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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규엽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최규엽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 남소연

"물론 어려운 길이다. 그러나 계속 가겠다. 평생 노동자·서민과 함께 고통을 나누고 같은 처지에서 살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같이 하자고 두 번이나 제안했지만 모두 거절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최규엽(58) 민주노동당 후보는 현재 범야권 후보 가운데 '약체'로 평가된다. 박영선 민주당 후보에 비해서는 당세가 밀리고, 시민사회의 박원순 후보에 비해서는 인지도가 떨어진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반평생 걸어온 길에 대한 확신을 보였다. 그는 "서울시민들이 서민에 대한 저의 사랑과 충정을 아신다면 지지해주실 것"이라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단 뜻을 밝혔다. <오마이뉴스>와 인터뷰가 진행된 그의 사무실, 영등포구 대방동 새세상연구소장실에는 '기륭전자 비정규직 투쟁'을 상징화한 그림이 걸려 있었다.

 

그의 이력은 노동운동·진보정당 운동의 궤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인 그는 ▲서울노동운동연구소 소장 ▲서울남부노동자연맹 의장 ▲민주주의민족통일 전국연합 정책위원장 ▲민주노동당 초대 정책위원장 ▲민주노동당 집권전략위원장 등을 지냈다.

 

굵직굵직한 이력답게 그는 27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노동자·서민에 대한 애정을 가진 서울시장"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서울시장 하실 분들은 정말 마음을 비워야 한다"며 "서울시장이 곧 차기 대통령이란 생각이 만연하고 그런 로드맵을 가진 분들이 출마하니 한강르네상스와 같은 전시행정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재벌 후원금 논란에 휩싸인 박원순 시민사회 후보에 대한 비판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박 후보는) 삼성에게 받은 후원금 중 단 1원도 허투루 쓰실 분이 아니다"면서도 "다만, 그런 방식으로 운동해서는 이 사회를 바꿀 수 없다, (노동자를 탄압하고 하청업체를 수탈하는)재벌과는 비타협적인 면도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자신이 속한 진보진영도 성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른바, '안철수 현상'에 대해 "민주당·한나라당 뿐만 아니라, 진보정당 하는 사람들도 각성해야 한다"며 "안철수 현상의 직접적 책임은 진보진영에 있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최 후보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진보통합 부결 됐을 때 서울시장 후보 사퇴 고민"

 

- '진보서울'을 표방했다.

"진보를 담보하는 핵심적 가치는 노동자·농민·도시빈민, 통틀어서 서민에 대한 사랑이라 생각한다. 그런 애정이 없다면 그 진보는 허구다. 서민을 중심으로 서울시 행정을 펼치지 않는다면 절대 진보가 아니다. 내가 살고 있는 금천구에 구로공단이 있다. 한때 3만 명까지 줄었던 구로공단 노동자가 지금은 약 10만 명에 달한다. 그런데 이 중 95% 정도가 비정규직이다. 심지어 한달 짜리 계약직도 많다. 이 같은 비정규직·일자리 문제·보편적 복지 등 3대 사안을 해결하자는 게 '진보서울'이다."

 

- 진보정당의 유일한 후보다. 하지만 최근 통합이 무산된 국민참여당, 비대위 체제로 접어든 진보신당의 지원을 기대하긴 힘들어 보인다.

"객관적인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민주노동당을 창당한 사람 중 한 명이다. 가장 어려울 때도 좌절하지 않고 노동운동·진보정당 운동을 해왔다. 다만, 진보진영이 제대로 통합을 이루지 못한 것은 대단히 안타깝다. 정말 성찰하고 반성해야 한다. 진보진영이 역사 앞에서 이래서는 안 된다. 현재 노동자·서민들이 어떻게 살고 있나. 우리가 누구를 위해서 정치를 하나. 그 분들의 고통을 1분 1초라도 앞당겨서 해결하기 위해서 한 것 아닌가. 진보진영이 크게 단결하지 못해 아쉽다. (통합이 부결됐을 때) 서울시장 후보직을 사퇴할까도 고민했다. (손수건 꺼내 눈물 훔침)

 

그래도 제가 사퇴하면 당이 더 혼란스러워지고 힘들어질 것 같아 끝까지 가려한다. 진보정당은 있어야 한다. 국민들도 진보정당 통합하면 지지를 보내주겠다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 사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싸우겠다고 결심한 이유 중 하나도 진보대통합의 불씨를 다시 살려보자는 생각 때문이다. 잘못한 것 사죄하고 진보진영에도 쓴 소리 하겠다. 진보통합의 분위기를 되살리겠다."

