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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 책 줄게, 새 책 다오!'. 중고 책을 기부하면 공부방 아이들에게 새 책을 선물합니다. 오마이뉴스는 CJ도너스캠프, 인터넷서점 알라딘과 함께 오는 11월 30일까지 '책 나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나의 애독서'는 이 캠페인 가운데 하나로, 명사들이 감명깊게 읽었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연재 기사입니다. 친필 사인을 담은 명사들의 추천 애독서는 책 나눔 캠페인에 참여했던 기부자 분들께 추첨을 통해 선물할 예정입니다. 여러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최재천 전 의원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책 나눔 캠페인'에 추천할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재천 전 의원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책 나눔 캠페인'에 추천할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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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한 공화정은 시민들이 읽기와 쓰기, 말하기를 자유롭게 구사하고 여러 가지 의견을 개진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은 읽기, 쓰기, 말하기가 모두 침체되어 있고, 그러다 보니 시민들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통치자가 결정 내려주는 것을 편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읽기 능력을 비약적으로 높여주는 책 읽기는 그래서 매우 중요하지요."

'장벽없는 책 읽기가 공화정의 기초가 될 수 있다'. 정치가다운 답변이었다. 정치인 중 유별난 다독가로 알려진 17대 국회의원 최재천 변호사는 인터뷰 내내 분야를 막론하고 읽으면 좋을 책들을 다양하게 추천했다.

"매일 책 한 권씩 읽는 것이 목표"라는 최 전 의원의 책 사랑은 그가 얼마 전 출간한 본인의 저서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는 정치인으로는 드물게 자서전이나 정치적 입장을 담은 책이 아니라, 자신이 읽은 153권의 '양서'에 대한 서평을 담은 책 <최재천의 책갈피>를 썼다. 최 전 의원은 이 책에 서명한 후 '책 나눔 캠페인'에 기부했다.

최 전 의원은 평생의 독서 중 인상 깊었던 책들로 법정 스님의 <무소유>,  조정래의 <태백산맥>, 미하일 숄로호프의 <고요한 돈강>,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 헬레나 노르베리호지의 <오래된 미래>, 서경식의 <나의 서양 미술 순례>, 언론인 리영희 선생의 저서 등 역사 속에서 인간의 성찰을 담은 책들을 추천했다.

그는 "우리는 책을 통해서 생각과 역사와 문화를 나눌 수밖에 없는데 한국 시민들은 실질적으로 (사회적 계급에 따라) 정보에 접근하고 판단할 기회를 평등하게 가지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균형이 맞춰져야 공동 문제를 공동으로 결정할 수 있고 책 나눔은 그 실현을 위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책 나눔으로 평등한 세상 만들 수 있어"

- 책을 많이 읽는 대표적인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결이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작은 아버지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습니다. 작은 아버지는 다리를 전혀 못 쓰시는 분이었는데 책에 대한 열망이 대단하셔서 걷지도 못하는 몸으로 타지에 있는 먼 친척의 집에 가서 책을 빌려오시곤 하셨어요. 저 어렸을 때만 해도 시골에는 활자로 된 읽을거리가 없었거든요. 저는 농약 설명서도 몇 번씩 반복해서 읽을 정도로 활자에 대한 목마름이 강했는데 작은 아버지가 정말 어렵게 그 목마름을 채워 주셨지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책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운이 좋았지요."

-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을 몇 권 추천해주세요.
"저는 역사와 역사 속 인간에 대한 성찰이 담긴 책을 좋아합니다. 그런 책들은 나와 나 자신과의 관계나 나와 세상과의 관계에 대해 알 수 있게 해주거든요. 법정 스님의 <무소유>는 제가 종교에 대해서 처음으로 고민해보게 되었던 책이고, 대학 때는 리영희 선생이 쓰신 책들에 큰 영향을 받았지요. 러시아 혁명을 다룬 미하일 숄로호프의 <고요한 돈강>이나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은 역사와 인간에 대한 성찰이 탁월합니다.

저는 추천할 만하다는 생각이 드는 책은 여러 권을 사서 선물하는 취미가 있는데 헬레나 노르베리호지의 <오래된 미래>와 서경식의 <나의 서양 미술 순례> 같은 책들은 제 기억에 각각 천 권 이상 선물한 것 같습니다. <오래된 미래>는 우리가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함께 꼭 읽어봤으면 하고요, <나의 서양 미술 순례>는 서양의 그림 속에서 한국 근현대사를 읽어내는 좋은 책입니다."

- 기증하시는 책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최재천의 책갈피>는 제가 2009년 3월부터 <주간경향>에 연재했던 서평 모음입니다. 제가 살면서 깊은 영향을 받았던 책 수십 권을 골라서 서평 안에 다음 세대에게 건네고 싶은 저의 생각을 담았습니다."

