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민주평화복지포럼이 21일 오후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정당정치의 위기와 야권통합' 대토론회를 열었다. 토론자로는 박주선·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 정성희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이용선 혁신과통합 상임공동대표, 이학영 진보통합시민회의 상임의장 등이 참석했다.
민주평화복지포럼이 21일 오후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정당정치의 위기와 야권통합' 대토론회를 열었다. 토론자로는 박주선·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 정성희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이용선 혁신과통합 상임공동대표, 이학영 진보통합시민회의 상임의장 등이 참석했다. ⓒ 이경태

 

"민주당의 현 지도부와 전당대회 강행파는 민심을 담을 큰 그릇을 구상해야 할 것이다. 자칫 민주당 이외의 대안으로 젊은 민심이 옮겨 가도록 실기할 경우 1985년 2.12 총선에서 민한당이 겪은 참패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이부영 민주평화복지포럼 상임공동대표가 '위기'를 얘기했다. 1985년 12대 총선 당시 야권의 대표선수였던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원을 받아 창당한 신민당이 무늬만 야당이었던 민한당을 제치고 돌풍을 일으켰던 점을 상기시켰다.

 

당시 12대 총선의 지역구 득표율은 민정당 35.3%, 신민당 29.3%, 민한당 19.7%, 국민당 9.2%였다. 특히 신민당은 서울 지역 출마자 14명 전원을 당선시키며 이후 야권 인사 추가 영입으로 헌정 이후 최대 의석인 103석을 확보했다. '어용야당'이자 제1야당이던 민한당은 12대 총선 이후 몰락했다.

 

단순 비교할 수 없지만 당시의 신민당은 국민의 요구를 부응하지 못하는 야당을 대신할 제3세력이었다. 현재 안철수·박원순 등 새로운 인물을 향한 열광이 곧 '제3정당' 창당 가능성으로 연결되는 지금, 12대 총선은 고려해야 할 역사적 사실이다. 야권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에 맞서기 위해, 새로운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각각 '통합'을 해법으로 제시했고 그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처음에 비해 기존 정당의 통합 논의에 대한 기대감은 많이 떨어진 상황이다. 민주당·혁신과 통합 등의 '민주통합'과 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새진보통합연대의 '진보통합' 사이의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데다 같은 진영 내에서도 통합 추진 경로 및 주체 등을 놓고 갈등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굳건했던 '박근혜 대세론'에 균열을 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기대감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2일 오후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정당정치의 위기와 야권통합' 대토론회는 이 같이 복잡다단한 고민에 빠진 야권의 길을 찾기 위한 노력이었다. 야권의 원로·중견 정치인이 참여하고 있는 민주평화복지포럼은 창립 1주년을 맞아 야권통합 논의의 핵심 당사자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민주통합'과 '진보통합'이 서로 합의할 수 있는 최대공약수를 찾고 야권이 '안철수 현상'을 어떻게 흡수할 수 있는지 찾아보는 자리였지만 서로의 입장 차는 그대로 드러났다.

 

[통합 전대 vs. 독자 전대] "원샷 통합 전대해야 효과 극대화 된다"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흡수합당 방식은 민주당의 이견이 거의 없고 통합의 신속성과 안정성을 마련할 수 있지만 혁신과 통합 등이 동의하기 어렵다"며 "개인과 집단이 함께 통합정당준비위를 구성하고, 그것과 민주당이 다시 합당하는 신설합당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당내서 '뜨거운 감자'가 된 원샷 통합 전당대회에 대해 "양 세력이 함께 모여 순차적으로 합당을 의결하고 그 직후 통합정당의 지도부 선출에 들어가는 방안으로 통합의 효과가 가장 극대화되고 진보정당의 참여가 유보된 상황에서 통합정당의 일체성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당내 일부 당권주자들이 주장하는 독자 전당대회에 대해선 "총선이 임박했다는 시간적·물리적 한계로 인해, 예비후보자들의 활성화로 사실상 통합을 요원하게 하거나 난항을 조성할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차기 지도부를 따로 뽑는 민주당의 독자 전당대회와 통합 전당대회를 같은 날에 치르자는 절충안에 대해서도 "통합의 효과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자칫 지분나누기 식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반면, 박주선 민주당 최고위원은 현재의 통합논의가 정당정치의 위기 현실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 것이라며 신설합당·통합 전당대회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국민은 감동과 기대가 없는 '그때, 그 사람들'만의 인전결합이 아니라 정당의 가치와 지향점에 대한 변화와 혁신을 우선 주문하고 있다"며 "정당과 개인 및 세력의 통합은 입당, 복당의 방법을 규정하고 있는 정당법의 충실한 이행의 토대에서 성사돼야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소위 빅텐트 아래 정파적 독립성을 인정하는 정파등록식 통합은 정치적혼란을 야기하고 정당 운영의 혼선과 갈등으로 정당정치에 대한 부정과 비판만 가열시킬 우려가 크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제3자'인 시사평론가 유창선씨는 "민주당이 12월 (독자)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선출하고 당 체제를 굳히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 최고위원의 주장에 손을 들었다.