 

 최규엽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최규엽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 남소연

- 현재 민주당 박영선 후보에 비해 당세가 약하고, 무소속 박원순 후보에 비해 인지도가 낮다. 통합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겠나.

"물론 어려운 길이다. 그러나 계속 갈 것이다. 평생 노동자·서민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고 같은 처지에서 살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같이 하자고 두 번이나 제안했지만 그들과 끝까지 함께 하기 위해 거절했다. 서울시장은 서울시민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봉급생활자·비정규직을 위해 일해야 한다. 서울시민들이 서민에 대한 저의 사랑과 충정을 아신다면 지지해주실 것이다."

 

"박원순의 도덕성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삼성이 어떤 곳인가"

 

- 출마 기자회견 당시, 박원순 예비후보에게 "서울 개혁을 실용적 차원으로 접근 말고 사회구조적 차원으로 접근해달라"고 했다. 재벌 후원 논란 문제에 대해서도 각을 세웠다.

"박원순 예비후보는 지난 1993년 전국연합 정책위원장 재임 당시부터 알고 지낸, 서로 믿고 존경하는 분이다. '시민운동가로 평생 살다 죽겠다'고 하셨던 분이 선거에 나오신 것을 보니, '이명박 정부가 그 분을 얼마나 괴롭혔길래'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박 예비후보가 삼성재벌에게 7억 원 가까이 후원 받았다는 사실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물론 박 예비후보가 그 돈 1원 한 푼 허투루 쓴 적 없을 것이다. 그분의 도덕성을 의심하진 않는다. 다만, 그런 방식으로 운동해서는 이 사회를 바꿀 수 없다. 재벌과 너무 타협한다고 생각한다. 삼성이 어떤 곳인가. 무노조를 주장하면서 노동자를 탄압한다. 하청업체를 수탈하며 자기들만 살찌운다. 이건희씨는 경제사범으로 구속돼 있어야 할 사람이다. 비타협적인 부분이 있어야 한다. 박 예비후보의 시민운동 방식이 그런 점에서 과학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노동자·민중이 각성하도록 돕고 그를 중심으로 운동하는 게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올바른 방식이다. 이번 기회에 박 예비후보가 새로운 성찰을 하고 새 대안을 고민하시기 바란다."

 

- 안철수 교수와 박원순 예비후보를 통해 '대안 세력'에 대한 기대감이 표출됐다. 그동안 거대 양당 사이에서 대안세력으로 평가받던 진보정당으로서 아쉬운 점이다. '안철수 현상'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나.

"당연하다. 민주당·한나라당 뿐만 아니라, 진보정당 하는 사람들도 각성해야 한다. 정당들이 제대로 못하고 있어서 그렇다. 지금 서민들이 얼마나 먹고 살기 힘든가. 비정규직 문제·가계부채 얼마나 심각한가. 냉정하게 얘기해서 박정희·전두환 독재정권 때도 비정규직은 없었다. 민주진영 특히, 민주당 반성해야 한다.

 

또 '안철수 현상'의 직접적 책임은 진보진영에 있다. 크게 단합해 제대로 진보정치 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새로운 메시아'에 대한 열망을 표하는 게 이해된다. 그러나 인물에 대한 검증은 필요하다. 삶을 검증하고 정책을 검증해야 한다. 정당 조직이 없는 정치의 한계도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 이런 현상이 일반화되는 것은 올바른 민주정치, 서민들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야권 후보들, 6.2 지방선거의 교훈 잊은 건가"

 

- 여론조사 30% 배심원 평가 30% 시민참여경선 40%로 통합경선 룰이 확정됐다.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민주당이 10월 3일 경선에 선거인단 3만 명을 추첨으로 뽑고 이 명단을 공개하자고 했다. 비밀투표·직접 투표가 원칙 아닌가. 명단이 미리 공개된다고 그분들의 표심이 드러나는 건 아니지만 부담스럽지 않겠나. 

 

물론 박 예비후보 측도 협상 초기에 애를 먹였다. 박 예비후보 측은 국민참여경선 대신 '여론조사 50%·배심원 평가 50%'만 하겠다고 고집 피우다가 돌아섰다. 야권이 지난 6.2지방선거 때의 교훈을 잊고 있다. 야권후보가 단일화되지 않으면 진다."

 

- 경선룰을 두고 박영선 민주당 후보와 박원순 후보 양측 간의 신경전이 가열됐었다. 

"단일화가 곧 승리를 의미하진 않는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다 자기들이 당선되는지 알고 있다."

