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풍경의 거울, 그 모호한 이별에 대하여
풍경의 거울, 그 모호한 이별에 대하여 ⓒ 이정민

문화생성연구소 대표작가, 월간미술 편집주간, 아트디렉터, 시각이미지비평가, 문화비평가, 화가, 교수, 공공예술가, 포트스리얼리즘 사진작가, 인천미술포럼 사무국장 등등 박황재형 시각 예술가를 지칭하고 있는 단어는 무궁무진하다.

박 작가는 또한 이에 머물지 않고 그를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 그만의 예술철학과 담론을 조화롭게 활용시킨다. 그곳이 비록 허름하고 비좁은 달동네 촌락일지라도, 그곳이 비록 보잘 것 없고 초라한 광산촌 동네 어귀일지라도, 박 작가는 절뚝거리는 그의 신체적 마이너리티를 전혀 개의치 않고 환한 미소와 함께 메이저리그의 열정을 태운다.

밤새 술과 이야기에 절어 태양이 뜬지도 모를 만큼 날이 새어도 거뜬히 아침 작업을 환대하며 점심에야 비로소 해장국으로 곤한 몸을 데울 줄 아는 비평계의 로맨티스트 박 작가가 6년만에 개인전을 가졌다.

풍경의 거울, 그 모호한 이별에 대해서

 사진작가 3인3색전 중 박황재형 교수의 작품 세계
사진작가 3인3색전 중 박황재형 교수의 작품 세계 ⓒ 이정민

지난 23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박황재형 작가의 3인3색 개인전을 보러 28일 오후3시께 동인천역 앞에 위치한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2층 가온 갤러리를 찾았다. 평일 오후라 그런지 전시 관람객은 2~3명에 불과했지만, 길이 2m내외의 대형 사진작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인상 때문인지 전시실 내부가 꽉 찬 느낌이었다.

사전 취재약속을 잡고 전시실을 찾았지만 이내 박 작가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고 홀로 그의 작품과 대면해야했다. 작품 감상 후 박 작가에게 문자를 보냈지만 역시 그는 이날도 친한 작가들과의 어떤 프로젝트 작업으로 인해 사방팔방 몸을 놀리고 있었다.

2명의 작가와 함께 이번 사진전을 기획한 박 작가는 이번 작품의 주제를 '풍경의 거울, 그 모호한 이별에 대해서'로 정한다. 홀로 파도와 싸우고 있는 겨울 바다, 뜨거운 태양 빛을 한 몸에 받으며 강렬한 빛을 반사하고 있는 갯벌 풍경, 그리고 황무지 같은 허허벌판에서 외로이 서 있는 이름 모를 나무 등 그의 프레임 안에는 무언가 모를 외로움이 가득 묻어있다.

여기서 잠깐, 그의 사진 작품 세계를 들여다본다.

#불안의 미숙함
"일반적인 오해와는 다르게 사진은 안전의 온전함보다는 불안의 미숙함에 머뭅니다. 거의 완벽해 보이는 재현의 탈을 쓰고 사물의 정체성에 탈을 내는 이중적 전략을 구사하지요. 사물을 뛰어넘거나 초월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을 옮기면서 사물에 옮는 것입니다"

#조건의 다양화
"사진은 사물에 대한 다른 의견을 하나 더 덧붙이는 것일 뿐 아무 것도 설명하지 않으며, 아무 것도 추론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이미 공공연하게 거기에 있기에 사진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문제의 조건들을 다양화하는 것일 뿐입니다"

 어느 한쪽에 속함이 없는 사막의 모래처럼..
어느 한쪽에 속함이 없는 사막의 모래처럼.. ⓒ 이정민

박 작가는 그의 작품을 위와 같이 설명하면서 어렵기만 한 사진 작업에 대해 두 가지 관점을 강조한다. 그것은 바로 "서명"과 "끝없는 질문".

그에 따르면, 사진 속 배경은 늘 시작되는 순간에 항상 전혀 다른 이야기로 시작된다며 매순간마다의 서명이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의 이런 서명에 대한 집착은 끝없는 질문에 대한 가장 확실한 언질로 자리 잡았다. 이것이 바로 그의 작품 세계를 고정화시켜주는 하나의 매개체다.

1986년 첫 사회 나들이 이후 총300여회의 전시, 기획, 비평을 이끌어 왔던 박 작가는 이제 다시 처음을 생각하며 또 다른 열정을 시작하려 한다. 리얼리즘의 소통을 통한 포스트리얼리즘을 꿈꾸며 사람과의 관계를 생각하는 박 작가는 그의 정체성을 다시 확인하는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사라져가는 내면의 그림자를 다시 비추려 한다.

"지나간 시간의 흔적으로써 사진이 만들어내는 모호한 이별에 대한 이야기는 어떤 초월자의 계획을 따르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소용돌이쳐 난류를 형성하고, 위상공간처럼 뒤틀리는가 하면, 모닥불처럼 너울대며, 파리의 비행처럼 예기치 않게 짜이고 풀어짐을 반복한다. 넘어서며, 혹은 너머에 서며."

덧붙이는 글 | 1990 묵시론적 서정성 / 1992 다시 거기로 / 1996 어둠으로 치환된 문명의 자화상 / 2000 아이즈 나-들 / 2003 Be / 2005 meta being.
출판저서. 2000 I-s 아이즈 리좀 발행 / 2003 Be I 리좀 발행 / 2005 Metabeing 예술철학 에세이 모음집 / 2008 Interbeing 미술평론집 - 리토피아 비평신서 발행 등.



#박황재형 작가#3인3색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