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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종교에서 볼 수 없는 가장 강력한 배타성을 드러내는 교파가 바로 복음화라는 기치를 내세운 예장 강경 보수파 교회이다. 그들은 교리·선교·전도에서 가장 공격적인 그룹이며 가장 배타적이며 교권강화에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 이러한 전투적인 선교방법으로 인한 병폐가 크다. 이 나라를 기독교왕국, 예수천국으로 만들겠다고 특공대를 만들어 투사처럼 앞장서 우리 사는 천국을 지옥으로 만들고 있는 건 아닌가 할 정도로 행하는 추태를 부리기도 한다. 이제 조심스럽게 이것을 사회문제로 다룰 때도 되었다고 판단되는 것은 그들의 과도한 소음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가 나날이 커가기 때문이다. (중략) 헌법 제20조 1항에 의거해 법적으로는 저지할 방도가 없다고 하니 그들을 하나님께 고발하는 수밖에." - <신앙지옥 불신천국>에서

대개 지하철이나 거리에서 이들을 만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욕을 한다. 개신교를 싸잡아 욕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들에게 눈살을 찌푸리는 개신교인도 봤다. 여하간 분명한 것은  이들 때문에 개신교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이들의 소음이 멀쩡한 곳을 지옥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종교인으로서 모범을 보이면 그에 감응해 그 종교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마음이 기울기도 하련만, 그게 제대로 된 전도일 것인데 그들은 왜 모르는 걸까?

종교연구가이자 칼럼니스트인 김나미씨.
 종교연구가이자 칼럼니스트인 김나미씨.
ⓒ 김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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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지옥 불신천국>(렛잇비 펴냄)은 부패와 모순, 맹신, 이와 같은 전도 소음 등으로 썩을 대로 썩은, 종교 본래의 목적을 벗어난 지 오래인 우리 사회의 모든 종교를 고발하는 책이다. 종교연구가이자 종교 칼럼니스트로 20년 넘도록 여러 종교현장을 드나들며 여러 매체에 종교 칼럼을 써 온 저자는 그동안 보고 만난 종교 현장들의 문제점을 들려줌으로써 우리 사회 바람직한 종교 혹은 종교생활을 제시한다.

종교 문제는 민감하다. 결혼 전의 종교와 다른 시댁 식구들의 종교 강요를 견디지 못해 이혼한 친구가 있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서로 만났다 하면 할퀴다가 마침내 호적까지 정리하고 원수처럼 등지고 사는 가족도 봤다. 이처럼 영원을 함께할 것 같은 굳은 사랑도, 피를 나눈 형제의 숙명도 깨뜨릴 만큼 민감한지라 여러 사람이 모인 곳에서 종교 이야기 하는 것은 우리사회 공공연한 금기사항이다.

'100% 그렇다'는 아니지만 다른 종교를 전혀 모르거나 알려고 하지 않는데서, 내 종교만 잘났다는, 그러니까 내 종교만이 이세상의 진리요 최상이라는 이기 때문에 이처럼 민감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고 때문에 수많은 종교 문제들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내 종교든 남의 종교든 아는 만큼 종교로 인한 상처는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어떤 종교를 알아간다는 것, 특히 내가 믿는 종교와 전혀 다른 종교를 알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의 생활이 국제적으로 확장되면서 종교를 알아야만 하는 이유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우리는 이제 원하든 원하지 않든 문화나 생활풍속, 종교 등이 완전히 다른 이국의 사람들과 접하며 살고 있다. 우리만이 아니라 종교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민감한 문제다. 그런 고로 내가 만나야 할 누군가의 종교를, 내가 여행해야 할 곳의 종교 그 기본만이라도 알고 있다면 여러모로 관계 형성에 많은 도움이 될 것 이다.

이 저자의 <온가족이 떠나는 종교여행>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인들이 믿는 여러 종교를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책이다. 어떤 종교들이 있으며 언제 어떻게 발생한 종교인가. 어떤 나라 어떤 지역에서 주로 많이 믿으며 기념일은 언제인가. 대표적인 인물로는 어떤 사람들이 있는가. 어떤 것들을 존중하며 어떤 금기가 있는지 등을 짧고 명확하게 설명해준다. 아래는 저자와 이메일 및 전화통화로 나눈 이야기들이다.

- <온 가족이 떠나는 종교여행>은 어떤 책인가? 쓰게 된 동기는?
"종교를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믿는 종교를 아이에서 어른까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써 보고 싶었다. 이제 국제사회에서 종교적 배경을 가진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데 있어 종교적인 금기나 매너를 알아둬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종교 때문에 협상 등에서 이기고 지는 것, 울고 웃는 것 등은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것만이 아닌 우리 생활에서 실제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어떤 종교든 대략이라도 알고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자라나는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이 선택의 여지없이 부모들의 종교를 대물림하며 다른 종교에 대한 편견이나 자기 종교만이 최고라는 태도를 갖지 않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 책을 쓰게 됐다."