- 이번 책이나 그동안 쓴 저서들을 보면 분야도 다양하지만 특히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는 책들이 많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저는 사실 저에게 책에 대한 세례를 내려주신 작은 아버지와 제가 책을 읽을 수 있었던 한국 사회에 대한 부채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윈도우즈를 만든 빌게이츠가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내가 이런 전문가가 되었을까'라는 말을 했다지요. 저도 작은 아버지, 한국 사회가 없었다면 지금의 모습이 아닐 겁니다. 그래서 가끔은 내가 받은 만큼 이 사회에 되돌려야한다는 마음 때문에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조급해 하기도 합니다. 비록 지식인도 아니고 저널리스트도 아닌 애매한 위치지만 내가 우리사회에서 배운 것들, 받은 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서 책을 가급적 쉽게, 많이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음에는 헌법상 기본권인 시민권에 대한 책을 준비하고 있지요." 

최재천 전 의원이 자신이 기증하는 책에 서명을 하고 있다
 최재천 전 의원이 자신이 기증하는 책에 서명을 하고 있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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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나눔 캠페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시민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한 공화정은 시민들이 읽기와 쓰기, 말하기를 자유롭게 구사하고 여러 가지 의견을 개진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은 읽기가 다른 나라에 비해 특히 뒤떨어져 있습니다. 학습서를 제외하고는 출간되는 책의 수도 적고 공공도서관이나 책 나눔 시스템도 활성화가 안 되어 있지요. 읽기 없이는 당연히 쓰기가 어렵고, 토론 문화도 아직 자리 잡지 못했다는 점을 보면 결국 읽기, 쓰기, 말하기가 모두 침체되어 있는 셈입니다. 그러다 보니 시민들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통치자가 결정 내려주는 것을 편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읽기 능력을 비약적으로 높여주는 책 읽기는 그래서 매우 중요하지요.

다만 책은 자기 이동성이 없어서 전파력이 떨어집니다. 우리는 책을 통해서 생각과 역사와 문화를 나눌 수밖에 없는데 한국 시민들은 실질적으로 (사회적 계급에 따라) 정보에 접근하고 판단할 기회를 평등하게 가지지 못하고 있어요. 공화국 시민이라면 정보에 보편적으로 접근하고 이해하고 결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럴 수 없다는 것은 평등하지 않은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균형이 맞춰져야 공동 문제를 공동으로 결정할 수 있고 책 나눔은 그 실현을 위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안 읽는 책들 많잖아요. 나눠서 함께 읽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클릭] '헌 책 줄게 새 책 다오!' 책 나눔 캠페인 바로가기

최재천 전 의원이 추천하고 기증한 책들


<나의 서양 미술 순례> | 서경식 지음창비 | 2002
20여 년을 양심수인 두 형의 구명을 위해 보낸 저자가 유럽여행 중 만난 서양 미술 작품들을 보고 느낀 바를 담담히 적었다. 저자의 감상 속에 한국의 근현대사가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것이 특징이다.

<오래된 미래>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지음중앙북스 | 2007
언어학자이자 사회운동가인 작가가 논문을 쓰기위해 1970년대 중반, 인도 북부에 위치한 라다크에 방문한다. 라다크의 문화와 철학에 매료된 그녀는 서구 문명의 유입 과정에서 라다크의 전통 문화와 가치관이 붕괴되는 것을 목격하고 이 책을 썼다. 라다크 사회에 실제하는 인간적인 가치들과 존중과 배려가 생생하게 기술되어 있다.

<최재천의 책갈피> | 최재천 지음 | 폴리테이아 | 2011
이름난 독서가이자 장서가인 최재천 전 의원이 2년간 매주 <주간경향>에 연재해온 서평을 모아 책으로 묶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역사 전반에 걸쳐 추천도서 153권을 뽑았다.

<태백산맥>조정래 지음해냄 | 2007
해방 이후부터 한국전쟁까지 치열했던 한반도의 이념 대립과 한을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을 무대로 그대로 묘사해낸 대하소설. 1980년대 최대의 문제작이 된 작품이다. 탁월한 인물 묘사와 전라도 사투리 활용, 치열한 역사의식이 특징이다.

<고요한 돈강> | 미하일 숄로호프동서문화사 | 2007
1차 세계대전과 혁명을 거쳐 러시아 내전 종료까지의 10년을 묘사한 대하소설. 작가가 자신이 태어난 돈 강을 배경으로 역사적 격동기에 휩싸였던 그 지역 카자크들의 운명을 장대한 스케일로 담아냈다.


태그:#최재천, #책 나눔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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