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노무현 정권은 동북아 금융허브정책과 전방위 FTA를 추진하면서 2006년 2월 3일 한미FTA협상 시작을 공식 선언했다. 이를 위해 노무현 정부는 4대 선결과제(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배출가스 강화 기준 2009년까지 철폐, 스크린 쿼터 축소, 약값 재평가 제도 철폐)를 수용했다.

양국 협상대표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협상을 전개했다. 노동자 농민은 물론이고 야당과 여론의 반대에도 한미FTA 협상은 졸속으로 추진됐다. 전국적인 저항이 일어났고 많은 노동자와 농민들이 구속·수배됐다. 고위급 회담이 열리던 2007년 4월 1일 하이야트 호텔 앞에서 한미FTA에 반대하던 노동자 허세욱 열사가 분신으로 항거했지만 다음날인 4월 2일 협상은 타결됐다. 이후 추가협의가 있었고 6월 30일 협정문에 서명했다. 9월 7일 17대 국회에 막바지에 국회비준동의안이 제출됐다.

이명박 정권 취임 첫 해인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대규모 촛불시위가 벌어졌다. 촛불이 잦아들자 정부는 10월 18일 18대 국회에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제출했다. 노무현 정권 당시 집권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반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09년 4월 22일 외통위를 통과했다.

그러나 미국의 오바마나 의회는 미온적이었고 나중에는 자동차 문제 등에서 재협상을 요구했다. 2010년 11월 30일 재협상을 시작하여 12월 3일 타결하고, 2011년 2월 10일 재협상 합의문서에 서명했다. 정부는 6월 3일 다시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국회는 9월 16일 외통위에 상정했다. 10월 3일 오바마 정부가 이행법안 의회 제출, 10월 12일 하원에서 이행법안 통과, 10월 21일 오바마 서명 등 급박하게 진행됐다. 미국 눈치를 살피던 이명박 정권은 한나라당을 앞세워 11월 22일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시켰고, 11월 29일 14개 부속이행법안과 함께 한미FTA 비준안에 서명했다.

한미FTA협상 공식선언에서부터 5년 10개 월 만에 비준 완료되었다. 1989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가 '아태지역국가들과의 FTA 체결에 대한 검토 보고서'에서 미국에게 바람직한 FTA 대상국가로 싱가폴·한국·대만을 꼽으면서 한미FTA 체결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보면 22년 만에 미국식 신자유주의 금융경제시스템에 완전 편입되는 것을 의미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FTA 바통을 김현종에게 넘겨주었고 김종훈을 거쳐 최종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종착역에 도착했다. 물론 이행법안을 토대로 한 양국의 이행검증, 검증완료서한 교환 등이 남아 있지만 2012년 1월 1일 발효를 목표로 하는 이상 모든 것은 형식적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한국이 미국 할리우드와 합작한(KORUS : '합창'의 의미인 Chorus 발음을 흉내 냄) 영화인 <주권박탈과 노동자 민중수탈을 위한 해괴한 한미FTA>에는 수많은 조연들이 있었지만, 주연은 '노무현·김현종·김종훈·이명박'(노명박)이었다. 역사는 이들을 '한미FTA 4적'이라 불러야 한다.

지난 11월 22일 한나라당에 의해 한미FTA가 날치기 처리되자 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이명박, 김종훈, 박희태, 정의화, 홍준표를 신묘(2011년이 토끼띠의 해) 5적이라 불렀다. 1905년 을사늑약으로 일본제국주의에 나라를 팔아먹은 박제순, 이지용, 이근택, 이완용, 권중현 등 5명과 비교한 것이다. 어떤 이들은 5적에 외통위원장인 한나라당 남경필과 민주당 원내대표인 김진표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FTA저지범국본은 박희태, 정의화, 홍준표, 황우여, 남경필, 유기준, 박근혜 등 신묘7적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정동영 의원은 이명박, 김종훈 본진 2명이 빠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권 당시 집권당 대표였던 정동영 의원은 최근 한미FTA반대 투쟁에 앞장서고 있는데 당시는 한미FTA 문제점을 전혀 몰랐다며 사과한 바 있다. 노무현 정권하에서 법무부장관을 지낸 천정배 의원은 노정권 임기 마지막 해인 2007년 3월 26일부터 4월 19일까지 26일 간 한미FTA 반대 단식 농성을 전개한 바 있다. 한미FTA에 반대한 유일한 민주당 의원이었다. 그동안 민주당의 행보를 보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노동당과의 야권공조 때문에 한미FTA에 반대하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내심으로는 한나라당의 날치기 처리를 바라고 있었다. 민주당 의원 절반과 지자체장들은 드러내놓고 한미FTA를 찬성하고 있다.