- <신앙지옥 불신천국>은 우리나라 일부 종교 현장과 성직자들을 고발한 책이라 참 민감하다. 그런지라 개인적으로 이 책이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우리사회 많은 파장을 일으키길 바랐다. 위안을 얻고자, 행복해지고 싶어서, 좀 더 사람답게 살고자 믿는 종교 때문에 갈수록 상처받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그렇다. 그러기에 '차라리 믿지나 말 것을' 싶을 때도 있다. 나만 그런가? 많은 사람들이 동감하더라. 그런데도, 돈 나오는 구멍을 신으로 여기는 성직자들이나 권력에 빌붙은 성직자들은 그렇다 치고 많은 종교인들이 존경하고 따르는 성직자들은 왜 가만히 있는가? 왜 썩은 살을 도려내지 못하는가? 실망스럽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절반이 종교 인구다. 종교의 본래 목적이나 취지대로라면 종교 인구가 많은 만큼 행복한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 또한 그만큼 편안하게 잘사는 나라여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아니 오히려 종교 때문에 불행해진 사람들이 많고, 부패한 성직자들 때문에 상처받을 일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목사와 스님들이 과연 자신들의 직무를 잘하고 있는지, 스스로 되돌아보게 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이제라도 종교 본연의 취지와 역할을 위해 썩은 부위를 도려내고 다시 서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신자들은 목사와 스님을 받들거나 맹신하지 말고 이젠 진정 신앙인다운 모습을 추구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주요 종교의 성직자들부터 바로 서야 우리 사회의 한 부분이 나아질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이 책의 출간을 많은 사람들이 말렸다. 필요한 이야기이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을 원치 않을 거라며, 비판을 좋아하지 않을 거라며 말이다. 하지만 '아무도 안 하니 나라도 하자, 그래서 종교계의 주류인 불교와 개신교인들의 정신을 차리게 하자' 이런 생각에 감행했다. 그런데 어쩌면 그들의 만류가 옳은 것 같다. 누구보다 썩은 것을 잘 아는 사람들이 묵묵부답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렇다면 종교인들이라도 종교나 성직자들에게 요구해야 함이 당연하지 않는가. 외면 받고 있지만 언제든 그 불씨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뿐이다"

<신앙지옥 불신천국> 겉그림
 <신앙지옥 불신천국> 겉그림
ⓒ 렛잇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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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앙지옥 불신천국>이란 책의 출판이 쉬웠을 것 같지 않다.
"물론 모든 종교현장이 그렇지 않고 모든 성직자들이 부패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점점 갈수록 종교본래의 목적이나 역할은 사라지고 그에 돈과 권력, 성직자들의 명예, 일부 돈 많은 종교인들의 개인적인 욕심이 놓이는 경우가 눈에 띄도록 많아지고 있다.

원래 홀로서기를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종교인데 작금의 종교행태는 오히려 이것을 방해하고 의존케만 한다. 그것도 종교가 아닌 목사나 스님에게 말이다. 그리하여 오히려 정신적 장애아를 양산해 내고 있다. 또한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어야 한다는 정교 분리의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를 최고 종교 지도자들이 거침없이 하고 있다.

20년째 종교 연구가로 다양한 종교현장을 다니며 보고 느낀 것들이 참 많았다. 그동안 '종교는 저게 아닌데 왜 저럴까. 성직자인데 너무 하는 것 아냐?'와 같은 생각이 수시로 들곤 했다. 그때마다 기록했다. 그리고 그 기록을 세상에 내 보내기로 결심했고 올해 책으로 낸 것이다. 그런데 어느 출판사도 책 내는 걸 꺼려했다. 평소 뜻을 함께 했던 편집자나 출판사들도 막상 책 내는 것을 꺼려했다. 책의 필요성은 절실하지만 종교계의 협박과 또한 돈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내 스스로 출판사를 차려 책을 내게 됐다. 꼭 세상을 향해, 부패한 종교인들을 향해 쓴 소리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적으로 그동안 만난 존경스러운 종교인들을 위해서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점점 무종교인들이 많아지는 추세라는 걸 <신앙지옥 불신천국> 혹은 <온가족이 함께 떠나는 종교여행> 이 두 권의 책 어디선가 읽었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무종교인이라기 보단 종교에 몸을 담고 있던 신자들의 이탈이 많아지는 현상이 뚜렷하다. 종교라는 탈을 쓴 성직자들에게 염증을 느끼거나 종교 때문에 상처받는 일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종교를 아예 외면하거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던 사람들이 많은 것이 아니라, 종교를 경험한 다음 회의를 느껴 차라리 나가지 말자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성적인 지성인이라면 현재 개신교와 조계종의 작태를 보고 믿지 않을 것 같다."