 

그는 당내 일부세력의 독자 전당대회 주장에 "민주당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음을 경계하게 된다"며 "헤쳐모여식의 야권통합이 될 때 민주당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통합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통합 vs. 진보통합] "총선 전까지 민주통합·진보통합 따로 가겠지만..."

 

정성희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이념·가치·정책·문화·방식도 다른 정당들이 하나의 정당으로 합치는 야권단일정당 건설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며 "정파등록제나 선거연합당 방식으로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중도 자유주의 세력 주도의 야권단일정당은 진보의 실종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는 97년 국민승리 21년 이후 지난 14년의 노동자·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 역사를 부정하는, 한국정치의 명백한 후퇴"라고 못박았다. 

 

민주통합과 선을 확실히 그은 이상 관건은 2012년 총·대선에서의 야권연대였다. 정 최고위원은 "진보대통합에 기초한 범야권연대를 통해 야권 국회 과반 의석확보도, 정권교체도 가능하다"며 "민주당이 기득권을 버리고 총선후보를 얼마나 양보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용선 혁신과 통합 상임공동대표는 "각 정파의 정체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연합정당의 질서라면 하나의 당에서 동거가 가능하지 않겠냐"라고 반박했다. 그는 "여·야 1대1 경쟁구도를 만드는 것이 진보정파에겐 원내교섭단체 구성 이상의 의석을, 야권 전체로는 안정적 절대 다수 의석을 확보하는 데 실용적 효과가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다만, 그는 "현재 총선을 앞둔 급박한 일정을 감안하면 민주진보시민세력의 대통합은 총선 이후의 과제로 넘어가는 양상"이라며 "통합진보정당과는 차후 재통합의 가능성을 열어두되 당분간 별개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민주통합·진보통합 양 축으로 진행되는 지금의 '정치 현실'을 인정했다.

 

[안철수 vs. 야권통합] "혁명 수준의 변화 요구돼... 민주당은 '호남색' 탈피해야"

 

현재의 야권이 혁신돼야 한다는 점은 토론자 모두 생각이 같았다. 정성희 최고위원은 "안철수 현상은 우리 사회의 개혁을 가로막는 외세와 재벌·관료·보수언론에 대한 정체성이 불명확한 한계가 있긴 하지만 (야권은) 변화의 물결을 예민하게 수용하여 긍정적 측면을 견인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 보수-진보 정치에 대한 불신, 젊은 세대의 변화에 대한 열망 등을 민감하게 읽을 것을 주문한 것. 

 

이학영 진보통합시민회의 상임의장 역시 "서울시장 선거과정에서 안철수·박원순 연대는 기존의 정치세력의 연합이나 통합을 뛰어넘어 새로운 시민세력의 등장, 제3정당의 등장을 요구하는 기대로까지 발전했다"며  "정당이 중심된 대의정치가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또 "과감하게 의회정치를 줄이고 시민이 직접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계속 이런 위기상황을 맞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용선 대표 역시 "'시민주도형 혁신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 의장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정당 불신과 무당파 증가, 젊은 층의 참여라는 최근 현상을 현대적인 시민정당으로 발전적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며 "당원의 구성과 정당운영, 의사결정과 지도부 선출 절차 등 모든 측면에서 혁명 수준으로 변화하지 않고서는 집권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는 "안철수 바람은 현행 정당 정치에 대한 변화의 요구이자 민주당의 위기"라며 "3당 합당 이후 이어져 온 정당 체계가 재편성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정치적 하부구조가 완전히 바뀌었는데 상부구조인 정당은 현저히 약화된 지역 구도에만 머물러 있다"며 "야권통합을 통해 스스로 지금의 상부구조를 변화된 하부구조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고언했다. 예를 들면, 민주당은 '호남당'을 탈피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강 교수는 "계층 간 갈등이나 수도권·지방 간 격차 등이 현재 가장 절절한 갈등 구조인데 이를 적극 담아내야만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며 "민주당이 희생을 감수하고 호남당이란 이미지를 탈피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통합도 정치공학적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통합#진보통합#혁신과 통합#안철수#민주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