민주당은 한미FTA는 미국식 신자유주의 사회경제체제와 오늘날 금융위기에서 보듯이 탐욕스런 금융자본주의 시스템에 완전하게 편입되는 엄청난 일임에도 투자자 국가소송제(ISD)만 재협상만 하면 된다는 기만적 태도를 보였다. 이는 민주당이 한미FTA 자체는 찬성한다는 것을 말한다. 노무현의 착한FTA와 이명박의 나쁜FTA를 유포한 것은 괴담이 이전에 정말 천박한 논리에 불과하다. ISD야말로 노무현 FTA의 핵심이고 이명박은 건드리지도 않았다.

한미FTA를 추진하고 협정을 체결한 민주당과 최종적으로 비준한 정당간에 차이가 있는가? 여야를 막론하고 협정문을 끝까지 읽은 의원이 거의 없는 현실에서 정권이 추진하면 거수기노릇만 하고 있다. 다만 정치나 선거공학적으로 여야에 따라 입장이 뒤바뀔 뿐이다. 신자유주의 보수정당들은 단지 수구냐 상대적 개혁이냐의 차이일 뿐 오늘날 금융경제위기에 근본적으로 대처할 대안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권력을 잡기 위해 어려운 삶에 쫓기는 서민들과 정치적 지향 없이 시계추처럼 방황하는 유권자들을 현혹하는 정치적 술수만 부리고 있다.

2011년 12월 1일 현재 한국이 추진하는 FTA 현황을 보면 발효를 앞두고 있는 미국과 발효 중인 칠레,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FTA), 아세안(ASEAN), 인도CEPA(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 유럽연합(EU), 페루 등 8건, 협상 중인 캐나다, 멕시코, 아랍(GCC), 뉴질랜드, 콜롬비아, 호주, 터키 등 7건, 공동연구와 여건을 조성 중인 일본, 중국, 한중일, 남미(MERCOSUR), 러시아, 이스라엘, 남아공(SACU), 베트남, 몽골, 중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12건 등 총 27건에 달한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경제 영토 확장이라 부를 만하다.

1980년대 말부터 추진된 노태우 정권의 초기 개방화정책, 1993년부터 추진된 김영삼 정권의 세계화정책, 아이엠에프 외환위기를 극복한다는 미명하에 1998년부터 추진된 김대중 정권의 신자유주의개방정책, 2003년부터 추진된 신자유주의심화와 FTA·금융화 정책, 이명박 정권이 추진하는 신자유주의 가속화정책은 릴레이경기처럼 지속적으로 바통을 이어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노무현 정권은 FTA정책이라는 괴물을 그렸고 이명박 정권은 그 괴물에 최종적인 이빨을 그려 넣었다. 신자유주의 정책 속에서 노동자 구속 숫자는 노태우 1973명, 김영삼 632명, 김대중 892명, 노무현 1042명, 현재까지 이명박 400여 명 등 24년여 동안 연평균 200여 명씩, 5000여 명의 노동자가 구속됐다. 이명박 정권에서 구속자가 가장 적은 것은 그가 노동자를 대변하는 인권 대통령이어서가 아니라 민주노총이 투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미FTA는 폐기되어야 한다. 한미FTA만이 아니라 현재 발효 중이거나 추진 중인 모든 FTA는 폐기되어야 한다. 한미FTA가 미국에 한국의 주권을 빼앗기는 것이라면 한국이 제3세계와 맺은 FTA는 당연히 그들 나라의 주권을 빼앗는다. 협정국간의 주권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FTA를 추진하는 나라의 모든 노동자 민중들의 삶이 더 황폐화된다는 점이다.

전 세계로 확산된 뉴욕 월가 시위는 바로 FTA를 비롯한 신자유주의 정책이 1% : 99% 사회를 초래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미FTA를 폐기야말로 오늘날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공황적 경제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선결 과제다. 나아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적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한미FTA를 최종적으로 날치기 처리한 한나라당을 해체하고 이명박 정권을 퇴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려면 한미FTA를 추진하고 협정을 타결한 노무현 정권 세력들을 권력과 정치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따라서 민주당 의원들은 내년 총선에 대비해 지역구 예산을 떠 따내려고 예결위에 참여하겠다는 얄팍한 수작을 버리고 국회의원직을 총사퇴하면서 국회해산을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만 조금이라도 한나라당 해체와 이명박 정권 퇴진의 진정성이 보일 것이다. 그렇다고 한미FTA추진, 미제국주의 침략동맹으로 아프간 파병, 향후 100년 간 미군 주둔할 평택미군기지 이전, 비정규직악법과 노사관계로드맵, 새만금 등 환경파괴, 제주 해군기지 등에 앞장섰거나 이를 추진한 민주당 정치세력들은 내년 총·대선에 심판을 받겠다고 나서서는 안 된다. 다시 그들이 한나라당 해체, 반MB정권 교체의 주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노동자, 농민, 시민사회단체들이 올바른 태도를 가져야 할 이유다.


#한미FTA#노무현#이명박#김현종#김종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