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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경제신문>은 11월 3일 자 사설을 통해 동일본 대지진과 엔고 때문에 일본 기업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면서 노다 요시히코 총리에게 환태평양경제연계협정(TPP) 교섭 참가를 결단하라고 촉구했다.

 

사설은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이나 경제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과의 무역과 투자를 확대하는 TPP를 경제성장 전략의 기둥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무역 자유화와 국내 개혁은 표리일체의 관계에 있다면서 국민이 안심하고 생활하기 위해서는 먹 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농업의 재생을 서둘러야 하지만, 동시에 금융이나 통신, 의료 등의 서비스 분야의 생산성을 높여 성장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들 분야는 모두 규제개혁을 추진하고 비효율적인 제도나 관습을 바꿔가야 할 분야이며, 교섭 참가를 계기로 국내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 개혁에 수반되는 아픔은 피할 수 없으며 일본의 미래를 책임진 노다 총리는 대국적인 견지에서 결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TPP 교섭 참가에 적극적인 노다 정권이 그리는 로드맵은 다음과 같다.

 

11월 11일 중의원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TPP 참가 문제를 집중적으로 심의하고, 예산위원회 혹은 기자회견을 통해 노다 총리가 교섭 참가 의사를 표명한다. 이어 12일부터 하와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교섭 참가 의사를 전달하면 미 행정부는 일본의 교섭 참가 문제를 의회와 협의한다. 내년 봄쯤 미 의회의 승인절차가 종료되면 일본도 교섭에 참가하고 여름이나 가을쯤 TPP 교섭을 완료한다.

 

교섭에 조기에 참가하지 않고 나중에 가입하면 일본에게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설명이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민주당 내의 반대파를 설득하는 것이다. 민주당 내의 경제연계협정 프로젝트팀이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지만, 찬반양론으로 양분되어 있을 뿐 아니라 반대파 의원들 가운데에는 탈당도 불사하겠다는 강경론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째는 미 의회가 일본의 참가를 승인하는 데에는 90일 이상 소요되며 미국, 칠레, 오스트레일리아 등 9개국이 현재 진행 중인 교섭을 뒤로 미루지 않는 한 실질적으로 일본이 교섭에 참가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경쟁력이 낮은 농림수산업 분야에 더해 TPP가 공적의료보험제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일본의사회는 TPP에 참가하게 되면 미국이 이전에 일본에게 요구했던 민영병원의 수립이나 보험진료와 자유진료를 병용하는 '혼합진료'의 해금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비영리가 원칙인 일본의 공적의료에 외국 자본을 포함한 영리기업이 참가하거나 혼합진료가 해금되면 공적 보험의 범위가 축소되고 고액의 보험료를 내고 민간 보험회사에 가입한 사람들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게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은 TPP 교섭에서 자국 기업의 의약품 판매 확대를 위한 무역목표를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외무성은 11월 2일 민주당의 경제연계협정 프로젝트팀에 대해 미 통상대표부(USTR)가 9월에 작성한 <의약품에의 억세스 확대를 위한 TPP 무역목표>라는 문서의 내용을 설명했는데, 여기에는 ①의약품이나 의료기기의 관세를 철폐해 병원이나 소비자의 비용을 줄인다, ②의약품의 유통 장벽을 최소화한다, ③시장 참가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TPP 각국의 건강보험 환급제도의 운용을 투명화하고 절차를 공평하게 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목표가 담겨져 있었다.

 

2009년 전체 일본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23%였으며 2050년이 되면 40%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인구 자체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노인들을 누가 돌볼 것인가 하는 것은 중대한 문제인데, 일본의 TPP 교섭 참여는 현재의 공적의료보험제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노다 총리만이 아니라 민주당의 실력자인 마에하라 세이지 정책조사회장도 "결단할 때는 결단한다"면서 TPP 교섭 참가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일본이 TPP 교섭 참가에 적극적인 데에는 한국이나 미국, EU에 비해 FTA 추진 실적이 뒤져있다는 초조감도 작용하고 있지만, 그 뒤에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힘을 키우고 있는 중국의 그림자를 지울 수 없다. 두 사람 다 친미파다. 노다 총리는 이전부터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보여왔으며,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토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필리핀과 베트남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일본 외무성은 중국도 함께 방문할 것을 기대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 일본이 TPP 교섭 참가를 결정할 때 중국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환태평양경제연계협정(TPP)#노다 요시히코#대중국 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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