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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김형두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공선법) 제232조 제1항 제2호 등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곽노현 교육감 사건 첫 재판에서 "사전약속 여부와 관계없이 사퇴 후에 대가로 이익이 제공되면 죄가 성립한다는 법 해석들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사전약속은 대가성을 판단하는 부수적 쟁점이 될 수 있고, '후보사퇴의 대가성'이 주요쟁점"이라고 밝혔다.

필자는 법원의 판단과 달리 공선법 제232조 제1항 제2호(일명 '사후매수죄')는 "최소한 '후보자가 사퇴 전'에 후보 사퇴에 대한 대가로서 '후보사퇴 후'에 금전 등을 제공하겠다는 의사표시 또는 약속 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와 달리 공선법 제232조 제1항 제1호('사전 매수죄')는 후보자를 사퇴하게 할 목적으로 '후보사퇴 전'에 금전 등 제공 행위, 제공 의사표시 행위 또는 제공 약속 행위의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줄곧 해당 사건 초기부터 곽 교육감이 박명기 후보를 사퇴하게 할 목적으로 금전 제공 약속 행위를 한 것으로 보아 공선법 제232조 제1항 제1호(사전 매수죄)를 적용할 것처럼 언론에 흘린 바 있다. 이후 '곽·박' 양 캠프 관계자의 구두합의는 곽 교육감의 추인 자체가 없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부득이 공선법 제232조 제1항 제2호(사후 매수죄)로 기소한 측면이 있다.

검찰이 곽 교육감을 기소한 공선법 제232조 제1항 제2호를 보자. 이 규정은 "후보자를 사퇴한데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 금전 등 제공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곽 교육감은 2억의 제공이 "선의에 의한 긴급부조"임을 이유로 대가성을 부인하고 있다. 반면에 검찰은 2억의 제공이 후보사퇴에 대한 대가로 보고 있다.

필자는 검찰의 공선법 제232조 제1항 제2호('사후 매수죄')를 적용한 곽노현 교육감과 박명기 교수에 대한 기소는 법원에 의해서 무죄가 선고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다.

'곽·박' 양 캠프 관계자의 구두합의는 박명기 후보의 "사퇴 전"에 이루어졌다. 곽 교육감의 추인 없는 구두합의로 인하여 그 합의 자체가 무효가 되었다(그런 이유로 검찰이 '곽·박' 양 캠프 관계자를 참고인으로 조사를 했을 뿐 기소를 포기했을 것이다. 만약에 검찰이 양 캠프 관계자를 기소했더라도 곽 캠프 관계자의 권한 없는 구두 합의 행위를 이유로 법원은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박명기 교수는 양 캠프 구두합의를 성사된 것으로 믿었다. 그래서 후보 사퇴 후 즉 지난 교육감 선거 이후 곽 교육감 측에 구두합의를 이유로 선거비용 보전을 요구했다. 즉 박 교수는 당시 '후보사퇴 전'에 "후보를 사퇴하게 할 목적으로 금전 제공 약속 행위(소위 '선거비용 보전 약속')"를 곽 교육감 측이 지키지 않는다고 곽 교육감 측을 찾아 항의했고, 곽 교육감에게 직접 선거비용 보전 약속 이행을 촉구하다가 곽 교육감이 그 구두합의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고 밝히고 있다.

박명기 교수의 "후보 사퇴 전에 이루어진" '금전 제공 약속 행위'의 이행촉구('구두합의가 성사되었다는 착오에 기인한 이행촉구')는 줄곧 공선법 제232조 제1항 제1호의 "후보자가 된 것을 사퇴하게 할 목적으로" 금전제공 행위 등에 대한 의사표시를 승낙한 행위에 따른 것이지, 공선법 제232조 제1항 제2호의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곽노현 교육감의 박명기 교수에 대한 2억 원의 금전 제공 행위는 검찰이 기소한 공선법 제232조 제1항 제2호('사후 매수죄')의 "후보자를 사퇴한데 대한 대가"라고 볼 수 없다. 박명기 교수의 경우 232조 제1항 제1호의 적용이 문제될 수 있지만 곽 교육감이 양 캠프 간의 선거 비용 보전 구두합의를 추인하지 않은 이상 법적 책임을 면하게 된다.

이번 '곽노현 교육감 사건'은 우리 검찰이 도덕적 책임과 법적 책임을 구분 못하고 무리하게 구속기소를 하면서 벌어진 해프닝으로 끝날 것이다. 그렇더라도 곽 교육감의 측근에 대한 관리책임 소홀에 따른 도덕적 책임은 남는다. 해당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남경국 기자는 독일 쾰른대학교 '국가철학 및 법정책 연구소' 연구원입니다.



#곽노현 교육감 #법적 책임#도덕적 책임#공선법 제232조 제1항 제2호#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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