- 현재 세계적으로 공식인정 종교는 몇 가지나 되는가?
"현재 기독교, 불교, 힌두교, 유대교, 이슬람 이렇게 5개 종교의 인구가 가장 많다. 그런데 이들 종교에서 파생된 것까지 합치면, 무슨무슨교 하는 이름만 거론해도 2 만여 개가 넘는다. 아프리카나 인류의 발길이 그다지 닿지 않는 오지의 토속 종교까지 합친다면 수를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전 세계에 대략 몇 종의 종교가 있다고 규정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개인적으로 사람이라면 각자 자기만의 종교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종교일지라도 누구나 자기 멋대로 해석하고 믿으니까 말이다."

- 역사적으로 종교 때문에 수많은 전쟁이 일어났다. 종교 칼럼이나 <신앙지옥 불신천국>처럼 종교의 부끄러운 면을 들추는 책은 특히 어지간한 용기 없이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책에 보니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현재 진행형인가?
"내 약력을 보면 알겠지만 우리나라 어지간한 종교는 모두 공부했다. 내가 불교를 공부할 때 개신교인들에게 사탄· 마귀·악녀로 몰린 적도 있고, 이슬람 칼럼을 내보낼 때는 집으로 찾아와 "사탄의 말을 그만 전하라. 계속하면 집에 불 지르겠다."며 협박한 사람도 있었다. 독자로서 질문이 있다며 부드러운 말로 나를 유인해 만나자고 해놓고 예수 영접해 구원 받으라는 강요도 수차례 당했다. 이 모두 개신교인들이 그랬다. 늘 개신교인들에게 시달리고 산다. 개인적으로는 개신교 공포증 환자다."

<온 가족이 떠나는 종교여행> 겉그림
 <온 가족이 떠나는 종교여행> 겉그림
ⓒ 렛잇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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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히려 종교 때문에 인생을 망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종교의 역할은?
"종교 때문에 파탄난 가정도, 성직자의 사기에 가족 몰래 전셋집 돈 빼서 처자식이 길바닥에 나앉은 일도 비일비재하다. 종교가 약이 되기보다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들이다. 같은 물이라도 독사가 마시면 독이 되고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는 말처럼 종교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믿는가에 따라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한다. 어떤 성직자를 만나는가에 따라 도움이 되는가 하면 이처럼 가정이 파탄 나거나 패가망신하기도 한다. 

종교의 역할 중 하나는, 홀로서기를 하여 굳건한 인간이 되게 도와주는 것이다. 어떤 어려움에 처했을 때 막강한 신이나 그 누구에게 빌고 빌어도, 그리고 믿고 매달려도 자기 자신이 변하지 않는 한, 자신 스스로 노력하지 않는 한 절대로 해결되지 않는다. 종교는 그 힘든 길을 대신 가주는 것이 아니라 가야만 하는 길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또 가다가 힘들면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자리여야 한다. 그런 마음으로 종교를 믿고 또 성직자들은 신도들을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 사이비종교 혹은 사이비 종교인의 특징은? 일반인들이 어떻게 구분?
"사이비 종교인들의 두드러진 특징은 스스로 교주가 되는 것이다. 그들은 스스로 "내가 신이다.", "나는 신의 대리자이다." "00의 화신이다." "재림이다."라며 자신을 신격화 하거나 그 대리인을 자처하는 경우가 많다. 남들 보기에 멀쩡한 종교라고 할지라도 돈을 요구하거나 자신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처럼 장담하거나 군림하려는 성직자들이라면 검은 탈을 쓴 사이비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람을 오로지 종교 그 자체에만 빠지게 하여 이성을 잃도록 하게 하는 것도 사이비의 특징이다."

- 저술 관련, 앞으로 계획은?
"개종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환속 파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1~2년 안에 쓸 계획이다. <그림으로 만나는 달마>(근간) 출간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일반 뉴스 매체에 종교칼럼을 연재했다. 종교인들이 주요 독자인 종교 매체와 달리 일반인들을 독자로 한 칼럼 이다보니 특정 종교를 모르는 독자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쓰는데 신경을 많이 썼다. 사실 특정 종교 매체에 쓰는 것보다 여러모로 힘들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종교를 쉬운 보통의 언어로 다룰 생각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의 종교 현장이 본래의 취지를 많이 벗어나 종교현장과 성직자들이 변하는 게 시급한 일인데 그에 못지않게 종교인들의 변화도 시급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편하게 잘 사는 법, 그리고 진리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알리고 싶다. 결국은 자신이 홀로서기 하는 것이 신앙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 나갈 생각이다."


신앙지옥 불신천국 - 종교를 고발합니다

김나미 지음, 렛잇비(2011)


태그:#종교(신앙), #김나미, #개신교, #불교, #렛잇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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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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