 

- 야권 후보 간의 정책연합에 대한 얘기는 진행되고 있나.

"초안은 나와 있다. 합의하는데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야권후보들이 경선룰이 아니라 정책 문제를 놓고 논쟁해야 한다. 서울시민이 볼 때 저들이 서민의 복지를 위해 저렇게 논쟁하는구나, 서울시를 바꾸기 위해 저렇게 고민하는구나 할 것 아닌가. 이처럼 서로 자리는 양보하고 내용에 대해 논쟁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거꾸로 돼 있다. 서울시장이 된다면 무엇부터 바꿀지 논쟁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다. 정치를 왜 하나. 서민과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것 아닌가. 겸손해야 한다. 서로 양보해야 한다. 진보진영부터 노력하겠다."

 

- 야권 후보들이 반드시 공동공약으로 삼아야 할 것은 무엇이라 보나.

"친환경 무상급식을 차질 없이 실천하고 보편적 복지를 서서히 확대시켜야 한다. 제 입장에서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서울시와 산하 공기업의 비정규직을 다 없애야 한다. 울산 북구청·인천 남동구 등 민노당 구청장이 있는 곳은 이를 거의 진행하고 있다. 쉬운 일이 아니지만 계획을 잘 세운다면 남은 임기 3년 안에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자리 문제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영세사업장이 가장 많은 곳이 서울이다. 영세사업장·중소기업이 잘 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 중소기업 지원책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TV토론 때 밝힐 예정이다. 일단,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서울시에서 시장이 결단해서 쓸 수 있는 예산이 약 1조 원 가량 된다. 그 돈을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중소기업 지원에 쓸 수 있을 것 같다. 또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웬만한 사업들에 중소기업을 배려할 것이다."

 

"서울시장을 대권 교두보로 보지 말라"

 

 최규엽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최규엽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 남소연

- 야권 후보들에게 사회복지부시장제를 도입할 것을 촉구했는데?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주요업무를 사회복지로 맞추자는 뜻이다. 그동안 정무부시장은 시장을 보좌하는 정치인이 맡아왔다. 그러나 이제 복지문제·노동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룰 수 있는 자리가 돼야 한다."

 

- 주민참여예산제를 강조했다. 시민배심원제 및 기금관리위원회 설치 등도 눈에 띈다.

"대한민국 헌법에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 나온다'고 돼 있다. 모든 행정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와야 한다. 방법은 참여예산제다. 현재 참여예산제를 제일 잘 실현하는 이가 김만수 부천시장이다. 부천시 주민참여예산제 주민회의는 37개 동별에 2700명 정도가 활동 중이다. 2700명이 시민 100명을 뽑아서 이들에게 부천시 예산 10%에 대한 편성권을 행사한다. 서울 금천구, 은평구에서도 참여예산제를 진행하고 있다. 만약 시장이 된다면 이를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 300명 규모의 시민배심원과 함께 시의 주요정책을 심의하겠다. 또 시민들이 예산을 분석할 수 있도록 관련된 교육도 진행할 생각이다. 이를 통해 서울시민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실질적인 행정권력도 행사할 수 있다고 본다. 기원전 5세기의 그리스 아테네에서도 했던 일이다. 오늘날 못할 이유가 없다."

 

- 뉴타운 재개발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약속했다. 하지만 이미 사업이 상당부분 진행된 곳도 있다. 이런 곳에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현재 서울 길음, 은평, 왕십리 등 뉴타운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 몇 군데 있다. 그러나 입주율이 높지 않거나, 진척이 안 되는 부분도 있다. 이런 곳을 고려해보겠다. 주민들이 뉴타운 사업을 원한다면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논의하겠다. 그동안 주민들은 뉴타운 사업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예를 들어 뉴타운 사업이 완료된 곳에 원주민이 입주하는 비율이 17% 밖에 안 된다. 길음 뉴타운 같은 곳은 재입주하기 위해 2~3억 원이 더 필요하다. 뉴타운 사업을 진행할 경우 개발이익을 주민들에게 환수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재개발이 필요한 곳도 있다. 이런 경우 공영개발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은평구의 '두꺼비하우징'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서울시장 하실 분들은 정말 마음을 비워야 한다. 서울시장이 곧 차기 대통령이란 생각이 만연하다. 후보들도 그런 로드맵을 갖고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다. 그래서 한강르네상스 같은 전시행정을 많이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장은 행정을 통해 시민들에게 봉사하는 거다. 언론에서도 서울시장을 차기 대권후보로 안 봤으면 한다."


#최규엽#민주노동당#서울시장 보궐선거#통합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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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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