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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겉그림 에릭 J. 와이너의〈그림자 시장〉
책겉그림에릭 J. 와이너의〈그림자 시장〉 ⓒ 랜덤하우스
우리 정부는 지금 한미FTA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에 대한 실익을 따지기에 분주하다. 하지만 더 멀리 큰 산이 있다는 걸 아는 이들이 과연 있을까? 바로 '그림자 시장' 말이다. 그것을 바로 알지 못하고 한미FTA를 즉각 체결했다가는 정말로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져들 수 있다.

과연 '그림자 시장'이 무엇인가? 실체가 없는 듯하지만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시장이다. 그것은 부와 지정학적 권력 관계가 융합하는 거대 경제체제다. 그렇다고 하나의 틀로 고정된 것도 아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되, 보이지 않는 연결 고리로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것이다.

누가 그 시장을 주도할까? 자본시장의 메카로 알려진 미국일까? 아니면 해가 지지 않았던 영국을 비롯한 유럽대륙일까? 그도 아니라면 유대인들일까? 이른바 슈퍼 리치 그룹의 핵심인 '로스차일드 가문'과 연계된 몇 몇 경제조직망들 말이다.

에릭 J. 와이너는 그의 책 <그림자 시장>을 통해 중국과 여러 산유국, 그리고 싱가포르와 노르웨이 같은 국가들이 그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중국은 그 시장의 핵심국가로 대변된다고 판단한다.

그 이유가 뭘까? 무엇보다도 중국은 2조 달러에 달한 미국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요, 전체 에너지의 75%를 석탄으로 생산하던 체제를 석유와 가스 공급체제로 전환한 나라요, 미국보다도 더 많이 전 세계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여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는 나라요, 세계 10대 원유보유국들, 그 중에서도 알카에다와 탈레반 같은, 서구의 적들로 간주되는 집단들과도 경제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이유가 그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중국은 자신들의 정치 수도인 베이징의 진롱제에 똬리를 틀고 있는 전 세계의 1000개나 되는 유수 금융기관들을 제재할 수 있고, 자신들의 국부펀드로 미국의 달러가치를 쥐락펴락 할 수 있고, 석유와 가스 도입을 위해 미국과도 적대적인 자원전쟁을 벌일 수 있고, 더욱이 2007년과 2008년 초에 이라크 주둔 미군이 중국산 미사일 창고를 발견했듯이, 미국이 뚫고 있지 못하는 여러 나라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스스로를 돌볼 수 있었고, 외국인도 원하면 언제든 투자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8년 경기가 침체되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구제하려면 외국 자본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따라서 외국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것이 최고 관심사가 되었다. 이어서 정부는 새로운 '미국에 투자하자' 프로그램을 추진했는데, 이것은 잠재적 투자자와 정부 기관 및 민간 기업 사이에서 통로 구실을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355쪽)

그만큼 미국은 예전의 경제지원국가에서 이제는 여러 투자 회사나 투자 국가들을 유치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본 것이다. 미국의 경제상황이 그처럼 처참하게 주저앉고 있다는 뜻이다. 나라 빚은 어마어마하게 불어나 있고, 일자리 창출은 한계점에 달해 있고, 자금의 흐름은 막혀 있다는 뜻이다.

와이너는 이전의 미국 내에 흐르고 있던 유동성 자금이 중국을 비롯한 여러 산유국들의 사모펀드와 해지펀드 쪽으로 흘러들어갔다고 판단한다. 그러니 그 드넓은 땅 덩어리를 찾아 중국을 비롯하여 한국 기업들도 공장을 세우려고 안달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전 세계는 미국을 의식하는 것보다도 미국식 자본시장이 퍼뜨린 자본 시장의 힘줄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세계 나라가 그림자 정부에 촉각을 세우는 이유라고 한다.

물론 이 책에서는 미국이 그 한계점을 어떻게 뚫고 나갈지, 다시금 예전의 명성을 어떻게 회복해나갈지를 관건으로 보고 있다. 그것을 풀어내면 다시금 중국과 맞대결을 할 수 있는 위치를 점할 수 있지만, 특별한 실마리가 없다면 장기 침체로 돌입케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현명한 대처방안이 필요한 지점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미국이 서두르는 한미FTA 체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좀 더 멀리 내다보고 심사숙고해야 한다. 그림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면면들을 살펴 본 뒤에 그들과 FTA를 체결해도 늦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지금 당장 미국과 FTA를 체결해야 자동차와 선박 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의료와 금융 부분이 그들에게 잠식당할 염려를 점치고 있다. 그런데 더욱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미국은 지금 그림자 정부에 의해 그들의 경제가 완전히 잠식당한 채 투자와 원조에만 의존해야 할 판이다. 그걸 생각지 않고 지금 당장 한미FTA를 체결한다면 우리는 그들의 또 다른 블랙홀에 빠져들 수 있다.


그림자시장 - 부자나라들과 투자집단의 은밀한 세계 장악을 폭로한 충격 보고서

에릭 J. 와이너 지음, 김정수 옮김, 곽수종 감수, 랜덤하우스코리아(2011)


#그림자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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