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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들에게 '선거 후보자 간 토론회'는 이제 익숙한 행사 중 하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부터 언론사, 시민단체까지 토론회를 개최한다. 1970~80년대 선거는 대중 유세가 중요했다. 제7대 대통령 선거(1971년 4월 27일)를 열흘 남짓 앞둔 1971년 4월 18일 장충단공원에는 약 100만 명 인파가 모였다.

당시 후보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다. 그의 연설도 연설이지만 100만 명의 인파가 모인 유세장 풍경은 우리나라 선거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실시됐을 때도 대중 유세는 그대로 이어졌지만 1971년 4월 18일 장충단 공원의 100만 인파는 선거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 이유는 대중 유세가 갈수록 그 영향력을 잃어갔기 때문이다. 그 시기는 1995년 지방선거에서 민자당 정원식 후보, 민주당 조순 후보 그리고 무소속 박찬종 후보 사이 있었던 첫 TV 토론이 도입되면서부터다. 이보다 2년 앞서 1993년 14대 대통령 선거 때 김대중 후보는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김영삼 민자당 후보가 텔레비전 토론을 거부하는 바람에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은 한국보다 약 40년이 앞선 1956년부터 TV 토론을 시작했다. 마이애미에서 중계된 이 토론은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토론회였다. 또한 1960년 리차드 닉슨과 존 에프 케네디간 진행된 TV 토론은 선거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TV 토론이 도입되면서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정책과 능력보다 '이미지'로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못 생긴 사람보다는 잘 생긴 사람, 언변이 어눌한 사람보다는 잘하는 사람, 늙은 사람보다는 젊고 활기찬 사람에게 더 관심을 가졌다. 후보자의 이미지가 정책 수행 능력과 전혀 상관이 없는데도 유권자는 '좋은 이미지 = 우수한 정책 수행 능력'이라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선거전이 팽팽해 부동층 확보가 중요해질 때는 이미지의 역할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후보자들이 매번 TV 토론회마다 젊고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에는 인터넷 토론회가 열리기도 해 후보자와 유권자간의 쌍방향 소통까지 이뤄냈다. 이제는 대통령, 단체장, 국회의원과 지역의원에 출마하는 사람은 TV 토론은 물론 인터넷 토론회까지 어느 것 하나 피할 수 없게 됐다. 사실 후보자들의 선거 비용을 아끼는 차원에서도 토론회 참가는 투자 비용 대비 기대 수익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을 앞두고 박원순 후보는 <오마이뉴스>가 주최하고 포털 다음과 네이트가 공동 생중계하려고 했던 '인터넷 생중계 토론회'를 거부했다(관련기사 : '인터넷 토론회', 박원순 후보측 거부로 무산).

결론부터 먼저 말하면 박원순 후보에게 "이것 하나만은 실책이고, 잘못했다"고 말하고 싶다. <오마이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토론회는 나경원 후보측과 이미 잠정 합의했다. 하지만 박 후보측은 "서울지역 48개 선거구를 방문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토론회 연기를 요청하다가 지난 20일 "현실적으로 토론회 참석이 어려울 것 같다"며 최종 통보했다. 하지만 나경원 후보 역시 48개 선거구를 방문해야 한다. 선거구 방문 환경은 박 후보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 따라서 이런 해명은 설득력이 없다.

박원순 후보 캠프의 박선숙 선대본부장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24일 저녁까지 시간을 열어두고 판단하겠다는 점은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열어둘 것"이 아니라 해야 한다. 이것은 서울시 유권자에 대한 예의다.

물론 그동안 나경원 후보는 토론회에서 상대방이 발언을 하는데도 말을 자르거나, 자신의 발언에 대해 제대로 해명도 하지 않고 넘어가고, 정책보다는 네거티브 공세를 폈다. 이런 것을 통해 박 후보가 손해를 봤을 수도 있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이미지가 선거에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생각있고, 상식있는 유권자들에게는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진심을 담은 진솔한 말 한마디 한마디가 유권자 마음을 더 사로잡을 수 있다. 박원순 후보가 가진 무기 중의 무기가 아닌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박 후보가 인터넷 토론회에 참가해 서울시 유권자들과 쌍방향 소통을 해야 한다.


태그:#박원순, #서울시장, #인터넷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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