를 받고 돌려준 것 외에는 금품을 받은 것이 없다며 당당했다"며 "특히 박 보좌관이 부잣집 아들이라 그가 돈을 받았다는 것을 믿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국철 비망록#박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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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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